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상련이의 비하인드 스토리 ― ''“여러분, 새로 온 친구를 소개하겠어요. 이름은 이민우고 이제 1학년 4반에서 같이 지내게 될 친구예요. 여러분이 잘 대해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잘 가르쳐주길 바래요.” '상련이는 간질거리는 선생님의 음성을 평소 때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듣고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였다. 상련이는 선생님의 원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째서 선생님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저렇게 만든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원래 목소리가 훨씬 남성적이고 멋있는데. 그리고 왜 남잔데 매일 치마를 입고 오는 것일까. '선생님은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상련이는 깜짝 놀랐다. 결혼식에 선생님과 결혼하는 사람은 남자 양복을 입고 있었다. 상련이의 아버지가 입던 양복과 똑같은 양복을. 남자들끼리도 결혼하나? 상련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남자들끼리도 결혼해?” '“무슨 소리야?” '김 여사는 상련이를 의아한 듯 빤히 보았다. '“우리 선생님 남자잖아. 근데 선생님하고 결혼하는 사람도 남자잖아. 남자들끼리도 결혼해서 아기 낳을 수 있어?” '김 여사는 상련이의 뒤통수를 눈물이 찔끔 날만큼 후려쳤다. '“너 바보야? 선생님 여자야.” '상련이는 놀란 표정으로 김 여사를 보다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선생님을 보았다. 코밑으로 수염 비슷한 것이 화장을 했음에도 거뭇하게 비쳤다. '“아니야, 남자야!” '그녀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김 여사의 매의 훈시가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승복해야 했다. '“엄마, 남자도 여자 고추 달고 태어날 수 있어?” '“이게 점점!” '“선생님은 원래는 남자로 태어났는데 누가 여자 고추를 달아줘서 여자가 된 것 같아. 엄마, 선생님이 너무 불쌍해.” '상련이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김 여사는 어이없어서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될 무렵 상련이의 반에 어떤 녀석이 전학 왔다. '상련이의 나이 방년 여덟 살 때 이성을 알게 됐으니 그 이름은 이민우. 새까맣고 맑은 커다란 눈과 하얀 피부, 귀족적인 자태를 나타내는 조각 같은 이목구비. 상련이의 심장에 말뚝 같은 화살을 푹 박았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그래.” '상련이의 말에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 남자 아이. 상련이는 아이스크림처럼 가슴이 다 녹아버렸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그 남자애 때문에 행복했다. 상련이는 매일 남자애랑 놀았다. 딱지치기도 하고 해적놀이도 하고 구슬치기도 하고. 그 애가 하자고 하면 뭐든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응했다. 행복한 시절도 잠시 2학년에 올라갈 무렵 민우는 폭탄 같은 말을 던졌다. 그건 선생님의 심부름에서 비롯되었다. '“민우야, 상련이는 여자라서 남자 화장실 못 들어가니까 네가 가서 밀걸레 좀 가져올래?” '평소의 잘 웃던 민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쟤 여자였어요?” '“당연히 여자지.” '선생님의 대답에 민우는 더욱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