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제이는 여태껏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질투가 솟구쳤다.'〈그녀의 인생〉이라는 단순한 표제가 붙은 그 그림에는 빨래를 널고 있는 개척 시대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여인 곁으로 작은 정원에서 놀고 있는 두 살쯤 된 아이들과 요람에 잠들어 있는 갓난아기의 모습이 보였다.'열려진 창문 가에 식어 버린 파이 한 조각이 놓여 있고, 작은 오두막 현관에는 엽총이 세워져 있었다.'사람의 모습은 그림의 4분의 1만 차지했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티없이 맑은 하늘과 나무 한 그루 없이 바싹 마른 평원으로 채워져 있었다.'그 그림은 낡은 나무 조각 위에 그린 거였다. 제이 제이는 개척 시대 사람들이 마주했을,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과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 화가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흑백에 가까운 단조로운 수채화가 역경과 고독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보일 듯 말 듯 배경에 무언가가 그려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한 남자가 농부의 상징인 붉은 스카프를 매고 말 뒤에서 쟁기를 끄는 게 보였다. 집 주변에는 화려한 장미가 덤불을 이루고 있었다.'화가는 교묘한 터치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여자의 얼굴과 어깨 뒤에 흘러내린 인디고 블루색 모자로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햇빛과 바람에 시달린 그 여자의 얼굴은 힘과 용기,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제이 제이는 자신의 생일에 덴버의 라리머 스퀘어에 있는 화랑 개관식에 끌려오듯 참석한 터였다. 그녀는 버튼에게 이 그림 얘기를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드러내고 좋아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그녀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 내릴 게 틀림없었다.'사람들이 화가의 터치와 채색 기법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비평을 했다.'제이 제이는 그들의 자만심 가득한 비평에 모처럼 느낀 감동이 희석되는 게 싫었다. 그녀는 천천히 화랑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다른 그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야생 동물이 자신의 짝을 알아보듯 제이 제이도 대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잘 있었소, 오브라이언?」'제이 제이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작은 해골 그림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빨간 실크 타이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깜박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갈라진 턱을 바라보았다. 약간 비틀린 듯한 입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 입술일 뿐이야. 가슴이 뛸 이유는 없어.'다음 순간 그 입술이 움직였다.'「선물 받은 타이지」그의 목소리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보기 좋은데, 오브라이언? 자루 같은 옷을 입고 있는데도 말이오」'그녀는 억지로 루크 레밍턴의 눈을 쳐다보았다. 푸른색과 회갈색이 뒤섞인 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잘 있었어요, 카우보이? 그동안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군요」그녀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걸 감춘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쾌활하게 말했다.'1년 전 마지막으로 만난 뒤 그는 좀 변해 있었다.'그때 제이 제이는 그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고 생각했다. 비록 열정에 휩싸여 앞뒤도 분간하지 못할 때였지만. 그는 멋지다기보다는… 눈길이 마주치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그런 사람이었다.'제이 제이는 핸드백을 움켜쥐고 그런 생각들을 떨쳐냈다.'「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