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이자 모범생, 올바름의 아이콘으로 부모님의 자랑거리 엄친딸 양해수.

그러나 그녀를 부르는 별명은 언제나 미녀네 야수 못난이 양공주.

27년 인생 최고의 반항을 해본다.

“저, 성형수술 받을래요.”

엄청난 인고의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난 양해수.

외모는 바뀌었지만 못난이 양해수의 마음은

아직 그때 그대로.

“저 해수 씨에게 남자로서 어떻습니까?”

“가, 갑자기 그건 왜…….”

“아까 말했잖아요. 해수 씨 욕심난다고.”

바뀐 외모 덕으로 태어나 처음 남자와 썸도 타게 되지만

성형미인이란 타이틀은 언제나 그녀를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데.

“저 서, 성형수술 했어요.”

“그게, 답니까?”

그녀의 성형 고백에도 담담히 받아주는 동건으로 인해 조금씩 자신감을 찾는 해수.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되기 위한 해수의 홀로서기.

[본문 내용 중에서]

“왜 웃어요?”

“아까 애인이란 말 들었을 때 동건 씨 표정 얼마나 웃겼는지 모르죠?”

“제가요?”

“네. 순간적으로 이걸 정정해줘야 하나, 앞에 앉은 양해수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줘야 하나 엄청 갈등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거 아닌데요.”

“에이, 다 보였다니까요. 그나저나 우리 둘이 남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군요. 동건 씨 좀 억울하겠어요. 쿡쿡!”

동건의 마음에 일고 있는 태풍을 모르는 해수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천진하게 웃었다. 그 순간 동건의 가슴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화악 치솟아 오른 건 순전히 장난꾸러기처럼 천진하게 웃은 해수 탓이었다.

제 속에서 무슨 생각이 오갔는지 모르니 그녀를 탓한다는 건 억지고 어불성설이었지만, 이렇게 제 마음을 흔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웃고 있으니 어쩐지 억울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제 마음에 일고 있는 태풍 같은 변화에 대해 차마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동건은 그것을 삭이느라 방금 전 청년이 두고 간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동건의 모습을 본 해수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사과의 말을 늘어놓았다.

“어, 미안해요 동건 씨. 나는 그냥…….”

“후우, 해수 씨.”

“네.”

“해수 씨가 사과할 일 아니에요.”

다소 무뚝뚝하게 말을 뱉은 동건은 다시 맥주병으로 손을 뻗었고, 해수는 그런 동건을 말없이 바라보다 방금 전 그가 한 것처럼 샴페인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빈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대신 한 손으로 야무지게 종이컵을 구겨버린 해수가 동건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쳐왔다.

“동건 씨. 저랑 애인 사이처럼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 나빴어요?”

“네?”

“아니라고 하지 마세요. 그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아 싱글벙글하던 사람이, 저 청년이 애인 사이처럼 보인다는 소리하자마자 겨자 든 빵 씹은 사람처럼 굴었잖아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제가 웃은 거 때문에 그래요?”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기어코 동건의 답을 듣고 말겠다는 듯 상체를 숙이는 해수를 보며 동건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말랑한 볼을 쓸어내렸다. 약간의 화로 인해 반짝 빛을 발하던 해수의 눈동자가 일순간에 얼어붙었지만 동건은 손을 떼지 않았다.

“왜…….”

“해수 씨가 욕심이 났어요. 해수 씨가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무작정 욕심이 났어요. 해수 씨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눈빛이 너무 욕심나서, 그 눈빛이 온전히 나를 향했으면 하는 생각이 어이없어서, 그래서 웃었어요.”

“…….”

“어린애 같은 생각이죠? 알아요, 서른둘이나 먹은 남자가 하기에는 너무 충동적인 생각이란 거. 그런데 이상해요. 그걸 알고 있는 지금도, 나는 해수 씨가 욕심이 나요.”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목차]

01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