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남자가 좋아?”
“저요?”
“응. 뭐, 이상형 같은 거 있잖아.”
“듣고 안 웃는다고 약속하면 얘기할게요.”
“뭘 그렇게 거창해? 자, 약속.”
도진이 마지못해 해 준다는 듯 성의 없이 약속을 외쳤다는 걸 알지만 효경은 저도 모르게 수줍은 미소까지 지어 가며 입을 열었다.
“저는 쌍화탕 같은 남자가 좋아요.”
“무슨 탕?”
“쌍화탕 모르세요? 가기 걸렸을 때 약국에 가면 감기약이랑 꼭 같이 주는 거 있잖아요. 갈색 병에 든 거.”
“알아. 근데 쌍화탕 같은 남자는 도대체 어떤 남자냐?”
“어떻게 보면 쌍화탕은 되게 흔한 약이고, 친근한 약이잖아요. 막 되게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귀한 것 같지도 않지만 항상 주위에 있고요. 또 먹으면 따뜻해지면서 몸이 노곤해지잖아요.”
“뭐가 그리 어려워?”
“어려워요?”
“그래. 이거다, 하고 감이 안 오잖아.”
“뭐라고 설명을 해야 쉬울까? 음, 비싸고 좋은 약은 아니지만 먹으면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약이 쌍화탕이잖아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돈이 많고, 능력이 좋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그럼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대로 설명했는지는 모르겠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제 이상형을 얘기해 본 적이 없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효경은 그 느낌만은 도진에게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효경이 슬쩍 고개를 돌리자 도진이 미간에 주름까지 잡으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싶어 빤히 바라보는데 불식간에 도진이 툭, 말을 뱉었다.
“한마디로 나랑은 반대라는 거네?”
“그런 뜻은 아닌데요.”
“아니라고?”
“네. 사장님도 나름 따뜻해요.”
“내가……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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