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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귀문의 신부 2권

차혜영 지음가하에픽2017.03.19

판매정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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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 2,600원 |
적 립 금 | : 0원 |
파일용량 | : 828 K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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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13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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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이렇게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떠나보내기 싫으니. 이런 게 연정인가?”
좋은 성적으로 간호대를 졸업했으나 1년 만에 겨우 취직한 최다은. 그러나 첫 출근을 앞두고 도깨비 왕 가온가비의 신부가 될 위기에 처하는데…….
언니 진아의 도움으로 한 달의 반만 도깨비들의 마을에서 지내며 출퇴근을 하기로 하지만, 막상 출근해보니 병원의 원장은 도깨비인 반쪽자리 남편이고 병원 직원들은 전부 도깨비 아니면 귀신을 본단다. 게다가 나이트 근무를 하러 간 응급실에는 온갖 신들이 가득하다. 난 평범한 인간인데 정말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뿐인가. 인간과 도깨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은은 점차 결 좋은 회색 머리에 잘생긴 도깨비 가온가비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귀문과 인세를 넘나드는 도깨비 왕과 인간의 금단의 사랑.
“나는 오로지 모든 도깨비의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났어.”
귀신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 깃들었다.
“……그리고 각시는 오롯이 내 신부가 되기 위해 태어났고.”
만지면 만질수록 더 만지고 싶다. 안으면 안을수록 더 안고 싶다. 숨막히는 자신의 신부가 자꾸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가온가비’란 존재는 옅어지고 알지 못하던 존재가 대신 있었다.
“이보다도 더 운명적인 만남이 있을까.”
2. 작가 소개
차혜영(차혜英)
4월 21일, 황소자리. 파워풀한 제철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좋아하는 건 (비리지 않다면)먹는 것. 싫은 건 확실하지 않은 것. 취미, 기록하기.
좋아하는 연기자, 송중기. 좋아하는 연예인, B1A4.
자주하는 말, “배고파.”, (점심 먹으면서)“엄마, 저녁 뭐 먹어?”
블로그 운영 중, http://blog.naver.com/cjaa1002
ps. 토끼가 아니라 햄스터 오늘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 eBook 출간작
덕후와 마법사
소공자 길들이기
골방마녀와 로맨스
붉은 달 아래, 소녀
3. 차례
#4. ……틀렸어, 난 아마 안 될 거야.
#5. 그래도 생각보단 괜찮은 거 같아요.
#6. 당신은 어때요?
#7. 솔직히 말해봐.
#8. 관심 있어요.
#外傳. 성이 민이고 이름이 영입니다.
#外傳.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4. 미리 보기
웃음기 어린 검은 눈동자가 나를 가득 담고 있었다. 가온가비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산신이 탄성을 내지르는 것도, 다른 신들이 “뭐야, 뭐야?” 하며 몰려드는 것도. 그런 날 그는 가볍게 끌어 뒤로 숨겨주었다.
“정말 진아의 동생이야?”
“네. 친동생.”
“처제!”
처제? 내가 언니 동생이라니까 주왕산 산신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꼬마 산신께서는 가온가비를 밀치고 내 두 손을 잡으려 했지만 아주 가볍게 저지당했다. 응, 아주 가볍게 막혔다. 그는 기다란 팔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날파리 쫓듯 꼬마 산신님을 몇 번이고 가볍게 밀쳤다.
“왜? 왜 그러는데? 한때 저 아이의 형부가 될 뻔한 자로서 제대로 된 통성명하는 것도 안 되나?”
그러고도 포기 못 한 주왕산 산신의 얼굴은 바람 들어간 풍선처럼 빵빵해졌다. 그런 주왕산 산신을 말린 건, 남산 산신님이셨다.
“주왕산, 잊었나? 진아는 ‘이쪽’과 가족의 접촉을 극히 꺼렸지 않았나.”
언니가 꺼렸어? 하긴, ‘이쪽’에 시집보내는 것 자체를 반대했었으니까. 결혼할 뻔했던 날 야차 같은 표정으로 혼례상을 엎어버린 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뭐? 무얼 말하려고.”
“지금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건 진아가 어느 정도 묵인했으니까!”
“아, 그건 착오입니다. 주왕산.”
“무슨 소리야, 가온가비. 착오였다고?”
“예. 전산착오였어요, 그건.”
전산착오?
“그땐 진아 각시의 동생인 줄도 몰랐고, 기운이 강하기에 뽑았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예전처럼 진아 각시의 동생이었고 진아 각시의 기운이 묻은 거였어요.”
뭐야……. 나, 언니 대신이었어?
신님들은 가온가비의 말에 좀 얌전해지고 가온가비는 차분해진 신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그래도 기뻐요! 전산착오래도 취직해서 진짜 행복한걸요?”
흰 가운 뒤에서 나와 활짝 웃었다. 그도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감추려 더 크게 웃었다.
“그러니까 다들 적당히 해주세요. 다은 각시는 평범한 일반인이니까.”
나는 그렇게 흥분한 산신님들 사이에 던져졌다. 그런데도 나는 그의 미소와, 상처받은 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 ◆ ◇
- 피곤했겠네.
“응. 그러고 또 근무일정이 조정되어서 어제까지 나 이틀 연속 귀문으로 나이트 하고 오늘은 데이 하고 왔잖아.”
- 왜?
“산신님들께서 좋아하신다고. 일하기 편하다고 헤드 샘이 나 귀문 나이트로 못 박으셨다? 게다가 그분들이 언니에 대해 어찌나 관심이 많으시던지. 언니가 언제 산에 갔다 왔네, 그때 뭐 놔두고 갔네. 그런 거로 서로 배틀하셔. 자랑 배틀.”
- ……그분들이 그러시드나?
“응. 그러니까 언니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산에 좀 자주 가라.”
하아. 전화선 너머 들려오는 언니의 깊은 한숨이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 ……하……. 그래, 알았다. 니는 잘 지내는 것 같네. 조금만 더 참아라. 며칠 후에 집 오제? 음, 20일 맞나?
“응. 나이트 끝나고 바로 갈 거야.”
- 그래서 한탄은 다 했나?
“응. 다 했어.”
- 그럼 엄마한테 전화 좀 해라. 어무이 걱정이 하늘을 찌른다. 내 윽수 짜증난다고. 내도 일하느라 바쁜데 엄마가 자꾸 니한테 전화해라, 가봐라, 시키신다고. 니가 애도 아니고.
“알았어.”
- 피곤한데 쉬라.
뚝. 언니와의 전화가 끝났다. 다은은 그제야 깊은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 나이트 근무 내내 언니에 대해 질문하는 산신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던가. 언니는 여전히 컸다. 여전히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 돗가비 마을에서 이렇게 대접받으며 있을 수 있는 것도, 백야병원에 취직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언니의 그늘이었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랬다. 설렁설렁해도 중간 이상을 하는 언니. 자신은 그저 비교 대상 혹은 뛰어넘어야 하는 산. 언니가 잘되면 잘될수록 자신의 마음 한구석은 답답해졌다. 묘하게 언니와 자신을 비교하는 시선. 왜 언니만큼 못 하냐고 채근하는 주위로부터 들어오는 무언의 압박.
딱 한 번은 역전했었다. 자신이 지역 명문 간호학과 입학 2년 후, 언니의 학사 졸업. 그때부터 다은은 자신이 언니를 앞질렀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땐 학교 타이틀만 보였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니 인문대생과 간호학과생의 차이가 보였다.
그 승리감은 언니가 졸업하고 나서 더 강해졌다. 드디어 크게만 느껴졌던 언니를 뛰어넘었단 생각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짜릿했다. 취업준비생인 언니가 한심하게 보인 것도 있었다.
그래도 언니는 언니라. 취직 때문에 속상한 언니가 밤마다 남몰래 강소주 까는 모습은 마음이 안 좋았었다.
그러면서도 다은은 언니가 자신을 부러워하길 바랐다.
‘노력만 하면 보장된 안정적인 미래’.
그때 언니에겐 없는 것을 자신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니는 숨죽인 호랑이처럼 잔뜩 웅크려 있다가 보란 듯이 성공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물었다. 언니는 그저 행복하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제야 다은은 깨달았다. 언니는 자신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신과 비교도 하지 않았음을.
발밑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깨달기도 전에 졸업했고 백수가 되었다. 아니, 언니의 개인 간호사가 되었지. 꽤 상세한 근로계약서를 내밀던 언니는 그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꼬박꼬박 월급을 지급했다.(인상적일 정도로 사무적인 태도였다.)
게다가 도깨비들이나 산신처럼 인간이 아닌 것들과의 인연까지. 결국, 그것으로 나는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의 결혼은 취소되었고, 취직을 했다. 내 힘이 아니었다. 언니의 힘이었다. 언니가 미웠다. 자기가 뭔데, 무슨 노력을 했는데. 착오란다. 내가 취직을 한 것이 착오란다. 결국 나는 여전히 언니의 그늘, 부처님의 손바닥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더는 비교당하고 싶지 않아. 난 언니의 대리가 아니야.
밤보다 더 어둑어둑한 마음이 점점 몽실몽실 커질수록 꾹 쥔 주먹은 펴질 생각을 않았다. 항상 몇 발자국 앞서는 언니, 그 뒤를 쫓는 자신.
“각시?”
자신을 부르는 나직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오롯이 저만 보는 사람…… 아니, 도깨비가 있었다. 순간 자신을 잡아먹을 정도로 커다랬던 검은 마음이 자체발광하는 저 얼굴 덕분에 싹 사라졌다.
“뭐, 뭐예요? 지금 병원 있을 시간 아니에요?”
“……이 각시야, 오늘 일요일이야.”
“아. 맞다.”
멍한 얼굴로 끄덕이니까 그가 어쩔 수 없단 얼굴로 작게 웃었다.
“바보 같은 건 진아 각시랑 똑같네.”
게다가 한숨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까지.
“언니랑 나랑 똑같다고요?”
“응. 이럴 땐.”
잘못한 것 하나 없는 언니 때문에 나빠졌던 다은의 기분이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 도깨비에겐 눈치란 거 없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괜찮아. 진아 각시가 좀 더 바보 같으니까. 엄청 계산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정작 중요할 땐 계산적이지가 못한다니까. 아주 인간다워.”
언니인 진아에 대해 신랄한 평가를 빙자한 욕을 아주 대놓고 하는 가온가비의 용기에 다은은 절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솔직히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언니를 언제부터 알았어요?”
“음……. 2009년? 그때일걸? 그때 다은 각시 몇 살이었지?”
“중2였으니까, 열다섯이요.”
“맞네, 맞아. 응, 그때부터 알았지. 그 이후로 잘 보진 못했지만. 다시 만났을 때 성격이 많이 달라져 있어서 놀라긴 했지.”
혼례상을 부수던 언니를 떠올리는지, 그의 안색이 파리했다. 그 마음, 다은은 백번 공감했다. 그걸 본 이상, 트라우마로 남지 않는 게 이상한 거다. 그러므로 그런 모습을 수없이 보고도 언니랑 결혼한 형부가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음, 그래도 ‘진아’인 건 변하지 않았더라고. 그거 하나는 그때 어렸던 진아 각시 그대로였어. 여전히 강해. 역시 지킬 것이 있는 인간은 대단해.”
“대단해요?”
“그러엄!”
두 눈 동그랗게 뜨고, 팔을 휘젓기까지 하며 언니가 대단하다고 어필하는 가온가비는 또 기분이 나빠서 입술이 또 삐죽 나왔다. 다들 최진아, 최진아.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물론 언니는 언제나 다은이 자신보다 척척 잘해내긴 했다. 스스로 입시 정보를 끌어모아 대학교 가고 꽤 괜찮은 벌이의 프리랜서에다 저만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까지 성공. 그래, 나보단 잘하긴 하지. 그에 비하면 나는…….
“……그래서 날 신부로 선택했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는 언니니까…….”
참고 또 참았던 자격지심이 스멀스멀 삐져나왔다. 지금 자신이 못난 걸 알지만 다은은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언니보다도 못한 날 선택했냐고요.”
그가 홍채 구분도 없이 새까맣기만 한 두 눈을 동그랗게 떠서 한참을 저만 또 바라봤다. 그 눈 안에 자신은 못난 표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얼굴색은 붉으락푸르락, 입술은 앙다물고 뜬 눈은 날카롭게 그를 노려볼 거라고 다은은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 깨끗한 검은 눈 안에는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눈가가 발간 자신이 있었다. 사라락, 그의 결 좋은 회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숨기던 그는 곧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을 마주했다. 똑바로 마주 보는 그 눈동자를 어쩐지 피하고만 싶었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너무 곧아서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야. 그래서 다은 각시가 아니야.”
“그럼……, 그럼요?”
“다은 각시니까.”
아, 그의 검은 눈이 휘영청 휘었다. 그의 손가락이 나의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 몇 가닥 쥐었다. 어깨를 살짝 덮는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야살스레 웃는 눈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세상도, 시간도 멈췄다.
“다은 각시도 하나도 안 변했어.”
“네?”
“그때랑 ‘다은’인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여기 처음 왔을 때 놀랄 만도 했을 텐데, 혼례식 날도 그랬고. 무작정 소리지르지 않았지?”
“네…….”
“도깨비들한테도 막 대하지 않았고.”
“…….”
“여전히 착하고 상냥해.”
가온가비의 눈 속에 가득 들어앉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울처럼 그의 눈에 비친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바보 같기도 했고 설레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은 각시가 덜떨어진 게 아니야. 진아 각시랑 다른 것뿐이지. 그리고 우리 둘은…….”
언제부터인지 그가 만지작거리던 내 머리카락 위로 그의 입맞춤이 소나기처럼 내려앉았다. 노골적이라면 노골적이고, 신사적이라면 신사적인 유혹에 나는 부르르 떨었다. 그저 머리카락뿐인데, 뺨이 홧홧해졌다.
“운명인걸.”
“저, 저……. 이거 좀 놔줄래요?”
“싫어.”
거기에 운명, 운명이라니. 손끝이 오그라들 정도로 간질간질하고 예상치 못한 단어 선정에 황급히 머리카락을 빼려고 했지만, 오히려 손이 잡혔다. 잡힌 왼손 위로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히익.
온몸이 감전된 듯 짜릿하고 발끝이 절로 오므라들었다. 평생 느끼지 못한 감각에 당황해서 발버둥쳤지만, 어느샌가 두 손 다 그의 단단한 한 손에 얌전히 잡혔다. 그의 한쪽 팔이 다정하고도 천천히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조심스레 침구 위로 날 눕히는 그의 검은 눈엔 균열이 가 있었다. 그 균열 사이로 신사 내지는 ‘사내’가 있었다.
“나는 숙이한테 딸을 달랬지. 큰딸인지 작은딸인지 말한 적은 없거든. 그런데 다은 각시한테 ‘내 신부’의 표식이 있었어.”
명백히 나를 바라는 명확한 눈빛에 홀린 듯싶었다. 어릴 적 외할머니 옛날 옛적 이야기 속 도깨비불에 홀린 사람처럼 나는 나를 여자로 바라보는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면 된 거야.”
……아. 그 순간 깨달았다. 틀리지 않았다. 그는 내 인생의 오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