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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럭셔리 로맨스 2권

까망밤 지음로망띠끄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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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5760-3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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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로맨스
(Luxury romance)
상류층 사회 부와 명예가 팽배하는 그 곳
가진자들만이 발을 들여놓는 사회
그 곳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단 하나의 이유.
숨막히는 그 곳에서
미치도록 사랑하고, 미치도록 널 원하다
-대영그룹 실장 / 이도혁
작은 오해의 씨앗을 만들어버린 그 놈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 넣을거라 그리 다짐했다.
지난 시간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흠집을 내 놓은 그들에게 진정한 절망을 맛보게 해줄거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그 아이를 놓지 않을거다. 대학교 졸업 후 외국생활 5년.
사랑을 잃고 철의 심장이 되어 돌아온 그가 다시 그녀를 찾아 헤메기 시작한다.
재벌2세, 상위 0.5%라는 수식어 따위 자신의 심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어줄 각오도 되어있다.
-대영그룹 신입사원 / 한세영
재벌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자신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버틸 수 있던 이유.
자신에게 처음이라는 걸, 진정이라는 걸 맛보게 해준 그 아이.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고, 그에게서 배신이라는 것 또한 배웠다.
죽을힘을 다해 사랑하고, 미칠듯이 좋아했는데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건 배신 뿐.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이별통보를 하고야 말았는데, 그랬던 아이가 5년 후 자신을 찾아왔다.
절대 기억하지 않겠다고, 다신 사랑하지 않을거라 다짐했는데 어느덧 다짐이 무너지려한다.
죽었던 심장이 또다시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고, 가슴 속 시계바늘이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대기업 재벌들만이 거주한다던 모 동네의 으리으리한 대저택. 일찍 일어나 개운하게 샤워를 끝마치고, 옷장문을 열었다. 한 번에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가지런히 잘 다려진 와이셔츠들. 그 중 세 번째에 걸려있던 셔츠를 꺼내 입자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가 한순간 눈앞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평소 습관대로 윗 단추 한 개를 풀러놓고,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셔츠 단추를 잠가 나갔다. 답답해서 잘 매지 않던 넥타이 또한 능숙한 솜씨로 메고는 서랍을 열어 빛나는 은색시계를 꺼내 손목에 찼다.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가며 바지와 세트인 검은색 정장 마이를 몸에 걸치며 도혁은 방문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자 미리 대기되어있던 검은색 승용차에서 단정한 차림의 남자가 나와 그를 맞이했다. 말없이 뒷좌석에 탑승하고 나자 서있던 남자도 운전석으로 와서 차 문을 열고 탔다. 백미러로 힐끔 보며 도혁의 얼굴을 본 남자는 역시나 소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차갑고, 무뚝뚝한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대영그룹 회장의 외동아들 이도혁. 대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5년간의 연수를 끝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다음부터는.”
힐끔힐끔 백미러로 바라보고 있을 때, 고개를 돌리고 있던 도혁이 백미러 속 사내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건넸다. 차가운 냉기가 흘러넘치는 낮은 보이스에 사내는 흠칫 놀랐다.
“내가 직접 운전하고 다닐거니까 이렇게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예? 아, 네.”
회사로 가는 내내 차 안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건지 창밖을 바라보는 도혁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그를 맞이하러 나온 남자가 있었다. 박세호. 대영그룹의 비서실장이자, 도혁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인 이석곤 회장의 비서역할을 하던 인물. 게다가 미국에서 연수를 받을 무렵, 그의 도움을 종종 받곤 했다.
“오셨습니까, 실장님.”
고개를 끄덕이고 도혁이 먼저 회사안으로 들어가자 뒤이어 세호가 그의 뒤를 따랐다. 대한민국에서 모 유명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약 3년간의 연수를 거쳐, 미국지사로 들어가 2년간 좋은 실적을 내고 돌아왔다. 어쩌면 회장인 석곤보다 더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을지도 모를 위인으로 보이는 도혁의 등장에 회사 내에서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각 부서별로 대영의 외동아들이자 인물좋고, 능력좋은 남자가 오늘 입사한다는 소식이 쫘악 퍼져있던 상태였다.
“이곳이 바로 오늘부터 실장님께서 근무하실 곳입니다.”
세호의 안내를 받아 도혁이 안으로 들어가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이 하나같이 고개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고개만 까딱이고는 그대로 실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봤어? 진짜 소문대로네?”
“그치 내말이 맞지? 거봐 정말 잘생기고 완전 능력도 좋다니까? 이번에 미국지사에서 업계 최고 1위 실적인가 뭔가 하여튼 대단한 뭘 했다는데 장난 아니래.”
“몸매 봤어? 어우 죽이더라.”
여사원들의 소곤거리는 말소리는 실장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잠잠해졌다. 실장 이도혁이라는 명패를 한번 바라보고 도혁은 그대로 마련되어 있던 책상에 앉았다. 이곳이 앞으로 그가 일할 회사이자,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박 비서님도 굳이 이렇게 나와 있을 필요는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 양 손에 깍지를 껴고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기 전에 청소라도 해놓은 건지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다.
“회장님은 뵈셨나요?”
“아뇨. 있다가 올라가 볼 겁니다. 참 그리고 제가 연락드렸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아,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도혁의 말에 세호는 손에 들고 있던 파일에서 종이를 꺼내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 제일 위에 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도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쓰여있는 글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지금은 그냥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전에 살던 곳에서 이사를 가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습니다. 별로 특이한 사항은 없는 거 같고, 나머지는 실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세호의 말을 들으며 도혁의 얼굴빛에 생기가 감돌았다.
한세영.
사진 옆에 박혀있는 검은 글씨를 바라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수고하셨어요. 어떻게든 제가 말씀 드렸던 대로 스카우트 하세요. 그리고 제 이름은 절대 거론하시지 마시구요.”
“알겠습니다, 실장님”
“그만 나가보세요, 참.”
“네?”
“다음부터는 차 대기시키지 말고 제가 운전할 차를 준비해주셨음 좋겠네요.”
“아, 예. 알겠습니다.”
세호가 문을 열고 나가자 도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에 종이를 들고 그는 창가로 가서 섰다. 창문 너머로 내리쬐던 햇빛이 그의 머리서부터 아래로 찬찬히 내려오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종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잊으려고 애써 봐도, 아무리 지워보려 노력해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녀를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이유도 모르고 심장에 칼을 박아 넣어야 했던 그녀를 미워서라도 떨쳐 내버리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숨이 막히고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던 그 시절 난생 처음으로 심장을 통째로 떼어준 아이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도 아무렇지도 않을만큼 열렬히 사랑했던 아이. 적적하고, 고독한 이 세계에서 살아갈 이유를 준 유일한 사람. 그랬기에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따스한 햇살너머 그림자 진 도혁의 얼굴위로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미리보기>
“죄송합니다.”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가느라, 그들을 툭툭 건드렸다.
“아, 뭐야.”
부딪힌 사람들이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 생각 뿐이었다.
“어, 세영아!”
세영의 모습을 발견한 선우가 그녀에게 다가오려다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 세영의 뒤로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도혁의 모습 또한 봤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 다 심상치가 않았다. 세영은 그렇다치고, 도혁 역시 굉장히 화가 난 듯 했다.
“뭐, 뭐지?”
다시 만나기만 해보라는 둥, 미치겠다는 둥. 중얼중얼 밖으로 빠져나와 높은 구두를 내려놓으며 계단을 내려가려던 세영은 이내 강한 힘에 의해 몸을 뒤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다리길이 차이에서부터, 옷차림까지. 도혁이 그녀를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럴줄 알았다는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세영의 얼굴을 마주하는 도혁의 눈빛은 흔들리다 못해, 경직되어 있었다.
“뭐야 너.”
“이거 놔.”
“뭐냐고 물었어.”
밝은 곳에서 벗어나, 그림자 진 구석으로 세영을 데리고 올라온 도혁이 그녀를 벽 앞에 밀치고 물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세영의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드레스차림을 눈으로 주욱 훑어보았다.
“이거 놓으라고 말했어.”
“뭐야, 약속이 있다더니 겨우 이런 옷이나 입고 거기 서있는 거였어?”
“그런 거 아니야. 놔.”
어느 누구도 지지 않겠다는 듯 눈 한번 꿈뻑하지 않았다. 얼마나 가까운지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지 않은지 오래였고, 서로의 목소리만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약속이 있는 건 그렇다치자, 하지만 세영이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꼴로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다.
“뭐하는 거냐고 지금.”
으스러져라 팔을 억세게 붙잡고 건조한 음성으로 말을 건네는 도혁의 눈을 응시하며, 세영은 잠시 말없이 서있었다. 가만, 자신이 지금 왜 이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해야만 하는 거지?
“니가 알거 없잖아.”
그가 화를 내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세영은 이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니가 뭔데 나한테 그걸 물어? 말했지. 회사 내에서 아님 나 아는 척 하지마.”
살을 에는 듯 차가운 세영의 목소리에 도혁의 눈빛은 더욱더 새까맣게 타올랐다.
“말 하라고. 니가 왜 여깄는지.”
“글쎄, 니가 알 필요 없다니깐!”
“말 해!”
“싫다고!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뭘 착각하나 본데 우리 끝난지 오래거든? 니 행동 정말 이상해 그거 알아? 정말 웃기는 놈이다 너. 왜, 헤어지고 나니까 내가 아까운거 같았어? 아님, 이 여자 저 여자 간보고 그러는 이기적인 놈이야 너? 아, 맞다 너 그런 놈이었지 참.”
“뭐?”
세영의 말에 도혁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톡톡 쏘아붙이며 앙칼지게 말하는 세영의 표정 역시 함부로 녹일 수도 없을 만큼 꽁꽁 얼어있었다.
“말했지. 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나 너 꼴보기도 싫어. 왜, 얘기해줄까?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가장 후회스러웠던 때가 언제일줄 알아? 널 만나고, 널 알게 되었다는 거. 몸서리 치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증오스러워. 어쩌다 널 만났을까 왜 미쳤다고 그런 착각이나 하고 살았던 걸까. 지금도 그래 아니, 지금은 더하지. 니 얼굴만 봐도 혐오스럽거든 숨도 못 쉴 만큼.”
주먹을 꼭 쥐고, 가녀린 어깨를 부르르 떨며 또박또박 말했다. 똑똑히 알아두라고, 이젠 분명히 알아두라고. 그래서 다신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지 말았음 좋겠다고, 세영은 도혁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도혁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다 못해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세게 흔들리던 눈이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한 곳에 머물렀다.
“그러니까 그만······.”
이내 참지 못하겠다는 세영이 팔목을 비틀며 말을 하자, 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다가간 도혁이 이내 그녀의 입술을 단번에 삼켜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세영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팔목을 강하게 잡고있는 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갑작스레 느껴지는 입술의 말캉한 감촉에, 그녀의 오감이 모두 반응해 버렸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정말 거칠게 도혁은 세영의 입술을 열어버렸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그녀의 입술은 스르르 열렸다. 이내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혀까지 밀어넣자 그제서야 세영의 몸이 움찔했다. 이 감각, 이 느낌. 얼마나 생각하고, 또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머리는 몇 백 번, 몇 천 번을 아니라고 우겨도 가슴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 영혼까지 내다바칠 수 있을 만큼 사랑했던 남자와의 키스. 비록 죽일 만큼 밉고, 증오스러워도 온 몸이 짜릿해질 만큼 황홀하다. 그간 힘들었던 기억들은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을 만큼 간절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찾은 듯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죽어있던 심장이 펑 하고 터져버릴 만큼 미친듯이 뛰어댄다. 묘하게 낯설지만 너무도 익숙한 느낌. 하지만 이내 이성을 거스르려는 욕구를 겨우겨우 억제하며 세영은 팔을 휘저었다. 그렇지만 쉽게 풀어줄 만큼 도혁의 손아귀 힘은 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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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최악이야, 너.”
그녀가 깨물어 놓은 입술 자국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다시는 보기도 싫다는 듯 어깨를 밀치고 걸어나가자, 도혁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만 밀어붙이고 말았다. 세영을 처음 회사로 입사시키는 순간부터 그리 다짐했건만. 절대로 빠르게, 위험하게 그녀에게 다가서지 말자 그리 세뇌를 시키고 또 시켰건만, 결국 결심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손가락으로 피가 새어나오는 입술을 스윽 문질러보았다. 새빨간 혈흔이 묻어나오는 작은 상처가 생긴 입술보다 더욱 아프고 참지 못하겠는 건 자신을 진심으로 매몰차게 쳐다보던 그녀의 차가운 눈빛이었다. 이토록 그를 밀어낼 줄이야. 가슴 한 켠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Luxury romance)
상류층 사회 부와 명예가 팽배하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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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그 곳에서
미치도록 사랑하고, 미치도록 널 원하다
-대영그룹 실장 / 이도혁
작은 오해의 씨앗을 만들어버린 그 놈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 넣을거라 그리 다짐했다.
지난 시간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흠집을 내 놓은 그들에게 진정한 절망을 맛보게 해줄거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그 아이를 놓지 않을거다. 대학교 졸업 후 외국생활 5년.
사랑을 잃고 철의 심장이 되어 돌아온 그가 다시 그녀를 찾아 헤메기 시작한다.
재벌2세, 상위 0.5%라는 수식어 따위 자신의 심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어줄 각오도 되어있다.
-대영그룹 신입사원 / 한세영
재벌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자신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버틸 수 있던 이유.
자신에게 처음이라는 걸, 진정이라는 걸 맛보게 해준 그 아이.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고, 그에게서 배신이라는 것 또한 배웠다.
죽을힘을 다해 사랑하고, 미칠듯이 좋아했는데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건 배신 뿐.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이별통보를 하고야 말았는데, 그랬던 아이가 5년 후 자신을 찾아왔다.
절대 기억하지 않겠다고, 다신 사랑하지 않을거라 다짐했는데 어느덧 다짐이 무너지려한다.
죽었던 심장이 또다시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고, 가슴 속 시계바늘이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대기업 재벌들만이 거주한다던 모 동네의 으리으리한 대저택. 일찍 일어나 개운하게 샤워를 끝마치고, 옷장문을 열었다. 한 번에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가지런히 잘 다려진 와이셔츠들. 그 중 세 번째에 걸려있던 셔츠를 꺼내 입자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가 한순간 눈앞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평소 습관대로 윗 단추 한 개를 풀러놓고,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셔츠 단추를 잠가 나갔다. 답답해서 잘 매지 않던 넥타이 또한 능숙한 솜씨로 메고는 서랍을 열어 빛나는 은색시계를 꺼내 손목에 찼다.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가며 바지와 세트인 검은색 정장 마이를 몸에 걸치며 도혁은 방문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자 미리 대기되어있던 검은색 승용차에서 단정한 차림의 남자가 나와 그를 맞이했다. 말없이 뒷좌석에 탑승하고 나자 서있던 남자도 운전석으로 와서 차 문을 열고 탔다. 백미러로 힐끔 보며 도혁의 얼굴을 본 남자는 역시나 소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차갑고, 무뚝뚝한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대영그룹 회장의 외동아들 이도혁. 대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5년간의 연수를 끝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다음부터는.”
힐끔힐끔 백미러로 바라보고 있을 때, 고개를 돌리고 있던 도혁이 백미러 속 사내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건넸다. 차가운 냉기가 흘러넘치는 낮은 보이스에 사내는 흠칫 놀랐다.
“내가 직접 운전하고 다닐거니까 이렇게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예? 아, 네.”
회사로 가는 내내 차 안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건지 창밖을 바라보는 도혁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그를 맞이하러 나온 남자가 있었다. 박세호. 대영그룹의 비서실장이자, 도혁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인 이석곤 회장의 비서역할을 하던 인물. 게다가 미국에서 연수를 받을 무렵, 그의 도움을 종종 받곤 했다.
“오셨습니까, 실장님.”
고개를 끄덕이고 도혁이 먼저 회사안으로 들어가자 뒤이어 세호가 그의 뒤를 따랐다. 대한민국에서 모 유명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약 3년간의 연수를 거쳐, 미국지사로 들어가 2년간 좋은 실적을 내고 돌아왔다. 어쩌면 회장인 석곤보다 더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을지도 모를 위인으로 보이는 도혁의 등장에 회사 내에서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각 부서별로 대영의 외동아들이자 인물좋고, 능력좋은 남자가 오늘 입사한다는 소식이 쫘악 퍼져있던 상태였다.
“이곳이 바로 오늘부터 실장님께서 근무하실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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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실장님.”
고개만 까딱이고는 그대로 실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봤어? 진짜 소문대로네?”
“그치 내말이 맞지? 거봐 정말 잘생기고 완전 능력도 좋다니까? 이번에 미국지사에서 업계 최고 1위 실적인가 뭔가 하여튼 대단한 뭘 했다는데 장난 아니래.”
“몸매 봤어? 어우 죽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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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박 비서님도 굳이 이렇게 나와 있을 필요는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 양 손에 깍지를 껴고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기 전에 청소라도 해놓은 건지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다.
“회장님은 뵈셨나요?”
“아뇨. 있다가 올라가 볼 겁니다. 참 그리고 제가 연락드렸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아,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도혁의 말에 세호는 손에 들고 있던 파일에서 종이를 꺼내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 제일 위에 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도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쓰여있는 글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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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호의 말을 들으며 도혁의 얼굴빛에 생기가 감돌았다.
한세영.
사진 옆에 박혀있는 검은 글씨를 바라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수고하셨어요. 어떻게든 제가 말씀 드렸던 대로 스카우트 하세요. 그리고 제 이름은 절대 거론하시지 마시구요.”
“알겠습니다, 실장님”
“그만 나가보세요, 참.”
“네?”
“다음부터는 차 대기시키지 말고 제가 운전할 차를 준비해주셨음 좋겠네요.”
“아, 예. 알겠습니다.”
세호가 문을 열고 나가자 도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에 종이를 들고 그는 창가로 가서 섰다. 창문 너머로 내리쬐던 햇빛이 그의 머리서부터 아래로 찬찬히 내려오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종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잊으려고 애써 봐도, 아무리 지워보려 노력해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녀를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이유도 모르고 심장에 칼을 박아 넣어야 했던 그녀를 미워서라도 떨쳐 내버리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숨이 막히고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던 그 시절 난생 처음으로 심장을 통째로 떼어준 아이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도 아무렇지도 않을만큼 열렬히 사랑했던 아이. 적적하고, 고독한 이 세계에서 살아갈 이유를 준 유일한 사람. 그랬기에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따스한 햇살너머 그림자 진 도혁의 얼굴위로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미리보기>
“죄송합니다.”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가느라, 그들을 툭툭 건드렸다.
“아, 뭐야.”
부딪힌 사람들이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 생각 뿐이었다.
“어, 세영아!”
세영의 모습을 발견한 선우가 그녀에게 다가오려다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 세영의 뒤로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도혁의 모습 또한 봤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 다 심상치가 않았다. 세영은 그렇다치고, 도혁 역시 굉장히 화가 난 듯 했다.
“뭐, 뭐지?”
다시 만나기만 해보라는 둥, 미치겠다는 둥. 중얼중얼 밖으로 빠져나와 높은 구두를 내려놓으며 계단을 내려가려던 세영은 이내 강한 힘에 의해 몸을 뒤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다리길이 차이에서부터, 옷차림까지. 도혁이 그녀를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럴줄 알았다는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세영의 얼굴을 마주하는 도혁의 눈빛은 흔들리다 못해, 경직되어 있었다.
“뭐야 너.”
“이거 놔.”
“뭐냐고 물었어.”
밝은 곳에서 벗어나, 그림자 진 구석으로 세영을 데리고 올라온 도혁이 그녀를 벽 앞에 밀치고 물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세영의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드레스차림을 눈으로 주욱 훑어보았다.
“이거 놓으라고 말했어.”
“뭐야, 약속이 있다더니 겨우 이런 옷이나 입고 거기 서있는 거였어?”
“그런 거 아니야. 놔.”
어느 누구도 지지 않겠다는 듯 눈 한번 꿈뻑하지 않았다. 얼마나 가까운지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지 않은지 오래였고, 서로의 목소리만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약속이 있는 건 그렇다치자, 하지만 세영이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꼴로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다.
“뭐하는 거냐고 지금.”
으스러져라 팔을 억세게 붙잡고 건조한 음성으로 말을 건네는 도혁의 눈을 응시하며, 세영은 잠시 말없이 서있었다. 가만, 자신이 지금 왜 이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해야만 하는 거지?
“니가 알거 없잖아.”
그가 화를 내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세영은 이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니가 뭔데 나한테 그걸 물어? 말했지. 회사 내에서 아님 나 아는 척 하지마.”
살을 에는 듯 차가운 세영의 목소리에 도혁의 눈빛은 더욱더 새까맣게 타올랐다.
“말 하라고. 니가 왜 여깄는지.”
“글쎄, 니가 알 필요 없다니깐!”
“말 해!”
“싫다고!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뭘 착각하나 본데 우리 끝난지 오래거든? 니 행동 정말 이상해 그거 알아? 정말 웃기는 놈이다 너. 왜, 헤어지고 나니까 내가 아까운거 같았어? 아님, 이 여자 저 여자 간보고 그러는 이기적인 놈이야 너? 아, 맞다 너 그런 놈이었지 참.”
“뭐?”
세영의 말에 도혁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톡톡 쏘아붙이며 앙칼지게 말하는 세영의 표정 역시 함부로 녹일 수도 없을 만큼 꽁꽁 얼어있었다.
“말했지. 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나 너 꼴보기도 싫어. 왜, 얘기해줄까?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가장 후회스러웠던 때가 언제일줄 알아? 널 만나고, 널 알게 되었다는 거. 몸서리 치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증오스러워. 어쩌다 널 만났을까 왜 미쳤다고 그런 착각이나 하고 살았던 걸까. 지금도 그래 아니, 지금은 더하지. 니 얼굴만 봐도 혐오스럽거든 숨도 못 쉴 만큼.”
주먹을 꼭 쥐고, 가녀린 어깨를 부르르 떨며 또박또박 말했다. 똑똑히 알아두라고, 이젠 분명히 알아두라고. 그래서 다신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지 말았음 좋겠다고, 세영은 도혁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도혁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다 못해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세게 흔들리던 눈이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한 곳에 머물렀다.
“그러니까 그만······.”
이내 참지 못하겠다는 세영이 팔목을 비틀며 말을 하자, 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다가간 도혁이 이내 그녀의 입술을 단번에 삼켜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세영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팔목을 강하게 잡고있는 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갑작스레 느껴지는 입술의 말캉한 감촉에, 그녀의 오감이 모두 반응해 버렸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정말 거칠게 도혁은 세영의 입술을 열어버렸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그녀의 입술은 스르르 열렸다. 이내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혀까지 밀어넣자 그제서야 세영의 몸이 움찔했다. 이 감각, 이 느낌. 얼마나 생각하고, 또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머리는 몇 백 번, 몇 천 번을 아니라고 우겨도 가슴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 영혼까지 내다바칠 수 있을 만큼 사랑했던 남자와의 키스. 비록 죽일 만큼 밉고, 증오스러워도 온 몸이 짜릿해질 만큼 황홀하다. 그간 힘들었던 기억들은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을 만큼 간절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찾은 듯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죽어있던 심장이 펑 하고 터져버릴 만큼 미친듯이 뛰어댄다. 묘하게 낯설지만 너무도 익숙한 느낌. 하지만 이내 이성을 거스르려는 욕구를 겨우겨우 억제하며 세영은 팔을 휘저었다. 그렇지만 쉽게 풀어줄 만큼 도혁의 손아귀 힘은 약하지 않았다.
‘나쁜새끼. 정말 나쁜새끼야 너. 진짜 밉다, 미워 죽겠다 정말.’
결국 세영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러내렸다. 너무도 혼란스러운데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다시 흔들릴 줄 알아서 그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건데. 석고처럼 단단하게 굳어있던 결심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려 하고 있었다. 촉촉한 그녀의 눈물이 도혁의 뺨 위로 와 닿자 정신없이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던 도혁이 움찔했다. 하마터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뻔했다. 그의 힘이 한순간 사그러들기 시작하자, 세영은 도혁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버렸다. 아픈 듯 얼굴을 떼고 눈을 찡그리자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세게 밀어버렸다. 숨이 찬 듯 헉헉거리면서도 뚫어져라, 아니 원망스러운 듯 그를 노려보았다.
“진짜 최악이야, 너.”
그녀가 깨물어 놓은 입술 자국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다시는 보기도 싫다는 듯 어깨를 밀치고 걸어나가자, 도혁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만 밀어붙이고 말았다. 세영을 처음 회사로 입사시키는 순간부터 그리 다짐했건만. 절대로 빠르게, 위험하게 그녀에게 다가서지 말자 그리 세뇌를 시키고 또 시켰건만, 결국 결심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손가락으로 피가 새어나오는 입술을 스윽 문질러보았다. 새빨간 혈흔이 묻어나오는 작은 상처가 생긴 입술보다 더욱 아프고 참지 못하겠는 건 자신을 진심으로 매몰차게 쳐다보던 그녀의 차가운 눈빛이었다. 이토록 그를 밀어낼 줄이야. 가슴 한 켠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총 6개의 독자서평이 있습니다.






















ji*** | 2011-10-12






에필이 좀 짧아서 아쉽긴 했는데요 무난하게 잘 읽었습니다 hy*** |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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