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찾으시죠?''덥다 못해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의 무더위였다. 워싱턴 주의 한여름 날씨치고 이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포트 더들리의 경우는 아니었다. 포트 더들리 주민들은 냉방장치를 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부엌 바닥에 드러누워 싱크 아래로 들어가 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로라는, 이 낡은 빅토리아식 건물의 옛 주인이 지나치게 전통에 충실했던 것을 원망했다. 옷은 땀에 절어 들러붙고 머리칼은 이마 위에서 시야를 가렸다.'손전등을 집던 로라는 잠시 멈칫했다. 또…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야릇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험볼트 거리에 있는 이 저택으로 옮겨 온 이래 몇 번이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외에도 공기의 흐름이 갑자기 변한다거나, 계단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거나 하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물론 상상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넓고 방도 여럿인 저택인데다, 낡은 집들이 거의 그렇듯이 낮 동안 달구어졌던 건물이 기온이 낮아지면서 삐걱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갈라진 벽 틈으로 바람이 새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문짝도 잘 맞지 않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부엌에는 그녀말고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일을 해야 할 때다.'하수관 쪽으로 손전등을 들이댄 그녀는 이를 갈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하수관에서 물이 새고 있다. 옆에 놓아 두었던 연장통을 더듬어 작은 렌치를 찾던 그녀는 혼자 투덜댔다. 손으로만 찾으려니 구별이 되질 않는다. 큰 렌치는 훨씬 다루기가 힘들다. 간신히 렌치를 찾아 물이 새는 접합부에 고정시키고 조심스럽게 돌리자마자 녹슨 쇳가루가 푸스스 떨어졌다.'거실 쪽에서 요란한 음악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얼결에 머리를 쳐든 그녀는 파이프와 정통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들었더라면 기겁을 했을만한 욕이 튀어나왔다. 「제시카!」그녀는 싱크대 아래에서 기어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워낙 음악소리가 큰지라 제시카의 귀에 들릴지는 의문이었다.'「내가 입이 닳도록…」거실로 들어가던 로라는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는데 아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스위치를 끄고 로라는 다시 한번 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당장 계단 꼭대기에서 발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