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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이정숙) 지음로망띠끄20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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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끼워 넣고 돌리는데 헛도는 게 느껴졌다. 갸웃거리며 도어 록을 만지려는 찰나 문이 확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나와 영현의 손목을 낚아챘다. 앗 할 새도 없이 안으로 끌어당겨져 가뿐하게 현관 벽에 몰아세워진 영현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장신의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와 있었어? 올 거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지.”
남자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영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만든 그림자가 영현의 가는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덮었다. 한 팔을 그녀의 머리 위에 기대고서 다른 손은 허리에 척 얹은 그의 매력적인 입술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는 웃고 있었지만 영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만사에 무심했던 것처럼 영현은 일률적인 표정과 눈매로 태준을 흘리듯 쳐다보고는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태준은 손을 움직여 진로를 탁 막고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어라, 대답 안 해줘?”
“야근했어. 어떤 철부지 신임 상사가 직권을 남용하는 바람에 말단 대리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거든.”
말을 끝마친 영현의 서늘한 눈매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철부지 신임 상사’는 가슴이 뜨끔해졌다. 지금 영현의 눈에는 ‘나 아주 화났어.’라는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준은 벽을 짚고 있던 손을 움직여 영현의 턱을 살짝 쥐고는 간지럼을 피우듯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화났구나? 그러지 말고 웃어봐. 나로서는 빨리 업무를 파악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어. 그것 때문에 말단 대리님께서 야근까지 하실 줄 알았다면 좀 더 천천히 일을 했지. 그나저나 회사에서 좀 보려고 했는데 통 보이질 않으시더군?”
얼굴을 가까이 가져온 태준이 금방이라도 입술을 겹칠 듯 고개를 비스듬히 틀고서 영현을 자극했다. 영현은 그 얄미운 입술을 피해가며 이유 있는 투덜거림을 흘렸다.
“도대체 그 발령 건은 어째서 사흘 전에야 자백한 거야? 며칠 동안 그것 때문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
그러나 영현의 쏟아지는 말들은 곧 불시에 겹쳐진 태준의 입술 안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부드럽게 빨면서 몇 번이나 겹쳐오는 입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아직 불만을 다 털어놓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입을 막아버리는 이 미운 남자를 영현은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가만히 있었다.
천천히 영현의 몸에서 긴장이 풀려나가는 것을 느낀 태준의 커다란 그림자가 이윽고 영현을 완전히 감쌌다. 꼼짝없이 벽과 그의 사이에 갇힌 영현은 두서없이 쏟아져 내리는 그의 숨결을 안으로 모조리 삼켜야 했다. 조여 오는 입술의 압박으로 숨이 막혀 헤어 나오려고 고개를 틀었지만 집요하게 추적해와 다시 덮어버리는 그의 젖은 살갗을 피할 수가 없었다.
겨우 구속에서 풀려났다가도 금세 다시 더운 호흡에 덮어버렸다. 혀를 구속하고서 보드랍고 말랑한 입 안의 분홍빛 살결을 잘근잘근 깨물고는 다시 혀를 감아올려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길고 짙은 키스였다. 결국 영현도 참지 못하고 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목을 휘어 감았다. 혀가 섞이는 습한 울림과 함께 부서질 듯 꽉 끌어당겨져 영현의 허리가 꺾였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짧은 키스를 반복하며 태준이 겨우 입술을 떼어냈을 때 영현은 한꺼번에 돌려받은 호흡을 정돈하기 위해 한동안 헐떡여야 했다. 태준이 그런 영현을 보며 빙긋 웃었다.
“차 대리 씨, 발령이 난 건 내 탓이 아니잖아? 난 오너가 아니니까. 고용된 몸이란 점에서는 나나 차 대리나 다를 바가 있어? 가라는 대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할 뿐이지. 안 그래?”
얄밉게 말한 태준은 자신의 타액으로 농밀하게 젖어 있는 영현의 입술을 손가락 끝으로 그렸다. 서늘한 눈매의 그는 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는 늘 이렇게 장난기를 뿜곤 했다. 태준을 말없이 노려보던 영현은 그의 어깨를 탁 쳐서 비키라는 뜻을 표현했다.
“일찍 말했다 한들 어차피 반응은 똑같았을 거잖아?”
비켜 지나가려는 영현의 손목을 태준이 다시금 강하게 틀어쥐었다. 한 발 정도 내딛던 영현의 몸은 방금 전으로 되돌아가 또다시 그에게 갇혀버렸다. 영현은 불만이 잔뜩 담긴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똑같다니?”
“싫어했을 거 아니야, 회사에서까지 날 봐야 한다는 것. 내 말이 틀려?”
“맞다면 다시 돌아갈 거야?”
도발하듯 묻는 영현을 내려다보는 태준의 커피색 눈동자에는 즐겁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영현은 그 눈빛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이 남자는 이번 전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정말 돌아가?”
“그래.”
“하지만 다시 강북으로 추방될 방법이 있어야지. 그러려면 회사 기밀 정보를 몇 개 팔아서 쫓겨나든가, 실적을 엉망으로 낮춰서 강등되든가, 몇 개 중에 골라야 하는데. 그래서는 회사가 불쌍하잖아. 회사가 위태로워지면 말단 대리에게도 영향이 갈 테고…… 에잇, 아무래도 안 되겠다. 차 대리를 위해서라도 꼭 이대로 있어야겠어.”
자못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조차도 장난치고 있는 거다, 이 남자는.
“아무튼 좀 비켜줘. 피곤하단 말이야. 샤워하고 잘래.”
그 말에 태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는 손등으로 영현의 뺨을 부드럽게 쓸고 내려가며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같이 할까?”
“시끄러워, 바보!”
“와 있었어? 올 거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지.”
남자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영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만든 그림자가 영현의 가는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덮었다. 한 팔을 그녀의 머리 위에 기대고서 다른 손은 허리에 척 얹은 그의 매력적인 입술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는 웃고 있었지만 영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만사에 무심했던 것처럼 영현은 일률적인 표정과 눈매로 태준을 흘리듯 쳐다보고는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태준은 손을 움직여 진로를 탁 막고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어라, 대답 안 해줘?”
“야근했어. 어떤 철부지 신임 상사가 직권을 남용하는 바람에 말단 대리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거든.”
말을 끝마친 영현의 서늘한 눈매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철부지 신임 상사’는 가슴이 뜨끔해졌다. 지금 영현의 눈에는 ‘나 아주 화났어.’라는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준은 벽을 짚고 있던 손을 움직여 영현의 턱을 살짝 쥐고는 간지럼을 피우듯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화났구나? 그러지 말고 웃어봐. 나로서는 빨리 업무를 파악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어. 그것 때문에 말단 대리님께서 야근까지 하실 줄 알았다면 좀 더 천천히 일을 했지. 그나저나 회사에서 좀 보려고 했는데 통 보이질 않으시더군?”
얼굴을 가까이 가져온 태준이 금방이라도 입술을 겹칠 듯 고개를 비스듬히 틀고서 영현을 자극했다. 영현은 그 얄미운 입술을 피해가며 이유 있는 투덜거림을 흘렸다.
“도대체 그 발령 건은 어째서 사흘 전에야 자백한 거야? 며칠 동안 그것 때문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
그러나 영현의 쏟아지는 말들은 곧 불시에 겹쳐진 태준의 입술 안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부드럽게 빨면서 몇 번이나 겹쳐오는 입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아직 불만을 다 털어놓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입을 막아버리는 이 미운 남자를 영현은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가만히 있었다.
천천히 영현의 몸에서 긴장이 풀려나가는 것을 느낀 태준의 커다란 그림자가 이윽고 영현을 완전히 감쌌다. 꼼짝없이 벽과 그의 사이에 갇힌 영현은 두서없이 쏟아져 내리는 그의 숨결을 안으로 모조리 삼켜야 했다. 조여 오는 입술의 압박으로 숨이 막혀 헤어 나오려고 고개를 틀었지만 집요하게 추적해와 다시 덮어버리는 그의 젖은 살갗을 피할 수가 없었다.
겨우 구속에서 풀려났다가도 금세 다시 더운 호흡에 덮어버렸다. 혀를 구속하고서 보드랍고 말랑한 입 안의 분홍빛 살결을 잘근잘근 깨물고는 다시 혀를 감아올려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길고 짙은 키스였다. 결국 영현도 참지 못하고 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목을 휘어 감았다. 혀가 섞이는 습한 울림과 함께 부서질 듯 꽉 끌어당겨져 영현의 허리가 꺾였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짧은 키스를 반복하며 태준이 겨우 입술을 떼어냈을 때 영현은 한꺼번에 돌려받은 호흡을 정돈하기 위해 한동안 헐떡여야 했다. 태준이 그런 영현을 보며 빙긋 웃었다.
“차 대리 씨, 발령이 난 건 내 탓이 아니잖아? 난 오너가 아니니까. 고용된 몸이란 점에서는 나나 차 대리나 다를 바가 있어? 가라는 대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할 뿐이지. 안 그래?”
얄밉게 말한 태준은 자신의 타액으로 농밀하게 젖어 있는 영현의 입술을 손가락 끝으로 그렸다. 서늘한 눈매의 그는 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는 늘 이렇게 장난기를 뿜곤 했다. 태준을 말없이 노려보던 영현은 그의 어깨를 탁 쳐서 비키라는 뜻을 표현했다.
“일찍 말했다 한들 어차피 반응은 똑같았을 거잖아?”
비켜 지나가려는 영현의 손목을 태준이 다시금 강하게 틀어쥐었다. 한 발 정도 내딛던 영현의 몸은 방금 전으로 되돌아가 또다시 그에게 갇혀버렸다. 영현은 불만이 잔뜩 담긴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똑같다니?”
“싫어했을 거 아니야, 회사에서까지 날 봐야 한다는 것. 내 말이 틀려?”
“맞다면 다시 돌아갈 거야?”
도발하듯 묻는 영현을 내려다보는 태준의 커피색 눈동자에는 즐겁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영현은 그 눈빛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이 남자는 이번 전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정말 돌아가?”
“그래.”
“하지만 다시 강북으로 추방될 방법이 있어야지. 그러려면 회사 기밀 정보를 몇 개 팔아서 쫓겨나든가, 실적을 엉망으로 낮춰서 강등되든가, 몇 개 중에 골라야 하는데. 그래서는 회사가 불쌍하잖아. 회사가 위태로워지면 말단 대리에게도 영향이 갈 테고…… 에잇, 아무래도 안 되겠다. 차 대리를 위해서라도 꼭 이대로 있어야겠어.”
자못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조차도 장난치고 있는 거다, 이 남자는.
“아무튼 좀 비켜줘. 피곤하단 말이야. 샤워하고 잘래.”
그 말에 태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는 손등으로 영현의 뺨을 부드럽게 쓸고 내려가며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같이 할까?”
“시끄러워, 바보!”
이정숙(릴케)
로맨스, 두근거림, 온갖 읽을 거리들, 수다가 있는 술자리, 그리고 가족을 사랑한다.
파초, 쿨러브, 퓨어 러브, 어른의 연애, 엔딩에서 시작 등 출간.
너를 사다, 내사랑 염라, 청소하실, 레옹?, 마성의 빌라 등 웹소설 연재.
총 33개의 독자서평이 있습니다.





























남주, 여주 정말 안타깝고 둘다 멋있어요.
구매는 몇년전에 했는데 이제야 평을 남기네요.
최소 다섯번은 정독했을 정도로 제 취향엔 딱입니다. jo*** | 2016-02-12

올려주신 서평은 자신의 소중한 마음의 창 입니다. 모두와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서평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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