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위기에서 하늬를 구해준 남자, 남제후. 그는 어둠에 몸담고 있는 조폭(?)이다.
범죄현장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조폭의 중간 보스 남제후에게 보호관찰 대상이 된 하늬.
그녀는 절대로 제후의 도움이나 보호관찰 따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남제후, 겨드랑이에 얼음장을 끼고 사는 사내. 하늬를 을러대고 협박하는 제후는 진정 조폭일까? 그의 신분이 그들의 앞날에 미칠 파장은…….

눈발이 날리는 벌판에서 대자연에 맞서는 그들,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 는데…… 자연재해는 재앙이 아니라 운명이 되어간다.



하얀 벌판은 땅의 고저가 불분명하고 어디가 산인지 들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멈췄을 때 돌아본 고속도로는 희뿌연 눈발에 가려 출발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저기 산이 보이지? 그 옆을 돌기만 하면 마을이다. 당신을 둘러메고라도 갈 거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후는 하늬를 번쩍 안아 어깨에 멨다. 하늬는 거꾸로 매달려 대롱대롱 팔다리를 흔들었다.
“내려줘요! 제발요!”
“시끄러워. 계속 버둥거리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
“나 혼자…….”
퍽!
제후의 장갑 낀 손이 하늬의 엉덩이를 소리 나게 쳤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하늬의 얼굴로 피가 몰렸다. 결국 하늬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몸에서 힘을 뺐다. 그녀가 반항을 멈추자 들리지 않던 제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옷을 잔뜩 껴입고 축 쳐진 자신의 몸무게가 상당히 무거울 거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의 심장이 그녀를 감당하기 위해 몇 배로 빨리 뛰어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했어요.”
“…….”
“화났어요?”
“…….”
“화났군요.”
“그래.”
두 음절의 짧은 대답이 나오기까지 하늬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제후의 손이 하늬의 얼굴로 향하더니 그녀의 고글을 내려주었다. 그것뿐이었다. 그는 처음처럼 그녀의 손을 다시 꽉 잡았다. 제후의 손이 주는 안정감에 하늬의 불안감은 눈 녹듯 스르르 녹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강소미


경기도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다.
수로변의 억새풀이 바람에
몸을 뉘이고 물새들이 나는 것을 바라보며 자주 공상에 잠긴다.

인간사가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 없다면 나머지는 마치 흑백 사진과
같을 것이다. 인생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 믿는다.
책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독자들의 가슴을 다양한 빛깔의 사랑으로
물들이는 게 지은이의 소망이다.

출간작
<사랑해도 될까요> <러브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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