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강의 남자 지그문트 뵐숭. 평민으로 태어나 영웅이 되었으나 거친 성정 탓에 귀족 들과 섞이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지그문트를 숭배하는 이가 있었으니 우단 공작가의 삼남, 브륀힐트 우단이었다.
영웅! 성검의 소유자! 최장의 사내! 어린시절 동경에서 시작된 소년 브륀힐트의 마음은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조금이 아니라 꽤 많이 지나친 믿음과 섬김으로 성장해서 지그문트의 앞에 나타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KEN
책 속으로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분명 하겐은 방에 들어서며 문을 잠갔다. 그러나 문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열렸다. 하겐은 자신이 문을 미처 제대로 잠그지 못했다고 생각하고는 브륀힐트의 위에 올라탄 채로 여상이 답했다.
“지금 이 방, 쓰고 있습니다.”
“뭐 하나.”
나직이 방안을 울리는 목소리는 사람이라기보단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았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에 하겐은 뒤를 돌아보았다. 하겐의 눈에 보인 것은 문 앞을 가로막다시피 한 거한과 그의 손에 들린 강제로 뜯겨 나간 손잡이였다. 거대한 남자는 온통 검었다. 머리카락도, 옷도, 그의 흉흉한 기세마저도 검게 느껴졌다. 하겐은 그를 알고 있었다. 이 나라의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였다. 지그문트 뵐숭, 용살해자였다.
하겐은 지그문트가 갑작스레 왜 여기 나타나게 된 것인지 당황하여 머리를 굴렸다. 설마 브륀힐트 때문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저 하겐은 지그문트가 방을 잘못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겐의 그런 생각은 지그문트의 눈동자를 보고 쑥 들어갔다. 브륀힐트에게 못 박힌 듯 고정된 지그문트의 시선은, 그 눈길이 하겐 자신에게 닿았다가는 그대로 꿰뚫려 죽어버릴 만큼 살벌했기 때문이었다.
지그문트는 둘이 들어갔을 거라 짐작되는 방 앞에 섰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방문을 타고 들렸다. 지그문트는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가볍게 손잡이가 비틀어지며 방문이 열렸다. 방 안에는 침대에 누운 채 웃옷을 반쯤 풀어헤친 브륀힐트와, 그에게 키스를 퍼붓는 상대가 있었다. 명백한 현장검거였다.
“뭐 하고 있는 거냐 물었다.”
지그문트가 두 번이나 물었고, 대답할 수 있는 상대는 둘이나 있었지만, 답은 없었다. 분위기는 살 떨리게 가늘고 날카로웠다. 바람 불지 않는 날임에도 창문이 파르르 떨었다.
지그문트의 등장에 브륀힐트는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하겐은 이미 브륀힐트의 위에서 내려온 지 오래였다. 브륀힐트가 일어나면서 열린 옷 틈으로 그의 가슴팍이 슬쩍 비추었다. 브륀힐트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이었다. 지그문트의 목소리를 들은 시점에서 술기운은 달아난 지 오래였다.
하겐은 지그문트와 브륀힐트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았다. 이건 뭐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상황은 재수 없게 상대가 있는 이를 꼬여냈을 때나 생기는 일이었고, 흔히 한 대 맞아주고 끝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였다. 지금 지그문트의 표정을 보니, 저를 뼈 채 발라 까마귀 밥으로 널어놓을 것만 같았다.
하겐은 오히려 브륀힐트에게 화가 났다. 아니, 지그문트하고 사귀고 있었으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하겐은 분명 브륀힐트에게 물었었다. 요즘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하겐을 죽일 생각이 아니고서야 그런 사실을 숨길 리 없었다. 상대가 지그문트라면 한 대 맞고 끝내라는 말은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일맥상통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지그문트와 사귄 이들과 붙어먹었다 해서 죽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그문트는 지금껏 한 상대에 정착한 적이 없고, 그가 안은 상대가 다음날 다른 이에게 안겼다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애초에 지그문트가 상대에게 열렬히 빠졌던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브륀힐트에게 보인 타오르는 눈동자에 담긴 감정의 편린은 노골적인 질투와 소유욕이었다.
잠시 상황을 보며 하겐은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그러고 보면 브륀힐트가 지그문트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겐에게 말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적어도 하겐이 지금껏 알아온 브륀힐트는 교제 상대가 있다면 다른 이와 관계하지 않는 예의가 있는 이였다.
그렇다면 답은 뻔했다. 브륀힐트는 영웅이 난생처음, 진심으로 눈독 들이는 먹잇감이었다.
출판사 서평
“저, 전 지금도 단장님의 것이에요. 단장님이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할 거예요.”
샌님 도련님인줄로만 알았는데 브륀힐트는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추종자! 가진 것이라고는 무력! 힘! 파워! 정도만 내세우는 지그문트에게 브륀힐트는 신기하고 귀엽고 깜찍한 생물이었다.
처음엔 괴롭혀서 기사단에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뭘 시켜도 잘만 해오니 이제는 그만두지 말아 달라고 붙들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남들이 보기에 기사단장 지그문트의 편애는 그저 신입을 과로사 시키려는 괴롭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 와중에도 브륀힐트는 홀로 태평하다. 나의 태양 나의 단장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마냥 행복했으므로!
.jpg)
TTS 제공
메뉴
로망띠끄
로그인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