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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님아(恁我) 2권

이희정 지음로망띠끄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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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58-20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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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담이 오갔던 사내들의 뜻 모를 죽음과 금수만도 못한 남자와의 혼인으로 얻은 지독한 상처.
칠흑 같은 앞날의 숨 막히는 절망감을 견딜 수 없어
차라리 먼 곳으로 떠나 홀로 살라는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 후, 망자(亡者)로 위장하여 한양으로 도망쳐 온 지 1년.
실바람 하나에도 바스라질 듯 위태롭게 살아가던 내 앞에 나의 지아비가 되어 주겠다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봄볕 같은 온후한 눈동자로 내 모든 것을 감싸안듯 응시해 오던 그.
너른 그의 품 안에서 다시 한 번 행복을 꿈꾸고 싶었지만
그를 마주할 때마다 뻐근해져 오는 가슴을 가만히 내리누른 것은
나의 이 기구한 삶 속에 차마 그를 들일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하나, 그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마음이 비가 되어 내린 순간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감정은 꽃씨가 되어 바싹 메마른 내 가슴에 살그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온한 그의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희망할 수 있었다.
비정한 내 운명도 이 정도의 행복쯤은 눈감아 주리라고…….
-본문 중에서-
“이 시각에 어인 일이십니까?”
“아, 저는…….”
자인의 모습에 홀려 무슨 일로 왔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 무진은 말끝을 흐렸다. 그에 잠시 기다리던 자인이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별일이 아니시면 밝은 날 말씀하심이 좋겠습니다.”
“제가 나가길 바라십니까?”
“단정치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살며시 고개를 숙이는 자인의 움직임을 따라 머리카락이 스르륵 등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 그에 절로 무진의 목울대가 울렁거리며 아프도록 마른침이 삼켜졌다. 무진은 자신이 제발 나가주길 바라며 자꾸만 몸을 작게 옹송그리는 자인의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커다란 몸을 내렸다.
흠칫, 놀란 자인이 평소와는 다른 무진을 경계하듯 몸을 뒤로 물리려 하였다. 하지만 무진은 얼른 손을 내밀어 물러나는 자인의 얇은 팔을 잡았다.
“제가 하여 드리겠습니다.”
“무엇을…….”
“머리, 젖은 머리를 제가 빗겨 드리겠습니다.”
“소첩이 할 수 있습니다.”
“하여드리고 싶습니다.”
무진은 거부하듯 몸을 틀려는 자인을 반은 억지로 제 앞에 돌려 앉혔다. 한쪽 바닥에 있는 빗을 주워들어 자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빗겨 내렸다. 비단결처럼 스르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훑으며 천천히, 꼼꼼히 빗질을 하는 내내 무진은 유려한 선을 그리는 자인의 뒤태를 욕심껏 눈에 담았다.
무진은 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늘리려 점점 더 느리게 머리카락을 빗질하던 손을 자인의 좁은 어깨 위에 내려놓았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낮게 가라앉아버린 목소리를 내었다.
“오늘, 이 방에서 머물면 아니 되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부인을, 안고 싶습니다.”
조금도 돌려 치지 않는 무진의 말에 자인의 몸이 굳었다. 아직은 이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진은 성급해지는 저를 어쩌지 못했다. 저도 사내였다. 은애하는 여인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결코 모른 척 돌아설 수 없는 사내. 하여 자인의 마음이 전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무진은 기다려도 답이 없는 자인의 좁은 어깨를 품에 안았다. 넉넉한 가슴으로 감싸고 튼실한 팔뚝으로 감아 자인의 가슴 앞에서 깍지를 끼워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바싹 끌어당겨 제 가슴과 자인의 등을 맞닿게 하고 아까부터 저를 홀리던 향기를 뿜어내는 머릿결 위에 얼굴을 묻었다.
“압니다. 아직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오늘은 참고 싶지 않습니다.”
“왜…….”
“왜가 아닙니다. 매일 부인을 안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을 뿐입니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참아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게 부인 탓입니다. 이리 아름다운 모습을 제게 보인 부인 탓입니다.”
허락 없이 문을 열었던 건 저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진은 지금을 자인의 탓으로 돌렸다. 자인도 그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무진은 자인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은 채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뱉었다.
뜨거운 숨결이 머리카락 위로 쏟아져 내리는 것을 느끼며 자인은 속절없이 뛰는 가슴을 어찌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무진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과,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반반의 영역을 차지하며 싸워대는 까닭이었다.
그런 자인을 아는 것처럼 무진의 손이 찬찬히 올라와 그녀의 몸을 돌렸다. 반쯤 돌아간 어깨에서 한 손을 내려 다리 아래를 번쩍 들어 제 장딴지 위에 앉혔다. 철이 들면서 누군가의, 그것도 사내의 다리 위에 올라앉았던 적이 없는 자인의 입이 놀라움으로 인해 저절로 벌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무진이 그대로 자인의 입술을 삼키며 깊숙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그 덕에 몸이 기우뚱, 기울자 자인은 본의 아니게 무진의 굵은 목덜미에 팔을 둘러 도리어 제게 잡아당기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자인은 뽑아내기라도 할 듯 제 혀를 빨아들이고, 부스러트리기라도 할 듯 허리를 움켜쥔 무진의 뜨거운 손에서 오늘이 그동안의 날들과는 다른 밤이 될 것을 아뜩해지는 머리로 어렴풋하게 인식했다. 이런 무진을 밀어내야 하는가, 아니면 그대로 모르는 척 끌려가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저를 몰아붙이는 무진의 움직임에, 무섭게 뛰고 울렁이는 가슴 너울에 더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기에 이르렀다. 자인은 아직도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망설임을 잘라내듯 두 팔 안에 안긴 무진의 목덜미를 제게로 당겼다.
그와 동시에 으스러져라, 자인의 허리만 붙잡고 있던 무진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뭇머뭇, 움직여도 될까 망설이는 것처럼 허리 근처를 배회하던 손이 조금씩 위로 올라가며 불거진 젖가슴으로 향했다.
매끄러운 몸을 가진 비단뱀처럼 둔덕을 거슬러 올라간 무진의 손이 마침내 자인의 젖가슴 하나를 뿌듯하게 손에 쥐고 목 깊은 곳에서 신음을 뽑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