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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가면꽃 작가님 5권

작은밤 지음가하에픽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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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독자평점 | : ![]() ![]() ![]() ![]() ![]() |
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25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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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저는 그 사랑이라는 것이 조금도 좋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이렇게 죽습니다.
눈을 떠보니 내가 쓴 글 속. 그리고 나는 악하디악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여자 조연 ‘에본느 라이네’가 되어 있다. 그리고 올해는 에본느 라이네가 본격적으로 죽음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는 그 해. 그런데 어째서 내가 쓴 것과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내가 쓴 적도 없는 설정들이 존재하나. 까닭을 알 수 없는 내 감정들은 어찌 된 일이며, 까닭도 모르는 이 본능 같은 것들은 어찌 된 일인가.
내가 잃어야 하는 그것들은, 과연, 글의 이야기인가.
나의 꿈은 정녕 꿈이었나.
“제가 당신의 생명을 거둡니다. 원망, 하십니까?
“아니요.”
“해주십시오. 당신을 제 손으로 거둬야 한다면, 당신과의 관계도 잃고, 그 죽음 속에서 살겠습니다.”
“결코 자책하지 마십시오. 난 내 죄로 죽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매 순간 행복하였던 저를 좀, 봐주십시오.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그 숨결 하나하나마다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제발 살아주십시오.”
2. 작가 소개
작은밤
글쓰기를 좋아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합니다. 촉촉한 느낌의 햇빛이 내리는 오전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에 글을 쓰는 건 더더욱 좋아합니다.
3. 차례
#CHAPTER 9. 악, 그 두 번째 (1)
#CHAPTER 9. 악, 그 두 번째 (2)
#CHAPTER 알드리히. 수선화의 재
#CHAPTER 10. 반디의 밤, 종언(終焉) (1)
#CHAPTER 10. 반디의 밤, 종언(終焉) (2)
#CHAPTER 베르덴. 너는 변하지 않았다
4. 미리 보기
그때 알드리히의 목소리가 울렸다.
“기뻐.”
고요하게 숨을 들이켜고 눈을 내렸다. 그는 이미 손을 내리고 멀끔한 얼굴로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누이가 포르타 경을 당연하게 ‘버려서’, 참 기쁩니다.”
말하는 도중 한 단어를 꾹꾹 내리누르듯 말하였기에, 자연스러운 강세가 들어간 게 느껴졌다.
버린 게 아니…….
입이 반사적으로 뻐끔 벌어졌으나, 그 정도는 호흡을 위한 일상적인 움직임이다. 아무렇지 않게 입술을 다물었다. 굳이 변명하여 어떤 여지를 줄 필요가 없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이것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경련이 아니었던 탓에.
일견 선뜩한 느낌까지 있는 싱글거림을 마주하며,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겨우’ 이 정도 써늘한 말에 동요하여 평정을 잃을 만큼 헛되이 교육받은 적 없다.
얼굴이 다시 하얗게 가라앉은 알드리히는 키득거렸다.
“이런 데에서는 차별이 없네요.”
“차별 말씀이십니까?”
“상대가 나든, 포르타 경이든, 누이에겐 라이네가 최우선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특별하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가문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가주가 도리어 드물 터. 내가 덤덤하게, 일상적으로 짓는 웃음을 씩 보이자 황제의 웃음도 묘하게 가벼워졌다.
“뭐, 이 정도로 하지요. 너무 오래 있을 수 없으니 슬슬 정리하겠습니다. 예, 오늘, 누이 떠보러 온 것 맞습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다른 귀족이었으면 미로 골목 자객과의 접촉을 빌미로 이것저것 하려고 했는데, 누이라서 그냥 지나가려고요.”
그건, ‘지금 당장’은 그냥 지나가주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후에는 황제가 어찌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적당히 걸러듣고, 자객과 나는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비죽 웃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그에게 달려 있는 반응. 눈금에 맞추어 길이나 용량을 재어가듯, 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시선에 태연하게 대서가며 마침내 찻잔을 들었다.
잔을 들기 위하여 앞으로 내밀었던 몸을 다시 등받이에 서서히 묻었다. 약간 식은 찻물이 혀에 쓰게 닿았다. 적셔져간다. 내 목이 바싹 말라 있었음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저 일을 말한 건, 이유는 같습니다. 떠보려고.”
“……떠보기 위함이라는 이유 하나만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훗날을 위해 포석을 깔아놓는 거지요.”
훗날?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눈을 깜박거리다가, 침통해하는 척, 걱정하는 척, 물었다.
“저도 함께 버리려 하십니까?”
“내가 누이를? 틀려요. 내가 왜 누이를 버려. 그런 게 아니라. 쓸지 쓰지 않을지는 아직 확실히 정하지 않은, 그런 일에 대한 포석입니다.”
아하…….
더 물을 수 없는 바. 황제는 내가 고개를 끄덕여 납득했다는 기색을 비치자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물을 게 있어서 행차한 것이기도 합니다. 황궁은 워낙에 듣는 귀가 많아서.”
“하문하십시오.”
“내가 전에 주었던 검. 기억해요? 나 아직 황태자일 적.”
검이라 함은.
나는 생각하느라 눈을 왼편으로 굴렸다가, 문득 떠오른 것에 다시 황제를 보았다.
“예.”
“포르타 영랑과 절교한 기념으로 준 건데. 기억납니까?”
……야, 인마.
그러고 보니 시기가 그랬었다. 쥰의 생일 다음 날이었던가, 아마. 하지만 션의 말에 의하면 그건 다른 사람이 이 황제를 거쳐 내게 주었던 물건이다.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걸 황제는 모르니 다르게 반응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떨떠름하게 웃으며, 마찬가지로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그런 의미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너무하십니다. 제 불행은 폐하의 행복입니까?”
“아, 미안. 그런데 그건 진짜 기뻤거든요.”
“…….”
나중에, 알드리히가 누군가와 절교하면 기쁘게 무슨 선물 하나를 바치기로 했다. 그런데 그와 절교하고 말고 할 만한 인물이 나밖에 없어. 이 무슨 지랄맞은 상황인가……. 앓는 소리를 입안에서 부러트렸다.
정색하고 받아쳐야 하는 말은 아니므로, 져주어야 좋은 이 상황. 비슷한 권력자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권력이 깡패다. 신분이 깡패.
“어쨌든, 본론은 그게 아닙니다. 이제 내가 그 검을 왜 주었는지 말할 때가 와서요.”
“예?”
나는 반문하고 눈을 가늘게 접었다. 그 잘 벼려진 날을 보고 감탄했었다. 분명 좋은 검이었다. 딱 그것만 기억난다. 꺼내보지 않은 지 오래인 그것을 떠올리며 황제를 보았다. 황제는 빙긋 웃었다.
“그냥, 내가 해주고픈 말은, 그 검 자체가 기회를 의미한다고.”
“…….”
“내가 누이에게 허락하는 기회입니다. 호의고, 호감이고, 내 마음이에요. 누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주기에 좋았던 선물이야. 검보다는, 어쩌면 내 허락이 선물이라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락이 선물이라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가늠하지 못하겠다. 알드리히가 무언가를 알게 된 요즘에 준 것도 아니고, 벌써 2년여 전이다. 당시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헤르조와 나의 절교뿐. 전후사정을 조금도 짐작할 수 없으니 살짝 열받는다. 혹시 그와 절교할 기회를 허락한 건가.
그러나 그걸 직접적으로 물었는데 그게 아니면 분위기가 심히 민망해질 것이다. 나는 말을 골라 입을 열었다.
“무얼 윤허해주셨다는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기회요. 떠넘길 기회.”
“음. 여전히 이해치 못하겠습니다.”
“누이가 죽이고 싶은 사람을 내가 대신 죽여주겠다는 기회입니다.”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알드리히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웃는 얼굴로 그러니 더 섬뜩하고 무서운 것이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사람을 대신 죽여주겠다고?
말을 잃고 망연하게 그를 보았다. 뭘 어디서부터 짚고, 무얼 설명 들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니, 일단, 무어라 대답해야 하나.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나는 생각 끝에 일단 잔부터 내려놓기로 했다. 하여 몸을 앞으로 구부려 잔이 놓인 받침을 테이블에 놓고 있는데, 알드리히가 부드럽게 내 머리 위로 속삭였다.
“할 말은 다 끝났으니, 가봐요, 누이.”
나는 고개를 올렸다.
“가서, 막는 시늉을 해요. 약속했던 대로 죄인들에게 보여줘.”
뻐근하게 굽어 있던 척추를 폈다. 양어깨가 절로 스르륵 펴졌다. 몸을 다시 세우며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기가 막혀서 웃는 헛웃음이었다. 방금 폭탄을 던져놓고 또 폭탄이다.
조금 전에 이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는 내가 미로 골목에 가는지 떠보려 하는 게 아니라, 기어이 보내고자 한다는 말이다. 미로 골목에 가고 말고의 여부, 더는 포르타와는 관계가 없다.
나와 관련하여 무언가 다른 의중이 있구나, 이 사람. 나를 끝까지 이용하겠다는 속셈인가.
나는 검에 대한 것은 잠시 접어놓고, 그가 내게 한 것처럼, 부드럽게 가다듬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가길 원하십니까?”
“예.”
“폐하. 외람되오나, 무얼 진행 중이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내가 누이를 왜 보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대항하는 건 좋지 않다. 예의 운운할 이유가 아니라, 그게 대답하기 싫은 약점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알드리히를 잠시 보다가, 나는 질문과 대답 중 대답을 하기로 선택했다.
“절 움직이셔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요. 정확히 말하면 누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고, 알아야 하거든.”
그가 말하는 저 사랑은 우정이나 충성 등으로 치환 가능한 사랑일 것이다. 매번 이성의 마음을 고백하던 때와는 여실히 다른 분위기 같은 게 있었다. 나는 웃으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알겠다. 알드리히가 보기에 나와 시드니는 깊은 감정을 주고받고 있었고, 시드니의 충정에 의심을 가진 알드리히는 나와의 우정도 재고해보고 판단해보아야 했으리라. 시드니와 내 눈빛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았던 이유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미안, 누이. 라이네의 약점을 잡아두는 게 나한테는 편한 거 알잖아요.”
“……이번 일에 제가 약점 잡힐 바는 조금도 없고, 이미 폐하와 저는 많은 걸 함께해왔습니다. 어째서 새삼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누이는, 내게서 등 돌려서는 아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