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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당신의 자리 1권

최수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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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07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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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서강재.
고고한 자존심의 소유자, 유은서.
이성적이고 냉철한 그들의 불꽃같은 만남.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욕이
사랑을 뒤덮는다.
“……그럼 왜 나랑 자고 싶은지 물었을 때 대답을 피했어요?”
“관심 있는 여자랑 같이 시간 보내고 가까워지면, 당연히 자고 싶은 거 아닌가?”
“…….”
“나는 네 능력이나 미래에는 타당하고 정당한 돈을 지불할 거야.”
“지금 말하는 게…….”
“다시 말하면, 너랑 자게 되도 돈은 안 준다는 거야.”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
당신의 자리
▣ 출간 예정작
기억하나요
취향의 문제
그곳에, 네가
3. 차례
#01
#02
#03
#04
#05
#06
#07
#08
4. 미리 보기
받아 적은 주소를 택시 기사에게 보여주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기에 이미 그 유명세 정도는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곳은 그 상상을 뛰어넘었다. 병원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된다고, 새삼 한 고개 너머에 이런 호화로운 세계가 다 있다는 것에 질려버렸다. 한가롭게 감탄할 때가 아니라 초저녁부터 길게 줄을 지어 있는 클럽으로 대뜸 돌진하자 당연한 듯 가드가 막아섰다.
“줄을 서야지. 뭐 줄 선다고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이곳에 오는 여자들의 태반이 명품 한둘은 기본으로 걸치다 보니 브랜드조차 알 수 없는 이런 차림은 오랜만이었다. 깔끔해도 유행이 조금 지난 외투에 낡은 청바지, 밑면이 해어져 축 늘어진 가방까지 어디 하나 마음에 차는 것이 없다.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은 얼굴 하나, 창백하다시피 흰 얼굴에 또렷하고 커다란 눈과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도도함을 자아냈으나 역시 그것뿐이었다.
“비켜. 옷 갈아입고 오든가.”
비웃듯 자신의 옷차림을 넘겨다보는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에 빤했다. 그래도 모른 체, 은서는 다시 막아섰다.
“여기 들어가려는 거 아니에요. 사람 찾으러 왔어요.”
“사람?”
“유은우라고, 이제 스무 살인데 얼마 전에 여기 취직했대요.”
“여기 일하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전화를 해보든가.”
“전화를 안 받아요.”
기껏 대꾸를 조금 해주는가 싶던 남자가 다시 귀찮은 듯 은서를 밀쳐냈다. 옆으로 줄을 지어 서 있던 사람들 역시 조금씩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연락이 될 만한 사이면 그쪽에서 했겠지. 돌아가.”
“부탁드려요. 한번 둘러만 볼게요.”
“그런 차림으로는 안 된다고.”
“급한 일이라 그래요. 무슨 피해를 주려 그러는 게 아니라.”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고, 아가씨 때문에 지금 줄 밀린 거 안 보여? 그렇게 구질구질한 차림으로 뭘 어쩌자는 거야?”
대놓고 차림새를 지적하는데도 은서는 얼굴 하나 붉어지지 않고 더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에게 이 정도 무안은 그럴 만한 축에도 못 들었다.
◇ ◆ ◇
“강재야, 설마 오늘도 시간 안 된다고 둘러댈 건 아니지?”
노트북을 접고 몸을 일으키던 그가 걸어놓은 코트를 향해 걸음을 뗐다. 작은 움직임에도 늘씬한 키가 더해지자 검은 머리칼이 제법 찰랑거렸다. 전체적으로 남자답게, 혹은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이다. 그 머리칼과 그대로 겹쳐지는 짙은 눈썹과 고요한 눈동자, 시원하게 뻗은 콧날에 서늘한 입매까지 더해지자 어느 한 군데 흠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말 한 마디 걸기 힘들 만큼 차가운 분위기와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그의 외모를 정면으로 뜯어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기럭지 보게. 내가 너라면 그렇게 재미없게는 안 살아.”
“…….”
“하여튼 오늘은 꼭 너 데려간다고 약속했으니까 네가 양보해. 이렇게 모시러 왔으면 못 이기는 체 넘어갈 줄도 알아야지.”
“싱거운 놈.”
이 정도 반응이면 반은 허락이다 싶어 경원이 즐거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사장님, 이제 나가십니까?”
“이제 퇴근해요.”
그의 짧은 대답에 비서가 고개를 숙이자 뒤에서 지켜보던 경원이 혀를 쯧쯧 찼다.
“야, 남들이 보면 조기 퇴근쯤 시켜주는 줄 알겠다. 네가 안 나가니 이 시간까지 버틴 거지, 원래 같으면 일치감치 퇴근해 룰루랄라 하고 다닐 나이야.”
“너처럼?”
“그렇지. 나는 너처럼 재미없게는 못 살겠다, 인마.”
언제는 그처럼 살아보고 싶다던 경원이 금방 말을 바꿨다. 인생은 즐기려고 있는 것이라 믿는 경원으로서는 충분히 답답해 보였으리라 생각하며 강재가 슬쩍 웃었다.
“어디로 갈 거야?”
“우리 클럽으로. 다들 식사는 마쳤을 거고 2차를 클럽으로 불렀지. 애들 다 왔을 텐데 너 꽤나 기다릴 거야.”
엘리베이터 앞에 선 강재가 문이 열리자 자신의 차를 놓아둔 지하 3층을 눌렀다.
“내 차로 가. 어차피 술 마시면 가져가지도 못할걸. 너 집에 다른 차도 있잖아.”
“……네가 술 마실 거 아니고?”
“눈치 빠른 놈.”
경원이 능글맞게 웃으며 강재의 어깨를 툭툭 털었다.
“나는 내일 일 있어서 이 차 써야 한단 말이야.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대단한 서강재를 기사로 부려먹겠냐?”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강재에게 들려주고는 얼른 지하 2층을 다시 눌렀다. 조금 사나운 눈초리로 경원을 보던 강재가 고개를 젓더니 결국 지하 2층에서 내렸다. 차 키를 누르자 웬만한 사람이라면 혀를 내두를 슈퍼 카가 번쩍였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넌 그렇게 돈 벌어서 다 뭐 해? 죽을 때 관에 짊어지고 들어갈 거야?”
“……남 말 하지 마.”
누가 들으면 경원 자신은 그저 있는 돈 까먹는 졸부로 보일 법했으나 그 역시 대한민국에서 첫손으로 꼽히는 클럽의 주인이었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얼빠진 한량 정도로 취급하기도 했지만 경원의 사업 감각이 누구보다도 탁월하다는 것을 모를 강재가 아니었다.
“뭐 나야 네가 열심히 해서 내 재산 불려준다니 불평할 입장은 아니지.”
“……넌 명색이 주인이 이렇게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거야?”
“그래서 가고 있잖아. 귀빈 모시고 말이지.”
정말 취기가 조금 오른 건지 즐겁게 유리창을 두들기는 경원을 보며 강재가 설핏 웃었다. 경원은 언제 보아도 소년같이 천진난만했다. 웃음이 넘쳐 늘 입가가 가늘어져 있었지만 한 번씩 그 웃음이 멈추면 나른하고 위험한 눈에 사냥감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다행히 그 본모습을 아는 이는 몇 없는지라 강재도 적당히 모르는 체,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내리자.”
클럽 앞은 여전히 문전성시라 줄을 지은 사람들 앞에 차를 세웠다. 키를 받으러 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서는데 입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업종의 특성상 이런 일이야 종종 있어왔으니 큰 신경 쓰지 않고 입구로 걸어갔다. 문을 열기 직전에야 뒤늦게 그들을 발견한 가드 몇이 우르르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분명히 말했죠? 10분도 안 걸린다고!”
정문 한쪽에서 옥신각신 목소리를 높이던 여자가 사장이라는 말에 뒤돌아보았다. 체크 셔츠에 허름하고 낡은 점퍼가 아무리 봐도 클럽에 온 손님은 아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단아하고 여성스러웠지만 다시 뜯어봐도 이 클럽에 꼭 들어가야 할 만한 사정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저, 사장님. 별일은 아닌데 돌아가라고 해도 저렇게 버텨서.”
“무슨 일인데?”
“안에 누구를 찾으러 왔답니다.”
“누구?”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는데.”
“여기 직원?”
“그게 잘…….”
가드가 얼버무리며 강재에게서 차 키를 건네받았다. 뒤따라 내린 경원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강재의 옆에 섰다.
“이봐, 아가씨.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입구에서 아무리 버텨도 꿈쩍도 않던 사람들이 사장이라는 소리 한 마디에 저리 굽실대는 것을 보며 은서는 다시 씁쓸함을 삼켰다. 세상물정 거기서 거긴지 모르고 산 것도 아닌데 사람에 따라 저렇게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구나, 잠시 차가운 입김을 내뿜던 그녀가 사장이라는 남자에게로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여기 사장님이시죠? 사람 찾으러 왔어요. 제 동생인데 여기 취직했대요. 소란 피우거나 그런 거 아니니 한 번만 들여보내줘요.”
부탁하는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당당하고 또박또박한 말투에 경원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녀가 사장으로 착각하는 인물이 강재라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 앞에서 저렇게 기죽지 않는 인물도 드물다. 강재가 어찌 나오나 싶어 즐거이 바라보며 슬며시 여자를 거들었다.
“사장님, 한번 들여보내주시죠. 저렇게 딱하게 구는데.”
난데없는 경원의 발언에 강재가 홱 그를 노려봤다. 뚫어보듯 사나운 친구의 기세에 움찔했지만 역시 재미있는 광경은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김경원, 너.”
“두 분 싸움은 나중에 하시구요. 일단 제 사정이 급해요.”
강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은서가 먼저 나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검은 슈트에 타고난 것이 분명한 고압적인 태도, 선을 긋는 듯 어두운 기운이 일렁이는 눈매까지. 과연 이런 데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잠시 찬탄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겁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왜?”
“……왜라니요. 말씀드렸잖아요. 소란 피우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내가 왜 그쪽을 안에 보내줘야 하는데?”
결코 작지 않은 키에도 한참이나 큰 장신의 그를 올려다보는 여자는 망설임이 없었다. 또렷하고 맑은 눈이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는 몰라도 아기같이 하얀 뺨에 붉은 기가 돌아 손을 내밀어 문질러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충동이라면, 그의 인생에 좀처럼 연이 없던 말이다.
“이런 데 오려면 그에 걸맞은 차림으로 왔어야지. 이렇게 모르는 사람 잡고 매달릴 게 아니라.”
“……걸맞은 차림?”
은서가 자조적인 웃음을 보이자 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저런 차림? 저렇게 헐벗고 들어오면 된다는 건가요? 이런 날씨에?”
하! 크게 코웃음을 치던 은서가 줄을 선 여자들을 가리키며 점퍼를 벗자 가드 몇이 돌아보았다. 허름한 점퍼 아래로 헐렁한 스웨터와 셔츠는 여전히 적당한 차림이 되지 못했다.
“당신네들이 사람 구분하는 기준이 어찌 되는지는 몰라도, 사정 한번 듣지 않고 사람부터 내쫓을 생각만 한다면.”
스웨터를 올려 벗은 그녀가 정전기에 슬쩍 눈을 찌푸리더니 이내 체크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나 역시 이딴 데는 돈 받고도 오고픈 마음 없어요.”
한겨울에 셔츠까지 벗어버리자 검은 캐미솔 사이로 하얀 살결이 눈부시게 드러났다. 무슨 일인가 쳐다보던 남자 몇이 휘파람을 불고 몇몇은 고개까지 내밀며 속닥거렸다. 사실 용도가 겉옷이 아닌 캐미솔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줄을 선 여자들이 외투 안에 감춘 전투복보다 결코 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볼륨 있는 가슴선이나 여성스러운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눈 달린 남자라면 안 보는 것도 말이 안 됐다. 경원과 강재의 눈치를 보며 뒤에 서 있던 가드들이 뒤늦게 나서 은서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강재가 단호히 고개를 저어 그들을 물렸다.
“이 정도도 부족해요?”
강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경원이 먼저 나서 입구의 문을 열었다. 어서 들어가보라는 듯.
몸을 돌려 옷가지와 가방을 챙긴 은서가 차가운 입김을 삼키며 걸음을 뗐다. 그러다 우뚝 그 자리에 멈춰 기어이 강재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여자들 벗겨서 얼마를 버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웃을 날만 있을지 한번 두고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