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너무 갑작스럽긴 하지만…… 세레나, 나와 함께해주겠어?

발루아 공작, 카이로스와의 사랑을 확인한 세레나.

하지만 괴한의 습격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마법이 깨어지고, 세레나는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정말 머리와 눈동자가 깨끗한 은색이에요. 아름답기 그지없군요.”

“기다리던 새 황녀의 등장인가요.”

황실의 수정궁에서 눈을 뜬 세레나.

그녀의 상징인 은발과 은빛 눈동자 앞에서 모든 귀족들은 감탄했다.

하지만 황실의 권위를 굳건히 하기 위한 제도 앞에

세레나는 고뇌에 빠진다.

“동령으로 가라, 세레나. 그곳에서 네 소원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도록 해.”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세레나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2. 작가 소개

소리엔

이야기를 사랑하는 공상가.

친한 친구처럼 편안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15 카카오페이지X도서출판 가하 공모전’특별상 수상.

3. 차례

2부

#21. 몰아치는 폭풍

#22. 재회

#23. 용을 부르는 날

3부

#24. 찬란한 나날

#25. 눈과 얼음의 축제

#26. 하나도 둘도 아닌 우리

#27. 겨울성의 봄

#외전. 마왕의 신부

#작가 후기

#도움을 준 음악과 책

4. 미리 보기

위기라 할 만한 어려운 문제 앞에서 진은 의외로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힘을 겨루는 장이니 이 정도 문제쯤은 나올 거라 예상했어. 모두들 가장 자신 있는 술법을 사용하겠지. 아마 바람 계열이나 중력을 다루는 최상위 주문을 통해 움직일 거야. 우린 이번 시험은 포기하고 다음을 준비하자.”

“진.”

“괜찮아, 아직 마지막 용기의 장이 남아 있으니까.”

“벌써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단다.”

고개를 가볍게 한 번 저은 세레나가 말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거든. 순조롭게만 풀린다면 어쩌면 넌 누구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게 정말이야?”

진이 반색하며 되묻자, 그녀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이지. 다만 네가 조금 부끄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감수할 수 있겠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길 수만 있다면 창피 따위가 무슨 상관이겠어?”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다시 돌아올게.”

원하던 대답을 들은 세레나가 고양이를 데리고 모습을 감췄다.

성문 안으로 들어온 세레나가 슬슬 중심가에 접어들 무렵, 거리엔 비가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속력을 내기 힘들어 마차가 다니는 대로가 혼잡해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열세인 진이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우중충한 잿빛 하늘을 본 세레나가 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한참 뒤 그녀는 대낮에도 환한 불빛을 밝힌 거대한 상회를 바로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갑자기 뒤로 홱 돌아서서 가만히 뒤따르던 고양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이 못내 부담스러웠던 고양이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무얼 그리 보냐? 고양이 처음 봐?”

“바다로 납치되기 전에 숙소에 두었던 내 귀중품들, 마왕이 갖고 있지?”

“무, 무슨 소리야. 그건 여관에 그대로…….”

변명을 늘어놓는 고양이를 세레나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시릴 만큼 맑은 그 눈빛에 가슴 한구석이 찔린 고양이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설마 내가 몰라서 다시 찾지 않은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여행길 내내 지켜보니 마왕, 반짝거리는 것에 유독 관심이 많더라고. 보석이나 금화를 보았을 때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지는 것도 그렇고…….”

여행길 내내 고양이는 공작의 금화 주머니에 큰 관심을 보였으니 그것이 누군가의 손에 그대로 들어가는 걸 그냥 보고 있었을 리 없다.

자신이 바다로 빠지는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분명 패물과 주머니를 따로 꺼내 챙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많이 바라진 않을게. 금화 한 닢.”

“……쳇.”

고양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세레나의 손에는 어느새 딱딱한 금화 한 닢이 놓여 있었다. 깜짝 놀란 세레나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할 줄 아는 건 말뿐인가 싶다가도 이런 때 보면 새삼 마왕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사소한 데에 능력을 쓰는 게 아깝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생각해둔 물건들을 모두 준비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세레나는 금화를 움켜쥐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진은 주변의 참가자들이 술법을 펼치기 위해 책을 구한다, 요정의 가루를 구한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난다 긴다 해도 아직 어린 풋내기들이라 멀리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주문만 가지고서는 불가능했다. 중간에 떨어진 마력을 보충할 수 있는 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니 더더욱 초반에 정교하고 위력적인 마법진을 구축해야 한다.

진은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나린 쪽을 바라보았다. 시험 내용을 미리 알고 준비한 듯 평소와 달리 머리를 묶고 몸에 붙는 상의와 바지를 입은 그녀는 벌써 마법진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시험의 승리마저 누군가에게 빼앗긴다면, 제아무리 가주의 딸이라도 용신제와는 영영 멀어져버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린에게는 지난번과 달리 시비를 걸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나린과 첸 남매는 참 이상했다. 가주의 자녀인 그들과 진은 같은 궁 안에서 자랐을 뿐 공통점도, 우위를 논할 만한 접점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나린은 동갑인 진을 누르고 늘 위에 서고 싶어 했다.

어릴 때에는 사이가 좋았던 적도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과의 거리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져버렸다. 물론 거기서 앞장서는 건 나린과 첸이고, 보이지도 않는 뒤에서 걷고 있는 건 진 자신이지만.

조금 씁쓸해진 기분으로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느새 세레나가 돌아왔다. 세레나의 등 뒤로는 늙은 당나귀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당나귀의 등 위로 엉기성기 짜인 그물 같은 것도 보인다.

“웬 당나귀야? 동물을 타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알고 있어. 진이 이 아이 위에 탈 일은 없을 거야.”

세레나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당나귀의 등을 쓸었다.

“타지 않고, 매달려서 갈 거니까.”

“매달린다고? 누가? 설마, 내가?”

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궁까지 가려면 몇 군데의 큰길과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