“정말 왜 그래요? 이제 다시 전화하지 말랬죠?”'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지우는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누굴까? 아내와 얘기를 나누는 사람? 지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는 외면하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벌써 서재 문 앞에 가 서 있었다. '“진짜 내가 미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예요?”'아내는 목소리 톤을 낮추었지만,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떨고 있었다. 통화하는 상대편의 목소리는 당연히 들리지 않았다. 지우의 머릿속으로 온갖 추측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제발 이제 좀 그만 하자구요.”'아내는 사정하고 있었다. 뭘 그만하자는 걸까? 상대가 누구기에 아내가 저렇게 애원하고 있을까?'“당신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잖아요. 아직도 부족해요?”'원하는 걸 다 해줬다고?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해줬다는 걸까?'“됐어요. 그만 해요. 저 지금 집이에요. 남편도 있으니 얘기하기 불편해요. 내일 내가 전화할게요.”'뭐라고? 남편이 있어서 얘기하기 불편하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어떤 사이이기에 남편이 불편하다는 거지?'지우는 쇠몽둥이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리가 아찔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통화를 끝냈는지 조용했다. 지우는 급히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라리 듣지 않았더라면 나았을까? 아내가 하는 저 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좀 전까지만 해도 지우는 아내를 믿고 싶었다. 그게 어떤 사정이든 다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좀 전에 훔쳐 들은 아내의 통화내용은 그에게 단순한 일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