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됐는데……. 그리고 아까부터 갑자기 웬 존댓말이야?”'“당연하죠. 나와 당신이 반말 쓸 사이는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그쪽도 나한테 존댓말로 쓰시죠.”'“난 싫은데.”'“싫어? 왜요?”'“난 연두 씨와 반말 쓸 사이라고 생각하거든. 솔직히 우리가 보통 인연이야? 양가 어르신을 다 만나 뵈었는데.”'“그거야…… 일이 그렇게 꼬인 거고.”'연두는 목이 타는지 앞에 있는 물 잔을 들었다.'“그럴 땐 꼬인 게 아니라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거지.”'“풉…….”'“연두 씨는 날 만날 때마다 한 번씩 뿜네.”'“지금 안 뿜게 생겼어요? 당신하고 농담 따먹기 할 기분 아니거든요. 분명히 말하지만 이런 거 다시는 가져오지 마세요.”'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게 말한 연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식사라도 하고 가지. 그날 송아지 스테이크 맛있다며.”'“나 그날 다 토했거든요.”'“에이, 왜 그러실까? 나는 미워도 우리 고기랑 셰프는 괜찮은 친구들인데.”'“그래요. 맛은 있습디다. 됐죠?”'그렇게 툭 내뱉듯 말한 연두는 문을 향해서 걸음을 떼었다. 그녀가 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문 쪽에 앉아 있던 건휘가 연두의 손목을 부드럽게 꼭 쥐었다. 당연한 결과로 연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아직도 화났어?”'“당연하지.”'“어떻게 하면 풀릴 건데?”'“간단해.”'연두의 대답에 진지했던 건휘의 표정이 환하게 피어올랐다.'“간단해? 뭔데?”'“그 면상 다시 안 보면 돼.”'순간 피어나던 그의 표정이 다시 시들어졌다.'“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왜 안 되는데?”'연두의 질문과 동시에 건휘도 의자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충돌하고 건휘의 표정은 진지함을 넘어서 확고해 보이기까지 했다.'“내가 당신…… 좋아하니까.”'건휘의 대답에 연두가 피식 웃었다.'“당신, 돌았어?”'“그런가 봐.”'“뭐?”'“너한테 완전 돌았거든.”'“그래?”'“그래.”'“그럼 집 나간 정신 돌아오게 해줘야겠네.”'순간 연두의 플랫슈즈가 건휘의 정강이와 진하게 뽀뽀했다. '“아아…… 진짜 아파. 치사하게 찬 데 또 찼어. 배려심이라고는.”'건휘가 반쯤 주저앉으며 연두 보란 듯이 앓는 시늉을 했다.'“그런 흰소리하면 계속 그렇게 아플 거야.”'그에게 엄중히 경고한 연두는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