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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가시꽃의 이중주 3권

나자혜 지음도서출판 가하201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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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10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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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기억하니, 그 봄밤을?
그 노을과 그 꽃비를.
달빛보다 애틋했던 키스를.
평생보다 깊었던 우리의 순간, 순간, 순간들을.
슬픔이 무성했던 계절에도 빛나던 너는.
여자의 장미향 배인 입술이 그의 입술 사이에 갇혔다.
나의 꽃, 나의 가시.
나의 가시, 나의…….
천장에 난 사각 유리창을 통해 노을빛이 쏟아져 내렸다.
빛의 부스러기에 에워싸여,
영채와 하진은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눈빛으로, 손짓으로. 다사로운 숨결과 눈물겨운 미소로.
몇 번째였을까, 이 밤의 입맞춤이.
하진의 숨결이 멀어지자
영채는 하진의 손바닥에 손가락을 얹고 또박또박 움직였다.
권.
간질임을 피우듯이,
하.
한결같은 마음을 담아,
진.
- ‘가시꽃의 이중주’는 픽션입니다. 인명, 인물, 장소, 기업명과 사건들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실제 사건이나 인물과 유사한 부분이 본문에 등장한다면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임을 밝힙니다.
- 본문에서 “ ”는 한국어, 『 』는 영어 대화입니다.
2. 작가 소개
나자혜
‘사랑과 지혜’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사람
야구팬. Runner.
블로그 http://lovenwisdom.tistory.com
홈페이지 www.lovenwisdom.com
▣ 출간작
플로라 (ebook)
우리들의 시간꽃
꿈꾸는 오아시스
13월의 연인들
얼음불꽃
별의 바다
아이스크림처럼, 레몬처럼
3. 차례
#10. 언젠가는 우리의 상처들이
#11. 그립고 아름다운 별나라로
#12.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4. 미리 보기
화면을 지배하는 차연의 얼굴 위로 도희의 얼굴이 겹쳤다. TV 화면을 칼로 긁고 싶은 충동이 신물처럼 올라왔다.
주방으로 달려간 영채는 냉수를 들이켰다. 간신히 구토기를 진정시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 밖에 지수가 서 있었다. 영채는 현관 문가에 서서, 검은 탱크톱에 반바지를 입은 지수를 물끄러미 보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생글거리는 모습이 맑게 갠 하늘 같았다.
“어쩐 일이세요?”
묻고 나니 우스웠다. 이곳은 지수 아버지의 별장이고, 신세를 지는 것은 이쪽인데.
“제 말은…….”
영채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지만, 지수가 선수를 쳤다.
“뭐 필요한 거 있나 해서요. 어제 냉장고를 채우긴 했는데. 게스트 룸이나 욕실에 부족한 거 없었어요?”
“아뇨.”
영채는 고개를 젓고 옆으로 비켜섰다. 지수는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고, 잡상객을 물리치는 집주인처럼 굴어선 안 될 것 같았다.
“사실은 하진 오빠가 가보라고 부탁해서요.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걱정하는 눈치던데요.”
그랬구나. 신발을 벗고 들어와 주방으로 향하는 지수를 뒤따르는 동안 영채는 속이 부걱거렸다.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따른 지수가 식탁에 앉았다.
“하진 오빠, 수마트라 좋아해요.”
“네?”
“커피 원두요. 수마트라 만델링 좋아한다고요. 무거운데, 한여름에도 꼭 이것만 마셔요. 블랙으로 진하게.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몰라.”
지수가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으윽, 소리를 냈다.
“너무 써요, 내겐.”
영채는 지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김지수. 하진이 멸치 볶음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가 즐겨 마시는 원두를 꿰고 있는 여자. 하진이 여동생처럼 대한다고 했지만, 기실 하진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 그래, 두 사람이 닮은 구석이 있긴 하다. 잘 뻐기는 거. 하진이 뻐기면 귀엽기라도 하지. 아침부터 쳐들어와 권하진을 잘 안다고 우쭐거리는 이 여자를 어쩜 좋아. 대놓고 가시를 세울 수도 없고.
“두 사람, 어떻게 만났어요?”
영채는 어제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지수가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는 하진과 만난 사연을 들려주었다. 일본 후지 산. 비바람을 헤친 하산. 하진의 변호사와 지수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였다. 영채는 하진과 석영의 오랜 우정과 하진이 오디세이에서 승승장구하게 된 내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마친 지수가 영채를 지그시 바라봤다.
“영채 씨, 얼어붙은 강이 하나 있다면 어떻게 할래요?”
“그 강의 정체가 뭐냐에 달렸죠.”
영채는 지수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냈다.
“그 강이 권하진이면 난 뛰어들 거예요.”
지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얼음물에 뛰어들면 죽을 텐데?”
“그러니까 강의 정체가 중요하단 거예요. 그 강은 반드시 권하진이어야 해요. 아님, 얼음물에 뛰어드는 미친 짓을 왜 해요?”
영채는 하진이 지수와도 얼어붙은 강에 대하여 이야기했음을 직감했다. 가시에 찔린 심정이어야 할 텐데, 묘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운명이란 만남이었다. 수많은 어긋남을 견딘 후에, 도저히 어긋날 수 없고 어긋나선 안 되는 어떤 사람에게 가닿는 것. 김지수가 권하진을 좋아했을 수도 있다. 여자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얼어붙은 강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진이 멸치 볶음에 밥을 먹는 걸 수십 번 지켜보았을 수도 있고, 하진이 쓰디쓴 커피를 마시는 걸 수백 번 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권하진의 곁은 서영채의 것이다. 권하진에게 김지수는 엇갈림이고, 서영채는 운명이다. 흔들릴 필요 없고, 의심할 필요 없다. 불안과 질투에 내어주기엔 지금 누리는 사랑이 너무 귀하니까.
“권하진이라는 강. 김지수 씨가 그 강가에 서 있네요. 그렇죠?”
당황했는지, 지수가 머그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영채는 지수의 손에서 컵을 빼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난 이게 맛있는데.”
지수가 물기 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채는 컵을 테이블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강가를 거니는 건 좋아요. 강이 흐르는 거 보세요. 해 뜨는 것도 보고 별 뜨는 것도 보세요. 노을도 구경하고 바람도 맞으세요. 그런데 강에 지수 씨를 담그진 마세요. 손도 담그지 말고, 발도 담그지 말고, 마음도 담그지 말고, 아무것도 담그지 마세요. 무엇을 띄우지도 말고 무엇을 낚으려 하지도 마세요. 그러면 시누이로 존중해드리죠.”
커피처럼 진한 침묵이 불어들었다. 영채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깊은 맛이 일품인 커피였다. 하진처럼 강인하고 기품 있는 커피라 마음에 꼭 들었다.
지수의 의자가 삐걱거렸다. 미세하지만 불안한 흔들거림이 멎었을 때 화창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영채 씨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나는 하진 오빠가 사랑하는 것들 중에 하나니까요. 영채 씨는 하진 오빠가 사랑하는 거라면 뭐든지 사랑할 사람으로 보여요. 우리도 사랑으로 엮일 수 있을 거예요.”
영채는 고개를 들어 지수를 바라보았다. 지수가 팔을 뻗고 손을 내밀었다.
“영채 씨, 첼로 했다면서요? 석영 오빠가 피아노 좀 치는데. 내가 바이올린 맡고, 우리 언제 삼중주 해요.”
영채는 지수의 손을 맞잡고 구김 없는 미소를 날렸다.
“하진 씨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네요.”
조심스레 얽힌 두 손 사이로 그윽한 커피 향이 흘러들었다.
본채로 건너간 하진은 서재에서 인태와 마주 앉았다. 테이블에는 서울에서 작성해 올린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서주화진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네.”
“왜 하필 서주화진이냐?”
“전신인 화진식품은 1963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축산 회사였습니다. 닭오리 가공 식품을 처음으로 시장화시켰고 전통 식품인 삼계탕으로 수출 길을 뚫었습니다. 그런 유서 깊은 기업을 서국철이 헐값에 인수했습니다. 조류 독감이 터져 매출이 급감했을 때, 돕겠다고 접근해서 내부 정보를 빼낸 후 먹은 겁니다. 잘 아실 겁니다.”
하진은 인태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던졌다. 서주화진을 서국철이 인수할 때 인태는 500억 원을 지원했고, 그 대가로 서주해명의 지분을 요구했었다. 그렇게 인태가 확보한 서주해명의 지분이 이제 그의 수중에 있었다.
인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가치가 하락한 기업을 싼값에 인수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목표물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범죄는 아닙니다. 하지만 백기사를 연극하며 사냥하는 것, 인수 대상 회사의 임원들을 이간질하거나 매수하는 것, 인수한 회사의 전통을 서주그룹의 공적인 양 광고하는 것, 모두 편법입니다.”
“그래서 서국철의 편법에 너도 편법으로 맞서겠다고?”
“회장님.”
하진은 대답하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해명의 지분을 달라 하셨습니까?”
“그게 왜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