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내리는 주말, TV에선 며칠째 배우 윤재인의 결혼소식으로 떠들썩하다.

“저게 대체 몇 번째야. 누구 염장을 지르려고 틀어대는 채널마다 저 것만 보여 주는 거야? 어떤 여잔지 완전 땡 잡은 거지. 윤재인 돈 많지, 얼굴 완벽하지, 성격 죽이지, 아마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걸.”

“아, 나도 윤재인이랑 풀밭에서 뒹굴러보고 싶다.”

꿈같은 이야기를 하며 수진이 바닥을 굴렀다.
쿡쿡거리며 수정이 웃는 사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그는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손에 들린 커다란 꽃다발과 과일바구니를 내려놓으며 꾸벅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십니까, 윤재인이라고 합니다.”

바리
길고 긴 공백 끝에 자식 같은 녀석들을 다시 세상에 내놓기 시작한 소심한 O형.
아이돌에 열광하는 아직은 10대의 마음을 가진 혈기 왕성하지 못한 20대 후반.
야행성 기질을 가져, 눈부신 아침 햇살을 거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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