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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휘린(輝潾) 2부 5권

은서우 지음가하에픽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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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립 금 | : 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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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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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95-988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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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를 파멸시킨 그대가 분명히 미운데도…… 그대를 떠올리면 내 심장은 여전히 떨린다. 별수 없이……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 나는 아직도 그대를 사랑한다고…….”
진 제국의 허랑방탕한 황태자 신유성 앞에 좌대신 김종찬의 종질녀, 야무지면서도 아름다운 김채영이 나타났다. 허송세월하던 그를 바로세우고 황제에의 길로 이끌어주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리는 유성이지만, 사실 김채영의 정체는 서나라의 진명 세자 은세류. 여자로서 왕위계승권을 쟁취해낸 그녀는, 진나라를 안으로부터 무너뜨리기 위해 잠입한 것이다.
처음에는 제 뜻대로, 제 계획대로 모든 게 진행될 줄 알았던 은세류. 하지만 저에게 온 마음을 다하는 유성을 보며, 그녀의 마음에는 미묘한 기운이 덮어드는데…….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지해주며 옆에서 바라봐주는 그녀의 정인 진비월.
혼란한 국정, 혼란한 마음들 속에서 그들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나는 김채영이 아니오. 내 이름은 은세류. 사람들은 나를 진명이라 부르지.”
“아니다. 너는 김채영이다. 은세류, 그 여자가 아니다.”
김채영을 향한 신유성의 마음은 너무도 순수하고 단단했다.
“그래, 너는 김채영이다. 이 신유성이 진실로 연모하고 소중히 아꼈던…… 여인. 이생에서 유일한 나의 사랑.”
신유성이 제 얼굴로 슬며시 손을 뻗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허니 이제는 돌아오너라. 본디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바로 내 곁으로 말이다.”
2. 작가 소개
은서우
자칭 현실주의자라면서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세상에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느려터진 손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 출간작
휘린(輝潾)
휘린(輝潾) 외전
3. 차례
제11장. 구름 사이에 번쩍이는 불꽃
#11-1
#11-2
제12장. 귀결(歸結)
#12-1
#12-2
제13장. 물망초
#13-1
#13-2
제14장. 봄바람에 꽃잎은 흩날리고
後
첫 번째 외전. 석양의 아이
두 번째 외전. 가약(佳約)
4. 미리 보기
‘애당초 거짓으로 점철된 악연이었대도 그 인연을 끊고 맺음은 분명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직 나는 네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다. 김채영!’
유성은 공기를 가르며 날쌔게 달리는 말에 채찍질까지 더했다. 그 바람에 뒤따라오는 무관들과는 점차 멀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말이 달리는 속도를 결코 줄이지 않았다.
장시간을 맹렬히 추격한 끝에 죄인을 탈취한 마차를 보호하는 적패 한 무리를 포착해냈다. 거기에 백색 가면을 쓴 수령도 있었다. 수령은 의도적으로 호위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날렵하게 뒤쫓는 진의 군병으로부터 마차를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성은 마차보다도 적패의 수령이 더 중요했다. 몸을 피신하기 위해 나무가 무성한 쪽으로 길을 잡는 수령을 쫓아갔다.
“황제 폐하! 그쪽으로 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좌근위대장의 간곡한 만류 따위는 뺨에 사늘히 부딪히고 흩어지는 바람처럼 흘러가버렸다.
제법 울창해 보이던 나무숲의 안쪽에는 의외로 널찍한 평지가 있었다. 그러나 평지에 다다르기까지 흙길은 말을 타고서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달려가기에는 조금 부적합했다. 정돈되지 않은 길에는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도 있었다. 안전하게 도망치기 위해서라면 하릴없이 내달리는 속도를 조금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적패의 수령이 무사히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말이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틈을 유성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안장에 함께 갖춰져 있던 단검을 - 좌근위대장이 호신용으로 따로 준비해두었던 것 - 꺼내어 수령의 말을 향해 힘껏 던졌다. 신유성에게는 고맙게도, 검이 말의 엉덩이를 제대로 찔렀다.
이힝!
감각이 한껏 예민해진 상태에 불쑥 끼어든 공격에 말이 깜짝 놀랐음이야 당연했다. 즉각 말이 거칠게 몸통을 움직이매 수령은 서둘러 말에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칫 크게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수령은 상당히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했다. 그는 깊은 호흡으로 당혹스러웠던 심정을 충분히 진정시킨 다음에 천천히 일어섰다.
얼굴을 들고 반듯하게 선 수령의 앞으로 신유성이 보폭이 큰 걸음으로 다가섰다. 수령이 부상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말에서 내리는 새에 그도 서둘러 말을 멈췄던 모양이다.
손에 들린 검이 아직 칼집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수령을 정시하는 눈빛은 심상치가 않았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릴 듯이 거세게 일어나는 풍랑이었다. 상대를 똑바로 마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상당히 벅찰는지도…….
“……채영아.”
유성은 마른 입술을 움직여 백색 가면을 쓰고 있는 수령을 향해 힘들게 한마디 건넸다.
“…….”
김채영이라는 이름 석 자는 신유성에게 있어서 쉽사리 아물지 못하는 화상흔(火傷痕)이었다. 낙인처럼 남은 상흔을 어루만질 적마다 그의 모든 것을 뜨겁게 불살랐던 연심이 생생히 떠올랐다. 모든 것을 형체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태워버리는 불꽃과도 같았던 여인.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가져가버렸다. 결국 그녀에게서 그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매섭게 타박해도 수북하게 쌓인 잿더미에서는 또다시 불꽃이 일어났다. 사내의 순정을 짓밟고 철저히 이용하기만 했던 사람에게 온갖 저주를 퍼붓고 증오해야 하는데,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게 저는 입을 꾹 다물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허면 그녀가…… 살아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다행이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내비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진심이었다.
어째서 나였느냐고 원망을 퍼붓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로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줘서 고마웠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그녀를 더 이상 꿈에서 보지 않으니…… 또, 그녀를 허망하게 놓치고 말았다는 깊은 슬픔에 몸서리치다가 차라리 이대로 저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탄식을 더 이상 내뱉지 않아도 되므로…… 말이다.
하여 그 뉘에게도 결코 털어놓아서는 아니 될 ‘계략’을 홀로 세웠다. 그녀가 정말로 그의 소망대로 행해주리라는 보장도 없으면서 위험천만한 도박을 걸었다. 정작 그녀는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멍청히 적에게 죄인을 모조리 빼앗기게 되리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었다.
허나 다행히도 마지막 도박판에서 그가 원하는 바를 얻었다.
“나는 너를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보길 간절히 바랐다.”
결국 수령의 온전한 모습을 담은 눈동자의 언저리에는 눈물이 괬다. 원수의 목을 베어버림으로써 지독한 원한을 풀고자 가지고 왔으리라고 짐작되었던 검까지 손에서 놓아버렸다. 묵직한 검이 땅바닥에 내려앉으면서 흘리는 소리는 처량했다.
“…….”
백색 가면으로 본연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수령은 생각을 바꾸었다. 본래 수령은 본인의 얼굴은 최대한 늦게 보여주려고 했었다. 수령의 계획대로라면, 신유성은 비로소 그녀와 대면한 시점에서 바로 검을 뽑아들었어야 했다. 철저한 속임수로 그의 진심을 농락하고 그를 죽음보다도 더한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작자를 단칼에 쳐내어 그간의 원통함을 씻겠다고 달려들었어야 했다. 그의 머리칼이 눈처럼 새하얗게 변하도록 못내 애절하였던 연정을 우습고 한심한 짓거리로 전락시켜버렸으니.
헌데 신유성은 정작 수령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불공대천(不共戴天)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讎)을 너무도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내라니!
진에게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대죄를 저지른 자들을 대로에서 공개적으로 참수형에 처하기로 결정했던 ‘진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바람에 전혀 달갑잖은 감정이 격하게 일어나는 쪽은 외려 수령이 되었다. 입속을 쓰디쓰게 만드는 역겨운 감정은 다시는 결코 되씹고 싶지 않았던 기분까지 도로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힘겹게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이었다.
하여 수령은 사전에 논의했었던 시점보다도 훨씬 이르게 가면에 손을 대었다. 비로소 생생히 드러나는 실체. 그녀만을 오롯하게 담은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짐작을 했어도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가슴이 떨리다 못해 심장이 거칠게 요동을 쳐댔다.
“채영아.”
오랫동안 숨통이 거의 막혔던 까닭에 흐릿한 생명력으로 생사를 넘나들다가 이제야 간신히 생으로 돌아서면서 온 힘을 다해 내뱉는 탁한 숨소리와도 같은 부름. 불청객처럼 사이를 끼어든 바람 한 줄기가 우매한 사내를 똑바로 마주 보는 그녀의 앞머리를 건들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가지런하던 모양새를 깨트린 잔머리를 도로 정리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신경도 온통 신유성에게만 향해 있었다.
“나는 김채영이 아니오. 내 이름은 은세류. 사람들은 나를 진명이라 부르지.”
전혀 흔들림이 없는 침착한 말씨는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신유성의 심장을 길게 베어놓았다. 분명히 어느 한순간도 결코 잊어보지 못한 얼굴로, 여전히 지난밤 꿈결에서도 들었었던 익숙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마치 신유성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를 대했다. 그녀는 신유성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이름으로 자신을 일컬었다. 유성의 눈살이 실룩였다.
“아니다. 너는 김채영이다. 은세류, 그 여자가 아니다.”
신유성은 진실을 극구 부정했다. 확고한 태도는 은세류를 오로지 김채영으로만 비치게 했다. 세류는 유성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여겼다. 몽중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자의 생명력을 서서히 갉아먹는 악몽. 허나 유성은 그것이 악몽인지를 알면서도 그곳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분명 세류가 신유성을 악몽으로 밀어 넣었던 것은 맞지만, 계속해서 그 꿈을 이어나가는 쪽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두 눈을 깊게 감고서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깊은 어둠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졌다.
김채영을 향한 신유성의 마음은 너무도 순수하고 단단했다.
“그래, 너는 김채영이다. 이 신유성이 진실로 연모하고 소중히 아꼈던…… 여인. 이생에서 유일한 나의 사랑.”
유성은 발을 떼었다. 김채영을 향해서 천천히 걸음을 이어갔다. 김채영만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신유성의 시선을 세류는 외면하지 않았다. 그가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신유성이 제 얼굴로 슬며시 손을 뻗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허니 이제는 돌아오너라. 본디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바로 내 곁으로 말이다.”
유성은 손가락 끝으로 세류의 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죽었다가 다시 돌아온 연인을 기쁘게 맞이하는 애잔한 형색. 세류는 한사코 그녀를 김채영이라 부르는 신유성을 더 이상 잠자코 보아줄 수가 없었다. 손을 움직여 신유성의 팔을 세게 쳐냈다. 명백한 거부 행위에 촉촉이 물기 어린 시선으로 은세류를 바라보던 신유성의 표정이 산산이 깨졌다.
“이만 착각에서 벗어나시오, 황제. 나는 그대의 연인이 아니외다. 본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서의 왕세자, 진명의 자리이지, 김채영이라 불리던 허상이 아니오.”
“아니다. 너는 김채영이다. 그녀가 아니라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날 리가 없어!”
“당신의 그 어리석은 꿈을 깨어주고자 당신의 앞에 다시 선 것이외다. 당신에게는 마냥 아름답고 행복했었던 몽환에 감춰진 진실을 비로소 깨달았을 시점에,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했소.”
“……뭐?”
“헌데 당신은 끝까지 어리석은 범부의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려. 허나 그간의 정리를 생각해서 내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 하리다. 당신이 진정으로 진 제국의 황제라면 이제는 그대의 나라를 지켜낼 방도를 강구하시오. 군주로서 무능하고 어리석었던 탓에 본인의 제좌와 나라를 적국의 왕세자에게 궤망하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말이외다.”
“어, 어찌 네가 나에게…….”
유성의 표정은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들이 무정한 비수가 되어 귓가에 짙게 둘러쳤던 장막을 찢어내고 기어이 머릿속으로 쳐들어왔다. 참담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라고는 비참함뿐이었다.
“다음에 또다시 대면하게 되면, 그때에는 지금처럼 타국의 황제로 예우하지는 않겠소. 허면 나는 이만 가보오. 전장에서 다시 보기 전까지 모쪼록 강녕하시길 바라겠소.”
눈앞에서 매몰차게 돌아서는 그녀는 확실히 김채영이 아니었다. 너무도 쌀쌀한 바람만 남겨놓고서 일정한 간격으로 멀어져가는 그녀를 쏘아보는 눈동자에 어리는 붉은빛은 피처럼 짙었다.
유성은 아까 땅바닥에 떨어트렸던 검을 덥석 잡았다. 즉시 칼자루에서 검을 빼내는 것은 한순간. 속이 비어진 칼자루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은세류를 향해 성큼 발을 놓았다.
“김채영!”
버림받은 사내가 토해내는 울부짖음은 숲 속에 자욱하게 내려앉았던 침묵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원한에 사로잡힌 칼날이 노리는 대상은 단 하나였다. 은세류의 뒷덜미를 노리는 신유성의 공격에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다만, 칼끝이 은세류의 신체를 그어버리기 전에 살기를 띤 화살이 정면에서 날아들었을 뿐.
“……!”
화살은 칼자루를 세게 움켜쥔 손의 상박(上膊: 팔꿈치에서 어깨까지의 사이)에 정확히 박혔다. 신유성이 분기탱천하여 얼결에 휘둘렀던 검은 허무하게 지면으로 떨어졌다.
은세류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신유성을 보았다. 그러나 신유성은 은세류를 보지 않았다. 은세류와는 조금 멀찍이 떨어진 뒤쪽, 아름드리나무 옆에 서 있는 진비월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비월은 그다음 화살을 시위에 장전한 상태였다. 이번에는 신유성의 팔이 아니라 목을 겨누고 있었다. 여차하면 이 자리에서 신유성을 죽이겠다는 태세였다.
유성은 왼손으로 오른쪽 상박에 박힌 화살의 대를 꺾으면서 소리쳤다.
“윤이수, 이 개자식!”
이에 비월은 말로 대꾸하지 않았다. 조용히 활시위를 조금 더 당겼다. 한껏 팽팽해진 사위는 금방이라도 화살을 날려 보낼 기세였다. 세류는 즉시 비월을 향해 외쳤다.
“진비월, 아직은 아니야!”
비월은 힐끔 세류를 보았다. 세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흔들었다. 그러나 비월은 바로 활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는 도로 시선을 신유성에게 둔 채로 침착하게 세류에게 말했다.
“허면 어서 제 곁으로 오십시오. 신유성과 가까이에 서 계시는 것은 당신에게 매우 위험합니다. 그리고 조만간 이곳으로 추병(追兵)들이 당도할 것입니다.”
허니 그 전에 안전한 곳으로 속히 몸을 피신해야 합니다. 사전에 준비해둔 마차로 어서 가시지요.
세류는 비월의 표정에서 그가 신유성의 귀를 의식하여 굳이 입 밖으로 내놓지 않은 말까지 정확하게 읽어냈다. 제국의 군병들이 독단적으로 움직인 황제를 보호하고자 이곳으로 모여든다면, 적국의 왕위계승자인 그의 안전을 장담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어차피 지금은 신유성에게 반드시 내뱉어야만 할 말이 없다. 물론 굳이 건네고픈 말도 없다.
세류는 비월의 부탁에 순순히 따랐다.
“안 돼, 가지 마!”
유성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열렬히 사랑하는 여인이 윤이수 같은 작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유성은 서둘러 은세류를 뒤쫓고자 했다. 그러나 한 걸음을 놓기도 전에 그의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이 일어났다. 덩달아 그의 육신도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억!”
배 속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콧속까지 역하게 끼쳐오는 피비린내. 독에 당했다는 생각이 유성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화살촉에 발라져 있던 독은 몸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신유성이 황급히 도망치는 그들을 뒤쫓지 못하도록 사지육신을 마비시켰다.
신유성이 검이라도 잡고자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 그들은 어느새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무심한 바람만이 나뭇가지의 무성한 이파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으아아악!”
유성은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절규했다. 다시 그녀를 붙잡고 싶었으나 그의 수중에 잡히는 것이라고는 얼마 되지 않은 풀 몇 가닥뿐이었다.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김채영과의 만남은 신기루처럼 허무하게 흩어져버렸다.
“황제 폐하!”
좌근위대장이 주군을 애타게 찾는 소리가 유성의 귀에도 은은히 들려왔다. 그러나 유성에게는 도로 일어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력까지는 없었다. 유성은 그 무가치한 풀 몇 가닥만을 손에 꼭 쥔 채로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좌근위부의 장병들이 뒤늦게야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황제를 발견하고서는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를 어렴풋하게 감지해내면서도 입술 한번 들썩이지 못했다.
뜨거운 눈물 한 줄기가 허옇게 야윈 뺨을 조용히 적실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