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우리는 단 한 번도 고양이에 대해 깊이 관찰하거나 탐구해본 적이 없다. 왜 고양이는 12지신이 되지 못했을까? 인류의 탄생이나 지구의 생성원리와 같은 것들은 모든 걸 다 받쳐서도 알아낼 것처럼 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우면서도 친근한 고양이에 대해서는 알려들지 않는다.
고양이는 사람과 교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고양이와 교감을 가지려 한 적이 있는가? 나는 이런 말을 만들어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보통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볼 때마다 경멸하고 멸시하니까, 이제 고양이는 천덕꾸러기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여 항상 말썽을 일으키곤 한다.
바로 이렇게.
#1 홀딱 젖은 고양이
“자꾸 고양이 밥을 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파트관리소장은 어느 한 여자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 어제부터 억수처럼 쏟아지던 비는 지금은 잔잔해져 그칠 기미가 보이고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우산을 쓸 필요성이 있는 날씨였다.
그런데 쭈그려 앉은 여자는 우산도 쓰지 않고 맨몸으로 비를 맞고 있었다. 옆에서 관리소장이 뭐라 하던지 여자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조금은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여자가 안쓰러워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지금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을 거예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안 돼, 자꾸 학생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이 주변에 들 고양이들이 꼬이는 거라고!”
관리소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고양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런 시대가 되었다, 다른 12지신의 동물들과는 달리 선택받지 못한 고양이는 요물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관리소장 아저씨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고양이들이 더 생기면 쓰레기분리수거장이 훼손될 위험도 있고 아파트 미관도 좋지 않으니 어쩌면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아파트 관리소장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당황한 관리소장은 얼빵한 표정으로 여자를 응시했고 여자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고양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마세요, 어디가도 받아주는 사람 없는 불쌍한 아이들인데!”
“뭐야? 어린 학생이라 오냐오냐 해줬더니 장난하나!!”
콰아앙!
관리소장은 더 이상 참기 어려운 듯 고양이 밥그릇을 발로 걷어차 버렸고 여기저기 흩어진 고양이 밥들은 빗물과 함께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무나 처참한 표정의 여자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관리소장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죽여 버리겠어!”
미리보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