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나는 네가 첫 번째가 될 수 없어. 미안해.”
“괜찮아. 첫 번째가 아니어도 난 상관없어.”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 친구였지만,
단 한 번도 그의 첫 번째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언제나 돌아오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받아 주고, 너는 그런 나에게로 돌아오고, 때가 되면 너는 다시 돌아가고.
언제나 반복되는 우리의 끔찍한 관계.
나는 과연 너에게 무엇이었을까?
……이제 정말 지쳐 버렸다.
……그래서 그만 너를 놓아주려고 한다.
나에게서 벗어나, 네가 가장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돌아가길…….
너와 헤어지던 그 날은 지독히도 맑았다.
[본문 내용 중에서]
“우리 그만 헤어지자.”
잔을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 채 정우는 멍하니 하연을 바라봤다. 아니, 입안 가득 퍼졌던 시큼한 향에 인상을 썼던 자신의 모습이 어색했다.
“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도 해 보기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갔다. 아니, 지금 머릿속에 새겨진 수많은 물음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도대체 왜? 왜 갑자기?
“이제 내가 그만하고 싶어.”
“우리 지금까지 잘 지내 왔잖아.”
아무렇지 않은 척 하연에게 말을 했다. 속으로는 불안한 주제에, 정말 하연이 그를 떠나가겠다, 선언할까 겁이 나는 주제에 담담하게 말을 했다. 아직 복잡한 머릿속이 제대로 진정되지 않았다.
아니, 이곳에 오면서 조금은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아니, 그녀가 자신을 떠날 리 없었다.
김하연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사랑해 주던 그녀가 이제 그를 떠나려 한다.
“너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이제 지쳤어.”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자격이 과연 자신에게 존재할까. 그저 멍하니 하연의 말간 얼굴을 두 눈으로 담았다.
“후회 안 해?”
제발 후회하길 바랐다. 예전처럼 그녀가 자신의 말을 주워 담길 바랐다. 자신은 그녀를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없으니까. 공허한 물음들이 가슴속에 퍼져 나갔다.
제발, 나를 봐. 정우는 피곤한 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늘 자신을 바라봐 주던 두 눈이 이제는 그를 담지 않았다.
가슴속이 먹먹해지고 가슴 깊은 곳이 찌릿하게 아려 왔다.
“하겠지. 그래도 이제 그만할래.”
[프로필]
민희서
그린나래(http://cafe.naver.com/greenarae2014)에 은둔 중.
<출간작>
당신은 나의 주인
가면 쓴 왕자와 칼 든 마녀
바람둥이 순정
악랄한 남자
너와 헤어지던 그 날
[목차]
프롤로그
01. 너에게 나는……
02. 너의 그림자
03. 너의 자취
04. 나에게 너는……
05. 네가 없는 나는……
06. 너와의 이별 준비
07. 네가 남기고 간 그림자
08. 너를 잊기
09. 너의 빈자리
10. 우리의 이별
11. 너와 헤어진 그 후
에필로그
외전 - 세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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