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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백작가의 스캔들(Scandal of Earls) 1권

글쟁이소녀 지음로망띠끄2011.12.26979-11-258-3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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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3,000원
적 립 금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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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독자평점 :   [참여수 3명]
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258-3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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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6,000원)

베일에 가려진 세계적인 호텔의 젊은 오너이자 백작, 에드워드 볼테너.
호텔리어의 꿈을 안고 무작정 볼테너가의 가정부로 숨어든 간 큰 여인 유헤나.

처음엔, 아무라도 상관없었다. 커다란 눈망울로 눈물을 글썽이며 미안하다고. 하지만 이젠 자신을 놓아달라고 말하는 그 여자의 그 모든 모습이 가식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그것을 밀치지도 못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또 바보 같은 짓을 할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냥 옆에 있던 널 붙잡은 것이다. 오직, 그녀를 위해서 나는 당신을 이용한 것이다.
2년이나 맺어왔던 우리의 관계를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말하는 네가. 사랑 따위가 밥 먹여 주냐고 우리의 만남을 그저 놀이라 말하는 너의 모습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 나 혼자 사랑이라 믿었다. 이별에 아파하고 그 잔재에 망가진 건 오직 나뿐이었다. 그래서 넌 나와의 이별을 그렇게 껌처럼 씹어 삼키며 한 달 만에 결혼을 하는 거야? 그래, 복수였다. 나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너 역시도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 나도 당신을 이용한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만남은 철저히 만들어진 필연의 관계였을 뿐…….

똑같은 상처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던 두 사람의 걸음이 어느 순간 같은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하는데……. 시작은 필연이나 끝은 인연이 될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1년 동안. 내 약혼녀로 있어 줘.”
순간, 머릿속이 굳어져서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듣자마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질러야 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으니 입이 열리지가 않는다. 저 남자가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에드워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그래, 그게 문제다. 저 남자는 지금 진심인 거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진실로 만들고 있는 거다!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야 백작님 정신 차려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헤나와는 달리 일을 저지른 에드워드의 표정은 지긋이 냉정했다.
“1년 동안 내 약혼녀가 되어 준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겠어. 더 이상 가정부를 하지 않아도 돼. 또한 볼테너 호텔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또한 원한다면 공부를 할 수 있게도 해주겠어. 솔직히 가정부의 위치로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볼테너의 약혼녀가 되어서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 기간은 1년이야.”
“만약, 이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이 들통 난다면 백작님은 무사하지 못 할 거예요.”
이건 사람들을, 그것도 언론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속이는 일이다. 감히 영국의 귀족이 그것도 세계적인 볼테너 호텔의 오너가 그런 짓을 했다간 그 파장이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상관없어.”
“또한 1년 뒤에 헤어진다면 그 파장도 만만치가 않아요.”
“그것도 내가 알아서 해. 미스 헤나에겐 결코 해가 되지 않게 할 거야. 모든 건 내가 책임져.”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을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오히려 자신이 다 책임질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저 남자의 모습에. 순간 헤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 까짓게 그렇게 대단해? 뭘 다 책임진다는 거야! 그저 혼자 다 끌어안겠다는 거잖아!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뭔데요? 그 여자 때문인가요?”
로빈이라고 불린 여자. 헤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에드워드의 흔들린 모습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그가 완전히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폭발했던 그 순간도 그 여자 때문이었다. 사진 속의 그 여자. 지금은 후작 부인이 되어 버린 그 여자!
에드워드의 시선은 떨쳐 내려 해도 상처 입히려 해도 온통 그 여자에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제 인생에 가장 큰 오점을, 어쩌면 크게 무너질 수 있는 그럼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오직, 그녀를 위해서.
“그녀와 나를 위해서야.”
“…….”
그의 고개가 떨어진다.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옛 과거의 기억. 젖어가는 목소리 속에서도 역시나, 그 여자가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간 그녀도 나도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없어. 그러니 내가 놓아야 해. 힘들지만 내가 해야만 해. 나 혼자 모든 욕을 먹고 손가락질 당하는 게 차라리 나아. 그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서서히 그의 시선이 헤나에게로 움직이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가슴이 이상하다. 수백 개의 바늘이 온몸을 쑤시는 것처럼 자꾸만 따끔거린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다.
“마지막 선물이자 작별이 될 거야.”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이 남자, 지독하고 엄청난 순애보다. 순간 그 사진 속에 적어 두었던 릴케의 시가 떠올랐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내 피가 흘러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루 살로메에 대한 강렬한 사랑으로 쓰인 시. 세간의 사람들은 이러한 릴케의 사랑을 집착이 뒤섞인 광적인 사랑이라 말하지만 어찌 보면 오직 사랑만을 외친 순수한 순애보가 아닐까. 마치, 지금의 저 남자처럼 그리고 이런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여자가 새삼 또다시 너무나도 부러워진다.
“그러니까, 부탁이야.”
결코 남에게 무릎 같은 거 꿇지 않을 것 같았는데. 생판 모르는 가정부에게 이렇게 고개까지 숙이는 모습에 헤나는 입안으로 씁쓸함이 맴돌았다.
“좋은 조건이긴 하네요. 볼테너의 약혼녀라. 가정부에겐 너무나도 파격적인 조건이라 어떤 감탄사를 터트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 한순간에 동화 속 공주님 되는 거예요? 신데렐라인가? 아니지 난 한국 여자니까 콩쥐겠다.”
“제 자신을 그렇게 말하지 마.”
“좋아요, 할게요.”
볼테너의 호텔도 약혼녀의 지위도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잠시 손을 잡아 주었던 그 일을 조금 더 해주려는 것뿐이다. 그래, 오직 그뿐이야.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냥 해주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조건? 아깐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무슨 조건이요?”
“간단해.”
간단하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저렇게 말하니 더 불안하다.
“그러니까 뭔데요?”
“결코, 날 사랑하지 말 것.”


<미리보기>

오랜만에 영국 버밍엄의 웅장한 성당 너머로 싱그러운 햇살이 마치 축복처럼 쏟아지며 그 위로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다채로운 조화를 이루며 풍만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순백의 신부를 축하하는 새하얀 종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고 있었고 아름답게 장식을 한 야외 정원엔 즐거운 결혼식의 노랫소리와 축복이 담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윽하게 울렸다. 그래, 행복하고 축복받은 결혼식이겠지. 하지만 내 눈엔 그저 아주 쌩 지랄로 보일 뿐.
헤나는 독기 어린 눈동자로 흰 장미로 만들어진 아치형의 결혼식장 입구를 바라보며 온갖 다양한 욕을 삼키고 있었다. 바람의 나부끼는 그녀의 단발머리칼이 왠지 모를 비장함마저도 감돌게 했다.
“개자식아. 네가 지금 뭘 한다고? 결혼?”
당장에 들어가서 그 자식의 멱살을 붙잡고 흔드는, 아니 흔드는 것으론 모자란다. 그날 때리지 못했던 주먹을 날려주고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에게도 이 더러운 자식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줘야 한다. 치졸하고 역겨운 물질주의자. 사랑을 오직 돈의 무게로만 따졌고 결국 이쪽이 더 무겁기에 2년이란 시간을 단 한마디로 통보하고서 내버리듯 던지곤 며칠이나 지났다고 한 달 만에 여기서 새로운 사랑을 속삭여? 웃기고 자빠질 노릇이다. 성주혁. 넌 그 뚫린 입으로 사랑을 말해선 안 돼. 그건 정말로 사랑하는 연인들에 대한 모욕이야. 그리고 오늘 난, 널 응징해야겠어!
그렇게 비장한 각오와 끓어오르는 복수심으로 결혼식장에 한 걸음 다가선 순간, 양 옆으로 등치 좋은 까만 양복의 경호원 둘이 그러한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초대장 좀 보여주십시오. 손님.”
“저기, 전 여기 축하하러 온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냥 잠시 들어가서 볼일만 보고 올 테니까 조금만 비켜줘요.”
“초대장이 없으시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그러니까! 내가 축하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니깐요! 난 그 자식의 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신부를 도와줘야 한다고요!<이런 썩을!>”
홧김에 한국말까지 내뱉으며 헤나는 발버둥 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명감 투철한 푸른 눈의 경호원들은 단단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서 자꾸만 뒤로 밀치려고만 했다. 아니 무슨 지들이 뭐라도 되는 거야? 무슨 결혼식에 경호원까지 세워 두고 유세 떨고 난리인데! 설마 내가 올 거란 걸 미리 알고 그런 건가? 이런 미친 자식!
“돌아가십시오!”
“이봐요! 잠깐만 들어갈게요! 제발요 잠깐이면 돼요! 10분만? 아니 5분, 5분만!”
시끄러운 실랑이 끝에 귀찮아진 경호원이 결국 어딘가로 연락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헤나를 거세게 밀쳐 버렸고 중심을 잃고 헛걸음질 치는 자신을 보며 그녀는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하며 눈을 꽉 감았다. 분명 엉덩이가 깨지고 말 거야! 하지만 그 순간,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지탱해 주더니 나지막한 보이스가 귓가로 떨어져 내렸다.
“여자에게 너무 험하다고 생각되는데. 보는 눈도 많고 말이지.”
“아, 백작님. 하지만 초대장이…….”
“내 손님이야. 들어가도 되겠지?”
“예! 무례를 범하여 죄송합니다.”
갑자기 태도가 180도 변해 버린 경호원을 지나쳐 헤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렇게 웬 남자에게 밀리듯 안으로 들어섰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오는 건 성공했고 자신의 엉덩이도 무사하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리고 말이지. 뭐, 좀 이상하게 풀리긴 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기대고 있을 겁니까?”
“아!”
이제야 자신이 그 남자에게 기대고 있다는 걸 깨닫고선 화들짝 앞으로 걸어 나와 제정신을 차리고서 고개를 돌렸다.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모습. 하지만 TV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늙은 중년의 신사가 아닌 상당한 미남자였다. 부드러운 다갈색 빛 머리칼이 깔끔하게 내려왔고 따스한 초콜릿 빛 눈동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새하얀 피부 위로 떨어지는 굵은 선을 따라 묵직하게 다물어져 있는 입술. 게다가 아까 잠깐 들었던 그 낮고 깊이 있는 보이스는 살짝 심장을 울리기도 했다.
“정신이 나갔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한다고…….”
“이 상황에 딴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시군요.”
“예?”
뭐랄까.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인데 왠지 가시가 돋친 듯 영 재수 없게 들린다. 기분 탓일까? 아닌데. 왠지 저 부드럽게 휘몰아치던 눈동자도 살벌한 눈보라가 치는 듯 보이는데. 설마, 기분 탓이겠지?
“딴 생각 다 하셨습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 주시죠.”
“예? 어디를요?”
“밖으로 말입니다. 결혼식에 초대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닙니까?”
“하, 하지만 그쪽 손님이라고…….”
“하지만 정말 제 손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절 아십니까? 전 그쪽을 오늘 처음 보는데.”
하긴 맞는 말이긴 했다. 저렇게 잘생긴 남자를 자신이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눈에 아주 미친 깍지가 씌어서 오직 성주혁. 그 자식만을 바라보며 2년을 살아왔다. 분명 그 자식은 다른 여자들과도 친하게 지냈을 테지만 그녀는 오직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니까 또 머리에서 천불이 떨어진다.
“물론 처음 보지만 저 도와준 거 아니었어요?”
“도와준 건 맞지만 들여보내준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초대장이 없다는 건 이 결혼식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건 반 정도 맞네요. 상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남자는 더 이상 말장난을 하고 싶지 않은지 잠깐 시계를 보며 미간을 찡그리곤 헤나를 향해 강한 한마디를 남겼다.
“아무튼 돌아가십시오.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서 말입니다.”
“아니, 그럼 차라리 처음부터 도와주지를 말던가.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제 그 면상을 보며 주먹을 한 방 날릴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가라고? 이 남자 성격 무지하게 이상하네. 하여간 남자들은 죄다 똑같아 저렇게 정중하게 말하면서도 사람 엄청 짜증나게 만들고 있잖아!
“보는 눈도 있는데 그렇게 실랑이를 펼치면 제 쪽에서도 조금 곤란해서 말입니다. 그쪽도 엄청 쪽팔리는 일은 면하지 않았습니까? 도와주고도 이런 욕을 먹다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 오지랖이 쓸데없는 짓을 한 것 같군요.”
“뭐라고요?”
“아무튼 당장 나가십시오. 이번엔 정말 경호원을 불러 끌어낼 테고 제 오지랖은 여기까지 일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차가워진 초콜릿 빛 눈동자가 헤나를 무섭게 노려보았고 그녀는 저런 신사에게서 쏟아지는 모욕적인 말에 역시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은 믿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억지로 고쳐 잡고선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라도 식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축하해요, 레이안느 양!”
“행복하세요!”
어디선가 펑펑 터지는 폭죽소리와 더불어 사람들의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나는 재빨리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한 떨기의 백합처럼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금발머리의 여자와 그녀의 손을 아주 소중히 잡고서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 나오는 성주혁. 그의 모습이 보였다.
헤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선 당장 달려가서 주먹을 날리고 어떻게든 이 결혼을 망가뜨려야 한다고 아우성치는데 몸은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떨어지는 꽃잎 속에서 연신 신부를 끌어안으며 뭐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는 그의 모습. 그리고 이내 웨딩 베일을 살짝 걷어내고선 부드럽게 키스를 하며 짤막하게 한마디를 속삭인다.
“사랑해, 영원히 사랑할게.”
‘사랑해, 헤나야. 널 영원히 사랑해.’
떨어져 있는 이 거리에서 왜 저 말이 이토록 커다랗게 자신의 귓가로 파고드는 걸까? 머릿속으로 이미 사라졌을 거라 믿었던 그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는 걸까?
헤나는 순간 자신의 옷차림을 쳐다보았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영국으로 달려왔기에 구겨진 흰 티셔츠와 물 빠진 스키니 진이 너무나도 안쓰러웠고 이틀이나 감지 못해 지저분한 머리칼이 이 순간 너무나도 창피하고 쪽팔렸다.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지금 이 상황이, 자신의 존재가.
“어디 가는 겁니까?”
“가라면서요.”
무미건조한 음성이 떨어지고 아까와는 달리 너무나도 쉽게 등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 했다. 그때 이어지는 차가운 목소리.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러나 싶네요. 너무 비참하다 진짜.”
결국, 헤나는 터벅터벅 결혼식장을 빠져나왔다. 그 자리에 홀로 남은 에드워드는 연신 키스를 하며 하객들 사이를 걸어가는 행복한 신혼부부의 모습과 쓸쓸하게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저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실랑이를 벌리는 동양 여자 때문에 볼테너의 이미지를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 그 작은 동양 여자의 당당하다 못해 겁이 없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눈동자에 흔들림이 보였고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바로 지금의 저 신혼부부를 보고서…….
에드워드의 시선이 다시 한 번 그들에게로 향했다. 영국에서 꽤 유명한 금융 기업의 외동딸인 레이안느 마르주엔이 갑작스럽게 한국의 동양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 소문이 사교계로 퍼지면서 꽤나 큰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그에겐 별 달리 감흥을 주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 신혼부부가 본가 호텔에서 묵겠다는 얘기와 더불어 버밍엄지점 호텔에서 피로연의 준비도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서 마르주엔가의 오랜 친분을 생각하여 이렇게 자신이 직접 오게 된 것이었다. 신랑인 한국계 동양인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썩 좋은 집안은 아니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오직 사랑 하나로 결혼을 하게 된 것인가?
“철이 없군.”
사랑 하나로 모든 걸 걸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예전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에겐 믿지 못할 감정이 되어 버렸으니까.
에드워드는 괜히 쓸데없는 잡념에 빠질 것 같아 재빨리 뒤돌아섰다. 저만치서 그의 비서인 존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한 모양이다. 도대체 왜 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 건지.
“훗, 이름도 모르는 여자한테 관심은 무슨 관심.”

하루 일과가 참 빠르게도 끝을 맺고 있었다. 성주혁 때문에 꿀꿀했던 기분이 백작 때문에 풀어졌다고 생각하자 역시 사람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구나, 라고 새삼 놀라워하며 옷을 갈아입고서 문득 불을 켜지 않아도 방이 환한 것 같아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커다란 보름달이 진한 빛을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여유롭게 달을 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모래 위로 쏟아지는 달빛이 반짝거려 마치 보석이 박힌 듯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데 그러한 아름다운 모래사장에서 누군가 홀로 앉아 병나발을 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야, 영국에서도 병나발을 부는구나. 그런데 누가 이렇게 혼자서. 잠깐, 백작?”
얼핏 봤을 땐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니까 왠지 백작 같았다. 아니 같았다가 아니야 저건 확실해. 도대체 저기 혼자 앉아서 뭔 짓이야?
“백작이라면서 혼자 청승맞게 뭐 하는 짓이야?”

독한 보드카를 병째로 마시면서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에드워드의 시선이 공허했다. 아니, 이미 그 공허한 시선 한가득 로빈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에드 괜찮아? 괜찮은 거지?’
전화로 자신을 걱정하는 어조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하나의 쇠사슬처럼 무겁기만 했다. 로빈이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며칠 뒤, 그녀와 그 사이에 작은 스캔들이 터지면서 한편으론 작은 복수를 할 수 있어 기뻤으면서 한편으론 그녀에게 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두 개의 마음에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해야 했다. 왜 이렇게 벗어날 수가 없을까. 자신을 그렇게 버린 그녀에게 왜 아직까지도…….
다시금 마시려는 보드카 병을 누군가가 잡고서 빼앗아가 버린다.
“혼자 우는 것도 청승이지만 혼자 술 마시는 것도 청승입니다. 백작님.”
갑자기 나타나선 빼앗은 보드카를 마셔버리는 헤나. 그러다 다시 토해내면서 온갖 다양한 인상을 써 댄다.
“우웩! 써! 이렇게 독한 걸 어떻게 병째 마셔요? 간이 남아나요? 목구멍 안 타요?”
헤나는 에드워드의 목구멍을 찔러 보며 말했고 그는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아 버리는 헤나는 자신이 가져온 맥주병을 입안에 털어내고선 기분 좋은 목소리로 외친다.
“크아! 이 맛이지. 역시 맥주가 짱이야.”
“어떻게 알았지? 여기 있는 거.”
“저 멀리서 나 청승맞게 있소, 라는 아우라가 막 풍겼거든요.”
“정말 웃기군. 아까까진 남자 때문에 그렇게 울었으면서.”
“그럼 백작님은 여자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
말을 하고서도 앗! 하며 헤나는 제 자신에게 또 먹통 밥통 하고 있을 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좀, 취한 것 같았다.
“하긴, 그렇긴 하네. 나도 미스 헤나랑 똑같네.”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들리는 제 이름이 이상하게. 묘하다.
“근데 누구야?”
“뭐가요?”
“당신 울린 그 남자.”
뭔가 가슴을 간질이는 그의 낮고 짙은 목소리에 헤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백작님에게 말해야 할 이유 없는 것 같은데요. 저도 백작님만큼이나 아파서요.”
왠지 저 사람도 그녀 자신만큼이나 아파하는 것 같았다. 조금 다른 거라면 그는 아직까지도 그 사람을 떠올리며 앓고 있는 열병이고, 자신은 부질없이 무너진 첫사랑에 대한 슬픔이고.
“당신도 그리움이고 청승인가? 나에게 했던 말이 결국 당신이었던 모양이군.”
“맞아요. 너무 청승을 떨어서 그 사람 결혼식도 찾아갔죠.”
에드워드는 결혼식이란 말에 순간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고 거기서 레이안느의 남편을 떠올렸다. 그래 성주혁이였던가? 그래서 그렇게 쳐다봤던 거구나. 그래서 유달리 그녀가 더 작게 보였던 거구나.
밤바다가 넘실대고 유난히 밝게 떠오른 보름달 아래에서 두 남녀는 그렇게 쓰디쓴 술보다 더 쓴 자신들의 상처에 병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 차갑지 않은 밤바람과 어둠 속에 달빛을 머금고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하나의 작은 노래처럼 그렇게 둘 사이를 유유히 흘렀다. 이미 반이나 마셨으면서도 에드워드의 얼굴엔 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 마실 땐 그래도 이 정도면 조금 알코올 기에 머리가 흔들렸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옆에 다른 사람의 온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하지만 헤나의 상황은 달랐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기에 고작 맥주 몇 모금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뜨거운 기운이 온 신경세포를 감돌며 엔도르핀이 마구 샘솟고 있었다. 반쯤 풀려 버린 표정으로 그녀는 고개를 까딱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별이 이곳에선 깨알처럼 박혀 또 다른 바다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는요, 제가 정말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했다고요. 나도 그 사람도 다! 같은 마음이라 생각했어요.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살짝 꼬인 혀로 뜬금없이 말을 이어가는 그녀는 이미 머리끝까지 취기가 올라온 것 같았다. 에드워드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고선 헤나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살며시 대답했다.
“나도 알아, 나도 그랬거든.”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대답에 헤나는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그와 눈을 마주했다. 에드워드는 순간 알코올에 흔들리는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생각보다 예쁘다고 생각했다. 마치 지금의 밤바다처럼 잔잔히도 흐르는 눈동자가

총 3개의 독자서평이 있습니다.
 그냥..저냥...펑범한 로맨스네요.  ca*** | 2012-07-23
외국남주라 봤는데 완젼 질질 끌고 에효 2권을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   vo*** | 2011-12-28
 두권으로 나뉘어야 할 분량인가싶긴 하지만 잘읽고있습니다.
2편구매하러 갑니다~  sa*** |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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