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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하록과 배태랑

이선미 지음도서출판 가하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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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95-99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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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네가 나 책임진다면 나도 너 책임져야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배태랑은 하록 거다.”
춤을 사랑하는 반항아 하록이 첫눈에 반한 소녀 배태랑! 부모님을 잃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 애쓰던 태랑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첫 만남 이후 계속 눈에 들어오는 그 녀석 하록이 신경 쓰인다. 하록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얼결에 그를 책임지겠다 소리쳐버린 태랑에게 열렬히 빠져버린 소년 하록의 티격태격 사랑 만들기!
“내가 너 좋아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냐면.”
하록은 잠시 뜸을 들였다.
“처음부터야.”
“처, 처음?”
“사실은 첫눈에 꽂혀버렸어.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내내 토끼처럼 놀란 네 얼굴이 아른거려서. 그리고 비 오던 날, 우리 아버지한테 매달려서 울며 사정하는 너 보면서 누구한테도 뺏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다시는 너 그렇게 울리지 않을 거야.”
2. 작가 소개
이선미
1971년 대구 출생.
성숙한 사람들의 사랑, 철부지들의 사랑, 자기애, 집착 등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그리고 싶어 하는 작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담아내는 로맨스소설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 출간작
아라사의 서우여
석빙화
광란의 귀공자
10일간의 계약
커피프린스 1호점
하록과 배태랑
달의 시 外
3. 차례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4. 미리 보기
눈을 떴을 때 나는 가게 뒷방에 누워 있었고 이마에는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혹이 나 있었다.
“좀 어때?”
옆에는 효주가 있다. 효주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내가 넘어졌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너 다시 술 마시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앗!”
효주의 뒤에서 하록이 땍땍거렸다. 그제야 하록은 내가 아주 소량의 알코올에도 인사불성이 된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나는 움츠러든 채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자.”
나는 죄수처럼 이끌려 하록의 블루 스즈키에 탔다. 하록은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무표정한 녀석이지만 본의 아니게 1년 동안 지켜보다 보니 그래도 조금씩 미세한 변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은 화가 난 표정이다.
밤공기가 꽤 차가워서 나는 하록의 등 뒤에 꼭 숨어 있었다. 그러자 하록이 자신의 점퍼를 벗어 내게 입혔다.
“난 괜찮아. 앞이 더 춥잖아.”
그래도 하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난 하록이 입히는 대로 가만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도시를 질주했다.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네온사인과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쳐다보며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하록을 만난 지도 벌써 1년.
“화났어?”
신호에 걸려 소음이 줄어들었을 때 슬쩍 떠보았다.
“…….”
“네가 화난 건 알겠는데…… 근데 왜 화난 거야?”
“…….”
“바보같이 굴어서 미안해.”
“입 다물어.”
엄청 차가운 대꾸에 나는 왠지 서러웠다. 풀 죽은 채로 집까지 왔다.
“바래다줘서 고마워.”
블루의 스즈키에서 내려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건넸다. 재킷을 받아 아무렇게나 던진 하록은 스즈키의 시동을 끄고는 내게 다가왔다. 어두운 골목길 희뿌연 가로등 아래, 184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하록의 접근에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하록을 믿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였다. 하록이 화가 난 상태니까 말이다.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던 것 같다. 그래서 담벼락에 등이 닿아버렸다. 하록의 얼굴이 바짝 다가왔다. 하록의 숨결에 내 앞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릴 정도로.
“어째서 내가 화난 이유를 모르겠단 거야?”
“그, 그러니까, 그게…….”
가슴이 뛰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하록의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그 향기에 푹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하록이 알아챌까 봐 숨을 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자식들이 정말로 덤볐으면 어쩔 거야. 응?”
“하, 하지만 네가 또 싸우면…….”
“그놈의 벌점은 나도 알아. 아니까 내가 알아서 조심한다구. 알겠어? 네가 나서면 내가 불안해서 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부탁인데 사람 심장 떨어지게 좀 하지 마.”
“걱정했어?”
“말이라고 해!”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걸핏하면 소리부터 질러.”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뽀로통한 얼굴을 했다.
“네가 엉뚱한 소릴 하니까 그렇지. 너 아직도 내 맘 모르는 거야?”
어머, 얘가 무슨 소릴 하려고. 나는 무안해져서 얼른 시선을 피하며 빠르게 하록의 말을 막았다.
“그, 그만 가. 늦었잖아. 내, 내일 봐.”
“오늘은 안 돼. 대답해봐.”
빠져나가려는 나를 하록이 다시 끌어다 담벼락에 밀어붙였다. 내 어깨 위로 담을 짚고 도주로를 막고 있는 하록 때문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솔직해지기로 하자. 나는 결심을 하고 쭈뼛쭈뼛 시선을 들었다.
“사실은…… 그래.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거 못 믿겠어.”
말해버렸다. 하록이 한숨을 쉬었다. 답답해 미치겠다는 얼굴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할 테니까 똑똑히 들어.”
하록은 마치 눈높이 교육이라도 하듯이 시선을 내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나는 하록의 날카로운 눈이 바로 코앞에 있으니까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너 좋아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냐면.”
하록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쉼표에 나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처음부터야.”
“처, 처음?”
“우리 집 정원에서 엎드려뻗쳐 있을 때. 멀리서 하얀 종아리가 점점 다가오더라. 누구 종아린지 예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예쁜 종아리를 가진 애가 나한테 파라솔을 씌워줬지. 창피해서 화는 냈지만 그때 움찔 놀라는 너 보고…… 사실은 첫눈에 꽂혀버렸어.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내내 토끼처럼 놀란 네 얼굴이 아른거려서. 그리고 비 오던 날, 우리 아버지한테 매달려서 울며 사정하는 너 보면서 누구한테도 뺏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다시는 너 그렇게 울리지 않을 거야.”
나는 숨을 멈추고 있었다. 이런 고백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너무 떨려서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아버지한테 보낸 네 사유서 봤어.”
“네가 그걸 왜 봐!”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록이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하록이 그 꿈을 꼭 이룰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하록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내 사유서의 일부를 줄줄 외우는 것이었다.
“그거 읽고 나 감동받았다. 네 믿음 내가 꼭 지킬게.”
그때 하록의 눈은 별이 든 것처럼 반짝거렸다. 그러더니 점점 내게로 쏟아져 내리려 했다. 나는 그 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만 뒤이어 닥친 충격에 두 눈을 감고 말았다. 하록의 입술이 내게 닿은 것이다.
별은, 머리에서 가슴에서, 바스러진 설탕 가루처럼, 눈부시고 달콤하게 반짝거렸다.
입술에 닿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충격은 몽롱한 기운으로 번져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지갯빛의 불꽃이 눈 속에서 파팟 터지고 콩닥콩닥 뛰는 가슴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아, 다리가 풀린다.
“괜찮아?”
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에 울릴 때 나는 내 몸이 바보처럼 스르르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록이 허리를 잡아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다리에 힘을 줬다. 몽롱한 눈이 초점을 찾을 무렵에야 하록과 첫 키스를 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하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그만 들어갈…… 딸꾹!”
하록의 입꼬리가 살살 올라갔다. 작게 후훗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난 두 손으로 입을 꼭 막고 침만 꼴깍 삼켰다.
“들어가서 물 마셔.”
“응. 딸꾹!”
숨을 멈추어도 딸꾹질은 멈추질 않았다. 그러자 하록이 다시 얼굴을 바짝 갖다 대며 말했다.
“한 번 더 하면 멈출 것 같은데.”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몸을 피했다. 집 앞으로 종종 뛰어가 초인종을 누르고는 뒤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잘 가. 딸꾹!”
그날 나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도 하록이 떠나는 스즈키 소리를 들으며 남몰래 미소 지었다. 하록이 정말로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하록과 입맞춤을 했다는 것도 꿈만 같이 여겨졌다. 그날은 너무 설레 오래도록 잠을 자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