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지계의 신성으로 떠오르던 피아니스트 한기주.
어느 날 그는 예기치 못한 폭발사고로 피아니스트의 생명인 청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청력을 잃은 날부터 시작된 가족들의 과보호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들이 계속 되자 기주는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피아니스 한기주의 음색을 사랑하는 그녀, 이아영.
초등학교 시절,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상실하게 된 그녀는 건강센터에서 헬스키퍼로 일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엔 장애로 인해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피아니스트 한기주와 이름이 같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영은 그 남자를 알아가면서 마음속에 남은 상처들을 하나씩 치유해 나가는데…….

“나는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내가 이런 욕심 부려도 돼요? 내가 정말 그래도 되는 거냐고요.”
“난 단 하루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장애란 핸디캡을 가진 두 사람. 그들에게 장애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었다.
세상의 편협 된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남들의 눈에 씐 색안경에 맞서 싸우며 서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두 사람에게 장밋빛 인생은 찾아올까?


-본문 중에서-

“아영 씨, 거기 있는 거죠?”
아영은 기주의 질문에 가만히 있는 걸 택했다. 기주가 자신은 이미 집으로 들어가고 없다고 느끼도록.
“거기 있는 거 다 알아요. 그러니까 아영 씬 거기서 그냥 듣기만 해요. 그럼 돌아갈게요.”
기주가 건너편에 있을 아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기주를 보고 힐끔거렸지만 상관없었다. 아영에게만 똑똑히 들린다면 그걸로 족했다.
“우린 지금 헤어졌지만 난 꼭 아영 씨를 되찾으러 올 거예요. 거짓말쟁이 한기주가 아니라 남자 한기주로서요. 헤어지면 어때요.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걸. 그리고 내가 아영 씨를 사랑하고, 아영 씨도 날 사랑하는 건 변치 않잖아요. 그건 그냥 몸만 떨어져 있는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난 걱정하지 않을래요.”
“다시 시작하자고요? 기주 씨는…… 바보야!”
“내가 돌아오면 나 꼭 받아 줘요. 알았죠? ……사랑해요.”
마지막 말을 마친 기주가 대문에 짙은 키스를 하고 쓸쓸히 돌아섰다. 아영은 기주의 사랑한다는 말에 더욱 크게 울고 말았다.
“웬 소란이야? 어머머, 아영아. 너 우니?”
마침 밖에 나갔다 들어온 은숙이 흙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영을 억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아영은 일어설 기운도 없는 듯 다시 대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며칠 전부터 얼굴에 근심거리가 가득하다 싶더니 결국에 무슨 일이 터진 모양이었다.
“그놈이지? 그놈이 널 가지고 논 거지? 내가 그래서 일찍이 헤어지라고 그랬잖아! 왜 말을 안 들어서 엄마 속을 상하게 해!”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
“모르긴 뭘 몰라? 잊어! 잊고, 엄마가 소개해주는 사람 만나!”
“싫어! 나 기주 씨가 아니면 싫어, 엄마.”
“얘가 그래도!”
은숙이 주먹으로 아영의 등을 세게 내려쳤다. 아영은 파리한 안색으로 은숙에게 지지 않으려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
“그 대단한 사람이 나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한테 무릎 꿇고 빌었어요. 사랑해달라면서 매달렸다고요! 그래도 모질게 내친 게 마음에 걸려. 이렇게 좋아하는데, 사랑하는데, 이젠 사랑한다고 말도 못해. 그게 너무 억울하고 분해 죽겠어. 흐흐흑!”
아영은 기주와 수도 없이 잡았던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끌어안았다. 비에 젖어 온기라곤 하나도 없는 손에서 기주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는 아영을 보며 은숙이 표정을 굳혔다. 눈이 안 보이는 딸이 혹여 나쁜 사람에게 휘둘려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했던 건 둘째 치고 같은 여자로서 아영이 안 돼보였다. 은숙은 오열하는 아영을 붙들고 저도 울고 말았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봄만큼이나 따뜻하고, 여름만큼이나 화끈하고,
가을만큼이나 슬프고, 겨울만큼이나 시린 글을 써보고 싶은
맑은 달, 월아(月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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