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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인트 루이 기숙학원 3권

빈즈(Beans) 지음가하에픽2016.06.22979-11-300-06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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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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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06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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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43,100원)

1. 작품 소개

 

“점검이 끝나 봐야 알겠지만……. 아마 다시 사고가 일어나진 않을 거다. 그러면 연극을 진행할 의사가 있나?”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 인어공주’의 막이 올랐다. 조연출에서 총연출자가 된 지아는 떨리는 마음으로 진행을 시작하지만, 주연 배우 머리 위로 조명이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편 황실에서는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의 학기말 무도회를 위해 황실 경호원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지안과 이안은 자신의 방식대로 무도회를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비밀을 향한 모험, 그리고 짜릿한 두근거림!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 3권에서 만나보세요.

 

 

이안은 어느새 내게 자신의 오른팔을 내밀고 있었다. 그 태도는 더없이 정중하여 나는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예의바르게, 신사의 에스코트를 받는 숙녀처럼 우아하게 응대하리라. 내가 왼손을 가만히 올려놓자 그의 눈길이 더욱 깊어졌다.

“너무 늦었어.”라고 핀잔을 주지 않았으면 더 좋았으리라. 너무도 그다운 그 반응에 나는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예요, 이안. 밤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요.”

그리고 레오노라 양의 말대로 나는 오늘밤의 스타가 될 것이다-어여쁜 드레스로 치장하고 최고의 파트너를 동행한!

바야흐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2. 작가 소개

 

빈즈(Beans)

 

취향에 맞는 책을 찾고 찾다, 어느 날 아예 직접 글을 써버리기로 결심, 웹 연재게시판에 첫 글을 올린 후 3년간 꾸준히 집필한 소설이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Saint Louie Academy)’이다.

개인적인 욕심에 시작한 글이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개인지 제작과 eBook 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면 언제라도 글 쓰는 즐거움을 다시 누리고 싶다.

현재는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삶의 소소한 낙이다.

 

 

▣ 출간작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

 

 

3. 차례

 

7-2. 위험천만 연극제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8. 무도회의 신데렐라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17.

 

 

4. 미리 보기

 

“늦었어.”

말도 없이 사람을 댄스파티에 불러 놓고, 그 다음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드레스를 맞춰 주고, 덤으로 수다스런 도우미까지 보내온 오만한 신사가 그렇게 투덜거렸다. 나는 그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곧이어 내 입술이 멋대로 열렸다.

“……이안?”

아니, 이렇게 이름이나 물으려던 게 아니었는데!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내 변신한 모습을 ‘짠’ 하고 보여주며 ‘어때요, 나도 꾸미니깐 봐 줄 만하죠?’라고 잔뜩 뽐낼 생각이었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오늘밤 지난 17년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차림새를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원래부터 미모를 타고난 이 남자 앞에서는 도저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 나는 더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얼마 후 그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군.”

……위험했어.

무심코 가슴에 손을 댄 나는 맨살 위에 와 닿는 보드라운 감촉에 깜짝 놀랐다. 언제나 블라우스의 칼라 안에 감춰져 있던 쇄골을 드러낸 것도, 손등과 팔뚝에 착 감기는 새틴 장갑을 낀 것도 생소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나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애썼다. 안 그래도 내 뺨은 밝디 밝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을 텐데! 하지만 이제 무슨 노력을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런 남자를 눈앞에 두고 평정심을 유지할 여자는 몇 되지 않을 테니까!

어디서부터 말해야 될지 모르겠지만-아니, 뭐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안은 근사했다.

레오노라 로런트가 내 눈 위에 요정의 꽃즙이라도 바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잠깐만! 더 가까이 오지 마요!”

내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천천히 다가와 내 손목을 살짝 쥐었다. 장갑을 낀 나와는 달리 그의 손은 맨손이었다. 문득 레오노라 양이 해 주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황궁에서 정식 연회가 열리는 날 그는 항상 장갑을 끼는데, 그 과정에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손목을 얹어 놓기 위한 사각 받침대, 장갑을 보다 부드럽게 씌우기 위해 안쪽에 바르는 진주 가루, 그리고 무려 장갑을 끼워 주는 시종까지!

“여름이라 흰 사슴 가죽 따위를 구하지 못한 게 차라리 다행이었어요. 이안 님은 장갑만큼은 절대로 자기 손으로 끼는 적이 없는걸요! 뭐, 엠페러 궁에서는 이안 님의 장갑 담당이 되려고 메이드들이 당번을 바꿔치기하거나 서로의 식사에 설사약을 타기도 한다지만요!”

레오노라 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실인지 뭔지 모를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이라도 그 손을 잡고 싶어 안달이 난 그녀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레오노라 양은 옷을 만들 때 오로지 그것을 입을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 디자인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이안의 연미복은 그를 위해 지어진 옷이라고 해야 옳았다. 그러나 옷도 최고급이고 사람도 훌륭하다 보면 둘의 위치는 뒤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내 눈에는 그가 자신의 예복을 입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 연미복은 이안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드레스가 나를 더욱 아름답게 해 준다면 그가 입은 스왈로테일 코트는 이안 폰 그린의 매력을 그대로 구현해낸 옷이라 할 수 있었다. 옷장 안에 걸어 놓기만 해도 이안이 그곳에 서 있다고 착각하게 되지는 않을까?

색상은 한없이 깊고 푸른 프러시안 블루. 로열 블루보다 훨씬 짙지만 화려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연극제 때의 의상을 넘어설 정도다. 광택 없는 부드러운 천은 낭비되거나 모자라는 일도 없이 그에게 꼭 맞게 재단되어 있었다. 뾰족한 끝이 위를 향해 치솟은 칼라-저런 걸 피크드 라펠peaked lapel이라고 하던가? 꼿꼿한 직선은 그의 몸이 지닌 날렵한 라인과 어우러져 우아하면서도 도도한 인상을 준다. 칼라의 끝단을 장식한 은회색 새틴은 코트 안에 입은 슈트용 베스트와도 같은 색이었다. 웃옷을 여미지 않았기 때문에 밝은 베스트는 눈에 더 잘 들어왔다. V넥 위로 살짝 도드라진 폭넓은 애스콧 타이 역시 똑같은 실버. 맙소사! 레오노라 양은 어디서 이처럼 그의 눈동자 색과 닮은 컬러의 원단을 찾아냈을까? 물론 그의 눈이 훨씬 더 깊고 그윽하긴 하지만, 밤하늘을 밝힌 보름달 아래에서라면 모두 은빛으로 반짝일 것이다!

나를 압도한 것은 프러시안 블루와 실버의 조합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의 몸.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각진 어깨와, 판판한 가슴과, 곧은 허리와 기다란 팔다리가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라인이라니! 실은 나는 앞이 짧고 뒷단이 제비 꼬리처럼 늘어진 연미복의 디자인이 조금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이라면 그 말을 몇 번이고 부정해 주겠다! 코트의 앞자락은 은백색 오팔 스터드 아래에서 끝나 있었는데, 그 밑으로 뻗은 두 다리가 어찌나 늘씬한지! 그의 몸 뒤쪽으로 자연스레 늘어진 코트 자락은 너무 뻣뻣하지도 흐물흐물하지도 않았다. 새것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남자라면 이걸 입고 승마를 한대도 옷에 주름 하나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단정하다 못해 절도마저 배어나는 몸가짐과, 태어날 때부터 몸 안쪽에 심어 놓은 기품은 연미복 본래의 기능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었다. ‘제국 최고의 신사’, 이안 폰 그린을 정녕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 최고급 정장을 완벽하게 입어 내는 맵시와 패션 센스, 그리고 수려한 외모일 테니까!

얼굴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만 항상 이마 위로 흘러내리던 다갈색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이지적이고도 귀족적인 얼굴이 훤히 드러나 있다는 점, 그 얼굴이 또 얼마나 말끔한지 쳐다보는 것조차 송구스러울 지경이라는 점, 날카롭게 빚어진 콧날과 갸름한 턱선, 살짝 솟아오른 광대뼈가 황금 비율을 이루고 있다는 점, 입가에 걸린 엷은 미소 때문에 평소보다 표정이 풍부해 보인다는 점……정도만 얘기해도 될 것이다. 하나하나 다 얘기하다 보면 밤을 새도 모자라겠지! 그러니 그가 내 쪽으로 얼굴을 숙였을 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해도 내 잘못은 아니다!

“혹 레오노라가 실례되는 행동을 한 건 아니겠지?”

그에게서는 예전에 맡지 못했던 머스크 향이 풍겨 오고 있었다. 가까이 서 있지 않았다면 느끼지도 못했을 정도로 엷은 향이었지만……. 그 관능적인 향기에 반쯤 취해 있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에게는 물어봐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이안! 이게 도대체 다 무슨 짓이에요? 왜 사람한테 말도 없이 이런 걸 보내 주고 그래요?”

드레스가 아무리 예뻐도, 레오노라 양이 입이 닳도록 말했어도 이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안의 품격과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 언제나 최고급 소재만을 선택한다는 레오노라 양의 말로 추정해 보건대, 내 드레스나 그의 연미복은 말도 안 되게 값비싼 것이리라. 이유도 모른 채 그런 호의를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정직한 인간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감 때문에 다리가 다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그는 그제야 내 팔목을 놓았다.

“드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나?”

“내 말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당신이 나한테 이런 걸 해 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특별히 해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아니, 해 줬다고 생각하라니까!

“으윽! 그럼 나한테 청구서를 보내든지요! 뭐, 내가 우등생으로 세인트 루이를 졸업해서 제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간 다음 뉴스토피아의 정식 기자가 되어 5년 정도 일하면 어떻게든 갚을 수 있겠지만……. 난 이런 거 받아 본 적도 없다고요!”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군. 설마 내가 옷값을 청구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 쪽이 훨씬 마음 편해요! 그리고 내가 댄스파티에 갈 건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사람을 불러내는 법이 어디 있어요?”

나는 본격적으로 따져 묻기 시작했다. 받을 거 다 받아 놓고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기회에 뭐건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해 버리는 이 남자의 습성을 뜯어고치고 말리라. 아무튼 혼자서 잘나고 똑똑한 척은 다 한다니깐! 실제로 그렇긴 해도.

그의 의문이 좀 더 깊어졌다.

“그래서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나? 답장을 받진 못했지만, 특별히 싫다는 얘기도 없기에…….”

“초대장? 무슨 초대장? 당신이 언제 그런 거 보냈어요?”

뭔가 이상하다……? 내 질문에 그는 되레 놀란 것 같았다.

“받지 못했나? 2학년 E반의 반장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잠깐. 2학년 E반의 반장이라면, 리지 골드먼? 신경질적이고 심술궂은 얼굴을 떠올리자 불쾌감이 스멀스멀 솟아났다. 그 애가 내게 그런 걸 전달해 줄 리가 없지!

“……혹시 기숙사 우편함에 넣어 달라고 했었나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시무시한 경고가 쓰인 속기 노트와 함께 맡겼는데.”

무시무시한 경고가 쓰인 속기 노트라면 내 역사 노트밖에 없다. 그가 노트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정신 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그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정인즉슨 며칠 전 학교 뒤편 숲에서 말을 타다가 내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한 노트를 주웠는데 내게 돌려줄 방법이 없어 대신 리지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명확하고 간결한 설명을 들으며, 나는 차츰 일이 어떻게 된 건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리지는 도서관에서 훔쳐낸 내 노트를 처리하지 못해 숲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호수에서 실종자의 사체가 발견된 뒤로 그 쪽은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으니 그럭저럭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이안이 이걸 발견했고, 학생회 간부들과도 좀 아는 사이인 그는 반장인 그녀에게 초대장을 끼운 노트를 건네줬다 그거지. 리지가 그걸 알아냈다 치더라도 감히 이안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신 그 비열한 계집애는 드레스를 없애 나를 골탕 먹이려 한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본관에서 내게 시비를 걸며 그의 이름을 거론한 것도 그 초대장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부아가 치민 나는 괜히 그를 타박했다.

“왜 하필 리지를 줬어요? 아르민 선배나 쥰메이한테 부탁했어도 되잖아요?”

그가 나를 쏘아보았다.

“그 두 사람 손에 초대장이 들어갔으면 무사히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하나?”

할 말 없다. 아마 그들이었다면 내게 초대장을 건네주기 전에 온 학교에 그 소문을 퍼뜨렸겠지. 쥰메이는 수다쟁이고 아르민은 장난꾸러기니까! 나는 어물어물 대답했다.

“그, 그러면 최소한 유디트 회장님께라도…….”

“아아.”

그는 애매하게 대답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제아무리 이안이라 하더라도 냉정한 얼음 여왕님께는 한 수 접는다 그건가? 그의 다음 물음에 나는 찔끔했다.

“그럼 초대장은 어떻게 했지?”

그야……. 버렸지. 어머니가 보내 주신 드레스가 없어지자 눈이 뒤집힌 나는 역사 노트고 뭐고 온통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웬만해선 물건에 화풀이를 하지 않지만 리지가 손댔다고 생각하니 분함을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당시에는 너절한 협박이 쓰여 있으리라 생각한 봉투도 당연히 쓰레기통행.

“버, 버렸는데요…….”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버렸다고?”

그가 내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그 순간 이안의 눈에 떠오른 빛은 내가 이안을 만난 이후로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한참 만에 그 의미를 깨달은 나는 몹시 허둥거렸다.

“헉! 이안! 정말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보낸 초대장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안 버렸을 텐데!”

“…….”

어쩌면 좋담! 이안은 대단히 실망한 게 분명했다. 그가 나와의 왈츠를 기대하고 있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는 황실 출신의 귀족이 아닌가? 몸소 보낸 초대장이 쓰레기통에 던져졌다고 한다면 나라도 기분 나쁠 것이다. 그의 나직한 중얼거림에 나는 또다시 움찔했다.

“사람이 난생 처음 보낸 초대장을 버렸단 말이지……?”

그의 어조는 실망스럽다 못해 씁쓸하게까지 들렸다. 이 남자, 자존심 좀 상했다고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 뭐야?

“아니, 잠깐! 그러니까 왜 직접 말하지 않고 그런 걸 쓴 거예욧? 애초에 직접 말했으면…….”

“그 편이 거절하기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는 그렇게 내 말을 막았다.

나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거절?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여자가 이안 폰 그린의 파트너가 될 기회를 팽개친단 말인가? 황실 연회가 열려도 나오미 공주님하고만 왈츠를 춘다는 ‘제국 최고의 신사’의 청을? 레오노라 양이 나한테 ‘감히’ 어쩌고 했던 게 이해가 간다. 이안의 어조는 사뭇 진지해, 나는 그가 진심으로 내 거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제정신이에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라고 대답하려던 나는 더 중요한 질문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내가 답장도 보내지 않았는데……. 어째서 레오노라 양에게 내 옷을 만들게 했던 거예요?”

그는 노트를 주운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레오노라에게 드레스를 부탁했으리라. 디자인이 미리 구상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드레스 한 벌을 완성하는 데는 며칠씩 걸리니까. 한편으로 나는 그가 내 레몬 색 오건디의 도난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데 크게 안도했다. 리지가 나를 괴롭혔다는 걸 알아봐야 좋을 게 없다.

그는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을 위해서?”

만약!? 당신은 이런 걸 두고 ‘만약’이라고 해? 나는 제국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도 않는다는 어마어마한 고가의 차이나 실크 드레스를 내려다보았다. 이걸 만드느라 레오노라 양은 밤을 꼴딱 샜고 나는 어울리지도 않는 자기 비하에 빠질 뻔했다. 실크 드레스뿐 아니라 제 2의 피부처럼 내 팔을 감싸고 있는 새틴 장갑이나 실버 스팽글이 줄줄이 달린 백도 마찬가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완전히 변모시켜 놓고는 그게 다 ‘만약을 위해서‘였다니! 그건 대체 어떤 경우를 가정한 ‘만약‘일까? 내가 그의 초대를 받아들이고는 싶은데 마땅한 드레스가 없어서 난감할 때? 드레스가 있긴 한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아니면……. 이쪽은 무도회에 참석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호화찬란한 드레스로 꼬드기고 싶을 때?

“이안……. 당신 자기의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 안 해요?”

“전혀.”

그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아, 그러세요.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보통은 파티에 갈 생각이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러려고 했는데 영 보이질 않더군. 드레스에 대해서는 특히-. 시간이 있었다면 네 취향도 충분히 고려했을 거야.”

그는 조금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난 내내 왈츠 연습을 하느라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이안이 나를 무도회에 데려가고 싶어 한다는 것도 몰랐고!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드레스는 마음에 들어요! 정말로!”

어차피 시간이 한 달쯤 더 있었다고 해도 이것보다 나은 옷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어떻게 내게 이처럼 어울리는 색깔을 알아냈는진 몰라도……. 부끄러워져 고개를 떨어뜨리다, 그의 코트 소맷부리에 놓인 자수가 내 드레스 앞섶의 무늬와 똑같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이 드레스의 디자인은 디테일한 것까지 그가 지시했다고 했었지? 레오노라 양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수놓았을 은빛 백합이 우리 두 사람의 옷 위에서 반짝거렸다.

“……그럼, 왜 나였나요?”

나는 그렇게 묻고 나서도 한동안 그를 올려다보지 못했다. 내 이마에 가만히 와 닿는 그의 시선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알긴 알아야겠는데 막상 입 밖에 꺼내 놓고 보니까 너무 한심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가 툭 내뱉은 말이 또 의외라서 나는 기운이 쏙 빠졌다.

“난 파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뭐하자는 거야, 이 남자? 마치 내가 자신을 억지로 무도회에 초대하기라도 한 것처럼……. 내가 발끈하거나 말거나,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좀 즐겁게 보내면 안 될까?”

‘그러니까’라니, 그런 궤변이 어디 있어!

하지만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낮고 차분한 어조,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담긴 그의 본심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이안은 뭐든 억지로 할 사람이 아니다. 시답잖은 동정심이 들었다면 내게 왈츠 한 곡을 청하는 걸로 충분했을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내린 결론을 슬쩍 흘려 보았다.

“이안, 그러면 당신 정말로 나하고 무도회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당연한 걸 왜 묻나?”

그가 미간을 좁히지만 않았어도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랐겠지만, ‘내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게 하다니, 넌 정말 바보가 아닌가?’라고 묻고 싶어 하는 그 표정을 보자 달뜬 마음도 싹 사라져 버렸다. 바보라서 미안하네요! 난 누구하곤 달라서 초대장처럼 세련된 의사소통 방식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고 더군다나 파트너로 찍은 상대에게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선물들을 보내는 취미는 없다고요! 그에 의해 순식간에 공주님에서 바보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에 혀를 차고 있을 때였다.

달칵.

그의 손 안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너무 떠드는 바람에 깜빡 잊을 뻔했군.”

그의 말에 웃음이 묻어 있는 것처럼 들린 건 내 착각일까? 나는 이안의 손바닥에 놓인 작은 물건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아니, 그 이상으로 놀란 나머지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밤은 정말로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레오노라 양이 진짜로 마법을 부린 게 아닐까?

새빨간 벨벳 상자 속에서 조그만 귀걸이 한 쌍이 수줍게 나를 내다보고 있었다.

유리구슬보다 찬란하고, 다이아보다 투명한 크리스털은 아기의 손톱만 한 크기였다.

한쪽 끝은 동그랗고, 한쪽 끝은 뾰족한 보석의 모양은 여인의 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꼭 닮았다.

이안의 손이 내 귓가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넘길 때까지 나는 꼼짝도 못했다. 그는 여전히 은침이 꽂혀 있는 내 귀를 바라보았다.

“이제 상처도 다 아물었겠지?”

간신히-정말로 간신히 나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마음이 벅차올라 입을 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안, 이 귀걸이는……?”

그의 손가락들이 능숙하게 은침을 빼냈다. 나는 그저 눈만 깜빡이며 그가 귀걸이를 다 채워 줄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양쪽 귀 끝에 매달린 크리스털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고-.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이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나?”

“무슨 말을…….”이라는 내 말은 다시 목 안으로 삼켜졌다. 귓가에 남겨진 그의 온기가 얼마 전의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음악실에서 그가 귀를 뚫어 주었던 날, 연습용 악보 사이에 끼워져 있던 카탈로그. 거기에는 넥타이핀이나 커프스 버튼뿐 아니라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여성 주얼리의 사진도 잔뜩 실려 있었다. 나는 심플하고도 앙증맞은 눈물 모양의 귀걸이를 눈여겨보았다. 이 남자는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단 말인가? 나조차도 금방 잊어버린 사실을?

나는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주시했다. 다정하고도 따스한 회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깨달았다.

이유야 어쨌건 그는 나와 무도회에 가고 싶어 한다. 드레스나 귀걸이 따위를 잔뜩 안겨 준 건 좀 그렇지만 그가 진심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건 받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호의를 무시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멋지고 완벽한 파트너의 청을 어떻게 거절한단 말인가?

타인의 선의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 내게 왈츠를 가르친 또 한 사람의 신사, 쥬세페 폰 발렌타인의 말이다. 그는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애석하게도 그는 여기에 없지만, 이 자리에 있었다면 레오노라 양과 똑같은 충고를 했으리라.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은 붙잡아야 한다고.

이안은 어느새 내게 자신의 오른팔을 내밀고 있었다. 그 태도는 더없이 정중하여 나는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예의바르게, 신사의 에스코트를 받는 숙녀처럼 우아하게 응대하리라. 내가 왼손을 가만히 올려놓자 그의 눈길이 더욱 깊어졌다.

“너무 늦었어.”라고 핀잔을 주지 않았으면 더 좋았으리라. 너무도 그다운 그 반응에 나는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예요, 이안. 밤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요.”

그리고 레오노라 양의 말대로 나는 오늘밤의 스타가 될 것이다-어여쁜 드레스로 치장하고 최고의 파트너를 동행한!

바야흐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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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아쉽네요.  cs***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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