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인연의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게 되는 이야기. 그 시작은, 그녀의 이별. 혹독한 이멸은 설레는 사랑으로 변하는 기회가 되었다.
-본문 중에서-
“어?” 자동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란영은 익숙한 인영에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도 잠시, 한쪽 벤치에 앉아 있던 여자가 경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란영은 긴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늘씬하고 예쁘장한 여자가 자신의 약혼자와 팔짱 끼는 모습을 낱낱이 바라본 란영의 눈은 놀랄 만큼 커져 있었다. 저도 모르게 란영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뭐지? “오빠, 나 맛있는 거 사 주는 거지?” 애교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애교스런 모습에 란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자 향수, 늦은 귀가, 외박. “그럼, 우리 지선이가 배가 고프다는데 맛있는 거 대령해야지.” 놀랍도록 부드러운 목소리. 순간 란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내가 들은 목소리가 경민 오빠 목소리, 맞아? 5년 동안 사귀어 오면서 저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는 처음이야. 란영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사람을 제대로 봤는지 의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김경민, 그가 분명했다. “오빠?” 스스로 듣기에도 조금은 얼빠진 목소리가 란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눈을 억지로 크게 뜨며 다시 또 확인했다. 설마, 닮은 사람이겠지. 다니는 회사도 똑같고, 이름도 똑같고, 키도 똑같고, 얼굴도 똑같고, 놀라는 표정 또한 경민 오빠와 아주 똑같은 사람. 하지만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이름은 그가 자신이 아는 김경민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 주었다. “장란영!”
[프로필]
목영木榮
겨울에 태어나 따듯한 것이 좋은 여자. ‘아이작가’에 적(籍)을 두고 있음. 출간 예정작 : 무섭소,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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