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말했다.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그를, 그녀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맞받으며 그가 말했다. “미안해요.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어서. 그냥 마음만 급했어요.”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용주의 얘기를 경청했다. “한 번도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요. 누군가를 소유해서 옆에 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더욱 없었는데…….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여자가 있어요. 나한테는 늘 냉정하고,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 여잔데 왜 힘들게 좋아하려 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근데 오늘 그녀가 그랬어요. 다른 사람과 사귄다고. 어쩌면 그 사람과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정성을 다했어요. 그러면 결과는 항상 좋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만은 내 진심이 통하지 않았어요. 쉽게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는 제이에게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나한테 기회를 줘요. 아직 누군가를 선택하지 말고, 그냥 나한테도 조금의 기회를 줘요. 당신의 꿈이 부자 남편을 가지는 거라는 거,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만 그래도 기회를 줘요. 난 진심이거든요. 진심인 남자한테 조금만 기회를 줘 봐요.” 어딘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그의 애절함 때문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모습은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이 남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까. 내 미래를 다시 바꿔 봐? 그는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한쪽 모퉁이에 세워져 있는 피아노 곁으로 갔다. 별장과 피아노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곳에 피아노라니. 하지만 그의 손이 건반에서 춤추듯이 물결치자, 그 소리는 벽난로의 불꽃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쇼팽의 <녹턴>이 고요한 달빛 아래서 꿈꾸듯 환상을 만들었다. 벽난로의 붉은 빛과 달의 차가운 은빛과 거실의 은은한 조명은 그들에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의 손이 건반에서 춤추는 동안 그녀는 잠시 그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잊은 채 베란다로 보이는 어둠 속의 경관과 음악에 심취해 눈을 감고 상상에 젖어 있었다. 남자의 손이 멈추고 그가 피아노에서 일어났을 때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제이의 뒤로 간 용주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 서로의 안에서 불꽃이 일었다. 은은한 달빛, 피아노 선율, 그리고 눈앞에 있는 자극적인 남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았다. 여자의 마음을 감지한 남자의 입술이 내려왔다. 닿은 입술은 꽃잎을 열 듯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열었다. 그의 혀가 입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제이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파열할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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