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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낯설지만 익숙한 1권

심윤서 지음도서출판 가하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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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06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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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는 널 사랑했고 너도 날 사랑했는데,
우리는 지금 왜 이런 곳에 있는 거니.”
7년 전 뜨겁게 사랑했던 가비와 을녕. 하지만 이제 그는 가비에게 잊혀진 과거가 되고 말았다. 서울에 돌아와야 했던 이유였던 그녀를 놓칠 수 없었기에 을녕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건 사랑하는 지금이다.
오늘도 나는,
우리는,
태양에서 세 번째 돌 위에서 사랑을 한다.
2. 작가 소개
심윤서
프란체스카.
염소자리.
토성의 영향을 받는 사람.
아마추어 정원사
반려견 ‘쎄비’와 ‘설이’와 함께 어설픈 시골살이 중.
▣ 출간작
로스트
메리크리스마스
당신은 가벼운 남자
사랑 그 이름만으로
우애수
허니비 모놀로그
난다의 일기
러브 고 라운드
낯설지만 익숙한
3. 차례
01. 혜성의 길고 푸른 꼬리
02. 지끈지끈했거든, 서울은
03. 품거나 담거나 가두거나…… 그런 거 하지 말자
04. 때때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슬픔
05. 그렇다고 하더라도……
06. 마음이 떠나버린 연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방법
07. 증명의 부재가 존재의 부재는 아니다
08. 삶의 질량
09. 1마일, 1.609344킬로미터
10. 내가 갈게, 너한테
4. 미리 보기
“후우.”
갑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여덟 번째야.”
만두를 휘젓던 연준이 웅얼거렸다.
“뭐가?”
“만둣국 먹으면서 한숨 쉰 횟수 말이야. 숨소리가 이상해.”
연준의 말처럼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점점 더 가슴이 답답해지고 잔기침이 났다.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기침도 하잖아.”
은홍도 걱정스레 거들었다.
“일요일이잖아.”
“응급실에 가면 되지.”
“응급실로 가.”
은홍과 연준이 동시에 대답하자 갑은 웃고 말았다. 제발 이렇게 두 사람이 동시에 스파크를 일으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정도는 아니야.”
갑이 알고 있는 응급실이란 엄마와 아빠의 마지막 호흡을 앗아 간 곳이다. 결코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다 먹었으면 업무 분담하자. 설거지 할 거야? 아님, 눈 치울 거야?”
“설거지.”
0.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갑은 연준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등학교 때부터 입던 낡은 감색 오리털 패딩 점퍼를 껴입었다.
“같이 하자. 소화도 시킬 겸.”
노르딕 패턴의 털모자를 쓰고 일어서는 은홍을 바라보며 조금 전, 두 사람이 동시에 스파크를 일으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접어버렸다. 그러기엔 은홍이 너무 아까웠다.
“갑아, 기억나? 너 이사 온 날. 그때도 이렇게 빙판길이었어.”
갑이 삽으로 깨부순 눈덩이를 담장 쪽으로 밀어내며 은홍이 말했다.
“응.”
“넘어진 준이 오빠를 내가 일으켜주려는데, 오빠가 내 손을 안 잡고 일어나려고 버둥거렸잖아.”
그래. 기억한다.
엄마의 체온이 사라진 집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아빠는 이사를 가자고 했다. 오빠는 이사 가기 싫다며 엄마가 쓰러졌던 그 거실에서 분홍색 밍크 담요를 뒤집어쓰고, 품고 있는 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컷 펭귄마냥 사납게 굴었다. 갑은 엄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떠나기 싫은 마음과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둘 다를 가지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는 아빠를 바라봤다.
이사를 하고 땅이 녹아 푸슬푸슬 솟아오르던 어느 날, 아빠는 침대 옆에 두었던 엄마의 유골함을 꺼내 와 잿빛 가루를 하얀 한지에 쏟아 부었다. 그러고는 연애편지를 접듯 고이고이 접어서 햇빛이 제일 잘 드는 정원에 묻었다. 아빠가 마당이 있는 이 집으로 이사를 온 유일한 이유는 엄마와 함께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았을 때, 갑은 옛집의 기억을 고스란히 이 집으로 옮겨 왔다.
그 후, 아빠는 엄마가 생각날 때마다 꽃을 심었다. 엄마는 봄마다 피어나는 튤립이고 히아신스고 금잔옥대고 크로커스였다. 여름이면 피어나는 백합이 엄마였고, 글라디올러스가 엄마였고, 붓들레아가 엄마였다. 꽃들이 점령해버린 정원을 보면서 때때로 공간과 시간도 가로막지 못하는 사랑이, 추억이 있다는 걸 열세 살의 갑은 알았다.
갑은 고개를 들어 낡은 집과 눈에 파묻힌 정원을 둘러보았다. 하우스푸어의 전형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지은 지 30년이 지난 집은 성형독 오른 여배우처럼 흉해지고 있었다. 틈이 벌어진 나무 창틀. 문풍지와 에어캡 비닐을 덕지덕지 바른 창문. 허옇게 부식된 벽돌.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철제 난간 위로 그나마 눈이 쌓여 얼핏 보면 운치 있게도 보였다. 올해는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오래된 보일러는 가스만 잡아먹고, 바람이 불 때면 벽난로 굴뚝을 타고 들어온 바람이 귀신처럼 울었다.
“은홍아, 이 집을 팔까?”
“이 집을 떠나서 살 수 있어?”
담장 쪽으로 눈을 밀던 은홍이 허리를 펴며 물었다.
“내 수입으로 이 집을 유지하기엔 이미 한계를 넘었어.”
원금은 고사하고 대출 이자를 내는 것도, 재산세를 12개월 카드 할부로 내는 것도, 옆집의 항의로 1년에 세 번 정원에 소독약을 뿌리는 것도 벅찬 상황이었다.
“너도 너지만 준이 오빠는?”
그러니까, 미치겠어.
갑은 속으로 대답하고 두껍게 언 눈 속에 삽을 힘껏 꽂았다. 그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가슴이 죄어와 무릎을 꿇으며 풀썩 고꾸라졌다.
“갑아! 왜 그래?”
“하아, 하아……. 은, 은홍아. 숨이, 숨이…… 안 쉬어져.”
“어, 어떡해. 갑아, 갑아! 정신 차려. 오빠, 준이 오빠! 119 불러요.”
은홍의 고함치는 소리가 아주 멀게 들렸다. 멀어지는 은홍의 목소리를 들으며 갑은 생각했다. 발칙하고 야한 꿈도, 빌어먹을 통증도 모두 혜성이 다가오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