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고풍스러운 처마에는 어머니의 눈물이 있습니다.

종갓집 멋스러운 마당에는 아버지의 한숨이 담겨 있습니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아픔을 감싸 안아야 하기에

딸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상처를 이겨내야 하기에

입이 있어도 나는 말을 못합니다.

눈이 있어도 나는 볼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웃음을 주는지

그걸 알기에 바라지만,

내 뒤의 이름은

떠나는 당신을 잡지 못한 채

웃음으로 보냅니다.

나는 종갓집의 딸

그 종갓집의 대를 끊어 놓은 딸

여자라는 이름의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답답한 종갓집.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선택한 길은 오직 한 길.

서로의 가슴에 못 박지 않은 채 나올 수 있는 길은 조부께서 말한 결혼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길.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걸 다 구속받아야 했던 란지는 결혼이라는 족쇄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자유를 찾기 위해서 그를 선택했다.

그래서 찾은 자유는 그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따뜻하게 감싸주는 성태.

오래전 한 자락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있던 그의 사랑이 커 보이자, 란지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본문 내용 중에서]

- 1권 / 합본 -

“나는 어른들의 뜻에 따라서 결혼할 생각이야. 당신 의사가 무엇이든 상관없어. 그러니 서로서로 합의를 보자고.”

그의 말에 기분이 상한 듯 눈가를 찌푸린 란지가 빽 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왜 하는데요? 이런 결혼 하는 이유가 뭔데요? 그냥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평범한 결혼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결혼하기 싫다는 사람이랑 하는 이유가 뭔데요? 네?”

무대포로 쏘아대는 란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성태가 난데없이 얼굴을 들이밀며 다가오자, 놀란 란지가 방어한답시고 손을 들어 올렸지만 순식간에 잡히고 말았다.

“가만히 있어. 그 이유를 설명해 줄 테니까.”

허스키하게 잠긴 그의 목소리에 발가락 끝까지 짜릿함이 밀려왔다. 말똥거리는 눈으로 다가오는 그를 쳐다보고 있자, 성태의 눈꼬리가 밑으로 처졌다.

뜨겁게 타오르는 그의 눈길에 부끄러워 시선을 내리깔자, 바로 촉촉한 입술이 다가와 겹쳐졌다. 잘생긴 외모에 현혹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몽롱한 정신 때문에 미처 대처하지 못한 란지는 자신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까칠한 혀에 놀라 움찔거렸다. 그런 란지의 반응에 싱긋 웃은 성태가 능숙하게 혀를 집어넣어 치아를 핥았다.

“혀 깨물지 마.”

낮은 허스키함으로 귓가에 속삭이는 짜릿한 그의 말에 란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하긴 이런 키스 받기도 쉽지는 않잖아.’

스스로 그런 생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킨 란지는 부드럽게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핥고 있는 그의 혀끝을 느끼며 두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목덜미를 감았다.

“음!”

그녀의 적극적인 호응에 기분이 좋아진 성태는 과감하게 혀를 놀리며 란지의 입 안을 탐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고른 치아를 핥고는 천천히 까칠한 혀를 안으로 집어넣자, 방금 마신 차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군.’

처음 키스를 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미친 듯이 두 방망이치자, 오랜만에 가져보는 이 감정에 성태의 입가가 나른하게 풀어졌다. 10대 때도 잘생긴 얼굴 덕에 여자가 달라붙어 노력하지 않아도 주위는 여자들로 넘쳐났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외모와 재력 덕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고 달라붙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 번도 자신이 먼저 목을 매며 여자에게 엉겨 붙은 적이 없는 그였다. 조금 싫증이 나거나, 여자들이 질척거리면 가차 없이 차 버리고, 다른 여자를 곁에 두었다.

말캉한 혀들이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듯 강렬하게 엉키자, 그 짜릿함에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이성보다 더 크게 작용하자, 그 느낌에 성태의 몸이 움찔거렸다.

“읍!”

딱 붙는 청바지에 둘러싸여 있는 탱탱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잡은 성태가 자신의 아랫도리가 있는 쪽으로 힘껏 끌어당기자, 란지의 투정부리는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미치도록 가지고 싶게 만드는군.”

- 2권 -

“성준 씨!　괜찮아요?”

염려스러움에 미간이 좁혀지자, 그런 그녀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펴주는 그였다.

“훗, 당신이 너무 움직이면 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너무 움직이지 마.”

처음에는 그가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멍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서히 그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불타는 고구마처럼 변하고 말았다.

“어머!”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돌렸지만, 성준의 손길로 인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잠자리에서 만큼은 우리 서로 솔직해지도록 해. 겉으로는 좋다고 외쳐대면서 뒤로는 다른 생각을 품으며 살고 싶지도 않고, 당신 또한 만족하지 못했으면서 만족했다 거짓말 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서로를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 솔직하게 자신이 했으면 하는 체위를 말해 주도록 해. 응?”

낯 뜨거운 그의 말에 타들어가는 얼굴을 돌리지 못한 란아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힘겹게 끄덕이자, 그 모습만으로도 만족했는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 만족 못했으면 말해. 내가 죽을힘을 다해서…… 아윽!”

후끈한 열기가 방 안을 메우고, 두 남녀의 신음 소리가 그 열기 속에 섞여갔다. 뜨거운 숨결을 귓가에 내뿜으며 이로 자근자근 란아의 귓불을 깨던 성준은 힘겹게 참고 있던 이성을 놓아 버렸다.

“아!”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 같은 그녀의 몸에 자신을 묻으며 힘차게 앞으로 돌진했다. 그녀의 깊은 곳에 자신을 묻기 위해서.

[프로필]

휘란투투

필 명 : 휘란투투

좌 우 명 : 해보긴 해봤어?

취 미 : 로설 읽기, 만화책 쌓아 놓고 보기.

바라는 점 : 내가 쓴 글들이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 출간작

《두 개의 시선》, 《향기에 취하다》, 《품다》, 《너와 나는……》, 《심장의 충돌》

《푸른 달을 삼키다》, 《붉은 달을 삼키다》 외 다수

[목차]

[1권]

프롤로그

1장- 건곤일척(乾坤一擲 -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승부를 겨루다)

2장 - 내우외환(內憂外患 - 내부의 근심과 외부에 대한 걱정)

3장 - 백척간두(百尺竿頭 - 매우 위태롭고 급박한 상황)

4장 - 명견지수(明見止水 - 고요하고 잔잔한 마음)

5장 - 진퇴유곡(進退維谷 - 나가고 도망갈 길이 끊어져 궁지에 몰리다)

6장 - 수원수구(誰怨誰咎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리까)

7장 - 언어도단(言語道斷 -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다)

8장 - 누란지세(累卵之勢 - 몹시 위태로운 형세)

9장 - 백년해로(百年偕老 - 부부가 되어 서로 화합하여 함께 늙어감)

10장 - 백년하청(百年河淸 - 아무리 기다려도 사태가 바로 잡히지 않음)

11장 - 방약무인(傍若無人 - 제 세상인 양 함부로 날뜀)

12장 - 배수지진(背水之陣 - 필승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움)

13장 - 노심초사(勞心焦思 - 애를 써 속을 태움)

[2권]

14장 - 칠전팔도(七顚八倒 -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음)

15장 - 역지사지(易地思之 -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16장 - 고진감래(苦盡甘來 -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옴)

17장 - 이심전심(以心傳心 -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18장 - 배수지진(背水之陣 - 필승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움)

19장 - 개선광정(改善匡正 - 좋도록 고치고 바로잡음)

20장 - 촌철살인(寸鐵殺人 - 짧은 말로 급소를 찔러 사람을 크게 감동시킴)

21장 - 일취월장(日就月將 - 나날이 진보함)

22장 - 천재일우(千載一遇 - 다시 얻기 어려운 좋은 기회)

23장 - 금슬지락(琴瑟之樂 - 부부간의 사이가 좋음)

24장 - 발본색원(拔本塞源 - 폐단이 되는 근원을 아주 뽑아버림)

25장 - 사필귀정(事必歸正 -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감)

26장 - 고진감래(苦盡甘來 -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

27장 - 송구영신(送舊迎新 - 묻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함)

에필로그 - 3년 후

[합본]

1장- 건곤일척(乾坤一擲 -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승부를 겨루다)

2장 - 내우외환(內憂外患 - 내부의 근심과 외부에 대한 걱정)

3장 - 백척간두(百尺竿頭 - 매우 위태롭고 급박한 상황)

4장 - 명견지수(明見止水 - 고요하고 잔잔한 마음)

5장 - 진퇴유곡(進退維谷 - 나가고 도망갈 길이 끊어져 궁지에 몰리다)

6장 - 수원수구(誰怨誰咎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리까)

7장 - 언어도단(言語道斷 -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다)

8장 - 누란지세(累卵之勢 - 몹시 위태로운 형세)

9장 - 백년해로(百年偕老 - 부부가 되어 서로 화합하여 함께 늙어감)

10장 - 백년하청(百年河淸 - 아무리 기다려도 사태가 바로 잡히지 않음)

11장 - 방약무인(傍若無人 - 제 세상인 양 함부로 날뜀)

12장 - 배수지진(背水之陣 - 필승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움)

13장 - 노심초사(勞心焦思 - 애를 써 속을 태움)

14장 - 칠전팔도(七顚八倒 -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음)

15장 - 역지사지(易地思之 -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16장 - 고진감래(苦盡甘來 -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옴)

17장 - 이심전심(以心傳心 -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18장 - 배수지진(背水之陣 - 필승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움)

19장 - 개선광정(改善匡正 - 좋도록 고치고 바로잡음)

20장 - 촌철살인(寸鐵殺人 - 짧은 말로 급소를 찔러 사람을 크게 감동시킴)

21장 - 일취월장(日就月將 - 나날이 진보함)

22장 - 천재일우(千載一遇 - 다시 얻기 어려운 좋은 기회)

23장 - 금슬지락(琴瑟之樂 - 부부간의 사이가 좋음)

24장 - 발본색원(拔本塞源 - 폐단이 되는 근원을 아주 뽑아버림)

25장 - 사필귀정(事必歸正 -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감)

26장 - 고진감래(苦盡甘來 -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

27장 - 송구영신(送舊迎新 - 묻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함)

에필로그 - 3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