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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말리 킨이 영화관을 나온 시각은 11시 30분이었다. 가벼운 코믹 영화였는데, 꽤 괜찮았다. 영화를 보다가 소리내서 웃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 듯싶었다.
말리는 영화관에서 나와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차를 세워놓은 쪽으로 가면서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키스를 하고 있는 저 연인은 진한 애정 영화를 보고 나왔겠지? 음, 저기 떼지어 몰려가는 어린 남자 녀석들은 화끈한 액션 영화를 본 모양이야. 말쑥하게 차려 입은 저 사람들은 ‘델마와 루이스’ 후속편을 봤을 게 틀림없어.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며 나름대로 점을 친 말리는 코믹 영화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내심 만족해하며, 밝은 가로등 불빛이 쏟아지는 도로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기분이 좋았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행복인가.
정확히 6년 만이었다. 6년. 말리는 그 시간을 그저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조용히 숨만 쉬며 살았다. 그러나 시간의 힘은 놀라웠다.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것 같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 이제는 거의 회복되었으니까. 최근 몇 달간은 특히 평화로운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