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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얼음심장

아르휘나 지음로망띠끄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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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동안 손이 미치는 곳이라면 안 찾아본곳이 없을 정도로 찾아다녔지만 아내의 흔적은 찾을수 없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친구를 통해 듣게된 아내의 소식에 찾아가지만 온순했던 아내는 사라져 버렸다. 이혼은 절대 용납할수 없었지만 외곡된 진실앞에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미리보기]
“권현.”
성옥의 부름에 현은 창밖에 시선을 주었다가 상체를 돌렸다. 시리도록 차가워진 눈빛 속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네가 오해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남달랐기에 기대감이 컸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의 괜한 기대감이 아이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 꼴이 되어버렸다.
“이혼해라.”
수연이 잃어버린 아이는 자신의 손자이기도 했다. 어찌 마음이 쓰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두 사람을 이렇게 내버려두다가는 더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현은 어머니의 단호한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수연의 유산도 충격인데 이혼하라고 결론까지 내려버리는 어머니의 말은 그의 정신세계를 무너트렸다.
“두 사람 모두에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구나. 아버지와 할아버님한테는 내가 말씀드리마. 내일 당장 수속 밟아라.”
“어머니.”
“내 욕심 차리자고 못할 짓 한 것 같아 내가 미안하다. 수연이 깨어나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가거라.”
현은 어머니가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꺾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 고집이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 이 순간, 어머니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것도 단호하게 말이다.
“이혼 안 할 겁니다.”
“네가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관계가 얼마나 힘든지 지난 2년 동안 겪어보지 않았니? 그러니 이혼해라. 네가 힘들다고 하면 내가 나서마.”
“어머니!”
현은 낮게 자신의 단호함을 밝히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머니 말씀…… 들어요.”
싸늘한 공기 속을 가르고 들려오는 갈라진 음성 또한 건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연은 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것일까? 현은 당황했다기보다 화가 났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저렇게 당당하게 이혼을 들먹거리는지, 당장 수연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다.
“언제 일어난 거니?”
“조금 전에요.”
“이젠 기억이 돌아온 모양이구나.”
-본문 중에서-
수연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본가를 나오며 정원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시아버님이 며느리가 된 의미로 목련나무를 심어주었었다. 봄에는 그 꽃이 필 텐데 그 꽃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다.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
“할 말 없어요.”
“난 있어.”
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시어머니에게 통장 받은 것을 알아버린 것일까? 어차피 돌려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현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내도 아닌 한강으로 차를 무섭게 몰아댔다.
“좀 천천히 가요.”
“왜 두려운가?”
으르렁거리는 품새가 마치 성난 야수와도 같았다. 단단히 화가 난 사람 같았다.
차는 강가에 세워졌다. 인적이 드문 곳을 고른 것처럼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조차 없었다. 바람이 불어 강줄기가 성나 보였다. 차 안에 감도는 무거운 침묵이 앞에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생각을 할 때 현이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런 거지?”
“…….”
느닷없이 던지는 질문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대답 안 할 건가?”
“그렇지 않아도 당신한테 줄 게 있어요.”
수연은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방에서 정 여사가 건네준 통장과 도장을 꺼내 현에게 내밀었다.
“어머님이 주시더라고요. 이거 못 받아요.”
“그건 내가 준 것도 아니잖아.”
수연의 행동이 자못 못마땅한지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모든 것을 거부했을 땐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이 돈은 마음만 받을 거예요. 그분들이 저에게 해주신 마음 그거로 충분해요.”
“나도 그거 받을 권리 없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수연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슨 고집들이 이렇게나 센지, 이혼한 전 부인이 통장까지 내밀며 받지 않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고 덥석 가져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돈이 남아돈다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좋은 일에나 써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일 하고 있어. 욕심 부리라고 했을 텐데.”
“그런 말 우스워요.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여자, 당신이 어떤 식으로 바라봤는지 벌써 잊었어요? 참 편리한 기억력이네요. 지금까지 그렇게 봤으면 끝까지 그렇게 봐요. 좋은 추억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아닌데 나쁜 쪽으로 생각한다고 달라질 것들도 없잖아요.”
수연은 통장을 현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강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우리, 볼 일…… 없었으면 해요.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에요.”
“말해 봐, 할아버님께서 하신 말 무슨 뜻이야?”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하죠?”
수연은 잔잔한 바다에 풍랑을 만난 듯 내면에서 뭔가 거세게 일어나려 하자 숨을 골랐다.
“달라지는 것 없다고 했잖아요. 방금 말했는데, 못 들었어요? 당신이 생각했던 대로 쭉 생각하고 살아요. 그것에 대해 관심 갖지도 말고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말아요. 당신이 내 아이 살려낼 거 아니면.”
매서운 강풍이 휘몰아치듯 수연은 말을 내뱉고 차에서 내려 몸을 틀었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 마음에 불기 시작한 푸른 불꽃을 다독이려고 심호흡을 해보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기다려.”
차에서 내린 현이 그녀를 불러 세웠지만 수연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당신이 내 아이 살려낼 거 아니면 생각하던 대로 쭉 생각하고 살라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말하는 것일까?
“기다리라고 했잖아.”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데?”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수연의 말에 현은 따라가던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이제 당신이라는 사람, 나한테 이럴 권리 없잖아. 잊었어? 그러니까 다가오지 마. 달라질 거 없으니까. 알려고도 하지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마. 그냥 당신 방식대로 살라는데 홀가분하지 않아? 난 홀가분해서 날아갈 것 같은데. 이젠 정말 지겨워.”
수연의 발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현은 그 발걸음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갈림길에서 두 사람이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가 원하던 길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수연의 처절하리만치 냉혹한 목소리에서 아픔의 고통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수연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도 뚫리지 않은 답답함은 온몸을 침범하듯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찜찜했다. 그가 잘못 생각했던 것일까? 분노 때문에 보지 못한 진실이 있었던 것일까? 부모님은 보고 혼자만 보지 못한 진실이 무엇이었을까?
‘뭐야?’
현은 뇌리를 파고드는 생각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급하게 차에 오르며 휴대폰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접니다. 가겠습니다.”
페달을 밟아 달리면서도 놓치고 지나간 것들을 생각해내려 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뒤틀어진 장면들뿐이었다. 본가에 도착해 급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뒤죽박죽되어버렸다.
“수연이는?”
“갔습니다. 저한테 해주실 말…… 있지 않으십니까?”
부친인 권 회장은 못난 아들을 보다가 서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에서만큼은 판단력이 흐릿한 놈이 아닌데 왜 제 처에게만은 그리 모질었던 것인지.
[미리보기]
“권현.”
성옥의 부름에 현은 창밖에 시선을 주었다가 상체를 돌렸다. 시리도록 차가워진 눈빛 속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네가 오해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남달랐기에 기대감이 컸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의 괜한 기대감이 아이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 꼴이 되어버렸다.
“이혼해라.”
수연이 잃어버린 아이는 자신의 손자이기도 했다. 어찌 마음이 쓰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두 사람을 이렇게 내버려두다가는 더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현은 어머니의 단호한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수연의 유산도 충격인데 이혼하라고 결론까지 내려버리는 어머니의 말은 그의 정신세계를 무너트렸다.
“두 사람 모두에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구나. 아버지와 할아버님한테는 내가 말씀드리마. 내일 당장 수속 밟아라.”
“어머니.”
“내 욕심 차리자고 못할 짓 한 것 같아 내가 미안하다. 수연이 깨어나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가거라.”
현은 어머니가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꺾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 고집이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 이 순간, 어머니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것도 단호하게 말이다.
“이혼 안 할 겁니다.”
“네가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관계가 얼마나 힘든지 지난 2년 동안 겪어보지 않았니? 그러니 이혼해라. 네가 힘들다고 하면 내가 나서마.”
“어머니!”
현은 낮게 자신의 단호함을 밝히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머니 말씀…… 들어요.”
싸늘한 공기 속을 가르고 들려오는 갈라진 음성 또한 건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연은 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것일까? 현은 당황했다기보다 화가 났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저렇게 당당하게 이혼을 들먹거리는지, 당장 수연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다.
“언제 일어난 거니?”
“조금 전에요.”
“이젠 기억이 돌아온 모양이구나.”
-본문 중에서-
수연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본가를 나오며 정원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시아버님이 며느리가 된 의미로 목련나무를 심어주었었다. 봄에는 그 꽃이 필 텐데 그 꽃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다.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
“할 말 없어요.”
“난 있어.”
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시어머니에게 통장 받은 것을 알아버린 것일까? 어차피 돌려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현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내도 아닌 한강으로 차를 무섭게 몰아댔다.
“좀 천천히 가요.”
“왜 두려운가?”
으르렁거리는 품새가 마치 성난 야수와도 같았다. 단단히 화가 난 사람 같았다.
차는 강가에 세워졌다. 인적이 드문 곳을 고른 것처럼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조차 없었다. 바람이 불어 강줄기가 성나 보였다. 차 안에 감도는 무거운 침묵이 앞에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생각을 할 때 현이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런 거지?”
“…….”
느닷없이 던지는 질문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대답 안 할 건가?”
“그렇지 않아도 당신한테 줄 게 있어요.”
수연은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방에서 정 여사가 건네준 통장과 도장을 꺼내 현에게 내밀었다.
“어머님이 주시더라고요. 이거 못 받아요.”
“그건 내가 준 것도 아니잖아.”
수연의 행동이 자못 못마땅한지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모든 것을 거부했을 땐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이 돈은 마음만 받을 거예요. 그분들이 저에게 해주신 마음 그거로 충분해요.”
“나도 그거 받을 권리 없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수연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슨 고집들이 이렇게나 센지, 이혼한 전 부인이 통장까지 내밀며 받지 않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고 덥석 가져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돈이 남아돈다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좋은 일에나 써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일 하고 있어. 욕심 부리라고 했을 텐데.”
“그런 말 우스워요.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여자, 당신이 어떤 식으로 바라봤는지 벌써 잊었어요? 참 편리한 기억력이네요. 지금까지 그렇게 봤으면 끝까지 그렇게 봐요. 좋은 추억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아닌데 나쁜 쪽으로 생각한다고 달라질 것들도 없잖아요.”
수연은 통장을 현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강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우리, 볼 일…… 없었으면 해요.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에요.”
“말해 봐, 할아버님께서 하신 말 무슨 뜻이야?”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하죠?”
수연은 잔잔한 바다에 풍랑을 만난 듯 내면에서 뭔가 거세게 일어나려 하자 숨을 골랐다.
“달라지는 것 없다고 했잖아요. 방금 말했는데, 못 들었어요? 당신이 생각했던 대로 쭉 생각하고 살아요. 그것에 대해 관심 갖지도 말고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말아요. 당신이 내 아이 살려낼 거 아니면.”
매서운 강풍이 휘몰아치듯 수연은 말을 내뱉고 차에서 내려 몸을 틀었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 마음에 불기 시작한 푸른 불꽃을 다독이려고 심호흡을 해보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기다려.”
차에서 내린 현이 그녀를 불러 세웠지만 수연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당신이 내 아이 살려낼 거 아니면 생각하던 대로 쭉 생각하고 살라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말하는 것일까?
“기다리라고 했잖아.”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데?”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수연의 말에 현은 따라가던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이제 당신이라는 사람, 나한테 이럴 권리 없잖아. 잊었어? 그러니까 다가오지 마. 달라질 거 없으니까. 알려고도 하지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마. 그냥 당신 방식대로 살라는데 홀가분하지 않아? 난 홀가분해서 날아갈 것 같은데. 이젠 정말 지겨워.”
수연의 발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현은 그 발걸음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갈림길에서 두 사람이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가 원하던 길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수연의 처절하리만치 냉혹한 목소리에서 아픔의 고통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수연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도 뚫리지 않은 답답함은 온몸을 침범하듯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찜찜했다. 그가 잘못 생각했던 것일까? 분노 때문에 보지 못한 진실이 있었던 것일까? 부모님은 보고 혼자만 보지 못한 진실이 무엇이었을까?
‘뭐야?’
현은 뇌리를 파고드는 생각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급하게 차에 오르며 휴대폰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접니다. 가겠습니다.”
페달을 밟아 달리면서도 놓치고 지나간 것들을 생각해내려 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뒤틀어진 장면들뿐이었다. 본가에 도착해 급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뒤죽박죽되어버렸다.
“수연이는?”
“갔습니다. 저한테 해주실 말…… 있지 않으십니까?”
부친인 권 회장은 못난 아들을 보다가 서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에서만큼은 판단력이 흐릿한 놈이 아닌데 왜 제 처에게만은 그리 모질었던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