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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결혼이 애들 장난일 뿐이야?

산호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 후 은경은 급기야 그의 청혼까지 받게 된다. 능글맞은 회유와 가벼운 협박 등 계속되는 산호의 프러포즈에도 콧방귀 한 번 뀌지 않던 그녀는 산호의 이상한 책임감이 그의 슬픈 과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한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은경의 마음속엔 산호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결국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로 하지만, 의무감을 앞세우는 산호의 태도에 상처를 받아 신혼여행에서 그와 각 방을 쓰기로 다짐하는데….

▶잠깐 맛보기

은경은 갑자기 머리 위로 스팀이 팍팍 솟아났다. 갑작스러운 문제에 당면한 은경은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남편? 우리가 사랑해서 결혼했니? 네 말대로 의무감으로 한 결혼인데 무슨 남편? 아내로서, 남편으로서의 의무 사항만 준수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 그러니까 난 그냥 자겠다고.”

“왜 여기서 자냐고? 당연히 방을 두 개 잡았어야지.”

“너 여기에서 하룻밤 지내는데 돈이 얼마인지 알아? 아마 네 한 달 용돈보다 많을 걸.”

산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침대로 올라가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경은 기가 막혀서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산호의 싹수없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너, 부자잖아. 그러니까 네가 방 따로 잡아.”

“내가 왜? 아쉬운 사람이 잡아라.”

“뭐? 좀스럽고 치사한 자식.”

“뭐가 좀스럽고 치사해. 당연한 거 아니야? 난 불편한 거 없는데 내가 왜 돈을 써야 해?”

“야, 됐어. 나도 불편할 거 없으니까 그냥 같이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