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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천벌일까? 그대의 마음에 상처밖에 줄 수 없는 나의 사랑이….

이미 죽은 존재가 되어 버린 여인, 설란. 나라에 피를 몰고 온 남자로 인해 그녀의 삶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이목을 피해, 그리고 그 남자를 피해 설란은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죄어 오던 올가미에 잡혀 생사의 위기를 오가던 순간, 그녀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휴와 다시 마주 하게 되고 만다. 일렁이는 마음에도 설란은 그를 외면해야 했다. 그는 설란의 나라와 그녀가 사랑한 이들의 마음을 모두 무너뜨린 남자였기에….

▶잠깐 맛보기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잊어버리십시오.”

낮게, 그 누구보다도 은애하는 이에게 고했다.

“이 사내의 체온도, 손길도, 앞으로 하려는 모든 행동까지, 끔찍해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잊어버리십시오. 잊어버리셔도 좋습니다.”

그의 진심에서 고개를 돌리는 것도 이제는 힘겨웠다. 그래서 다시는 산 사람으로서는 만나지 않으려 했건만, 어찌하여 운명은 이다지도 가혹한 것인가.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가시면 좋았잖아요. 이미 죽은 이라 생각하고 잊어버리시면…….”

얼음 끝처럼 날카로운 휴의 눈빛이 설란을 파고들었다.

“잊어버렸어야죠. 기억하지 않았어야죠!”

“그대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어째서 제게는 이리도 어려울까요.”

설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대를, 나는 살립니다.”

“살아서 당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다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몸이라도 바치면 당신에게 위로가 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