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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청호 (개정판) 2권 (완결)

김신형 지음도서출판 가하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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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8-89-97059-7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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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소개
“당신은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난 듣지 못하잖아. 불공평해.”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에 온 마녀의 후손, 남수아.
일족의 목표, 청호의 대를 잇기 위해 수아를 유혹하는 남자, 이안 볼드이레프.
숨막히는 감정의 흐름 속에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붉게 물든 가슴에서 치밀어 오른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눈물에 반사된 그림을 거울처럼 바라보던 이안이 그녀의 눈물에 입술을 묻었다.
“나도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낮은 탄식. 그가 하는 말이 들리진 않았지만 그의 가슴을 통해 전해져 오는 안타까움이 수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내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나요?”
2. 작가 소개
김신형
필명은 하현달.
현재 로망띠끄 시크릿가든과 럽펜에서 활동 중.
좋아하는 것은 낭만과 대나무, 그리고 죽순.
싫어하는 것은 싫은 것 모두.
외로움을 많이 타는 방랑아.
초승달이 뜨고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 집을 지어
사막여우와 함께 사는 소박한 꿈을 매일매일 꾸고 있다.
▣ 출간작
바람의 용
청호(靑虎)
스타와 여배우
월광(月狂), 달에 미치다
흑호(黑虎)
류(流)
블랙 레이디(Black lady)
3. 차례
12. 각성
13. 받아들인 진실
14. 모스크바
15. 사라진 쏘냐
16. 사냥의 시작
17. 샤샤의 배신
18. 그의 야나
19. 그와 그녀의 봄
20. 마음을 두고 떠나다
21. 인디안 서머(Indian Summer)
side story :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 후
그녀, 이사벨
4. 미리 보기
미샤가 작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한 자 한 자 열심히 말했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미안함에 수아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수아의 웃음에 침울해진 미샤가 곧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자 익숙한 체온에 아이의 등을 쓸었다.
“쏘냐, 열 있는 것 같아.”
어차피 수아가 듣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걱정된 마음에 그녀에게 중얼거리던 미샤는 이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문이 열린 사실도 모른 채 멍하게 미샤를 안고 창 밖을 바라보던 수아는 품 안에 있던 미샤가 몸을 일으키는 느낌에 덩달아 뒤를 돌아보았다.
“이안.”
그의 손에 들린 액자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갔다. 이안이 무어라 말하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내 자리를 피하는 미샤를 보고 수아가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나 말하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목 안쪽의 울림에 그에게 의사가 전달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래도 역시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말은 조금 어색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바라보던 수아가 이내 그의 손에 들린 액자를 가리켰다.
“그림이에요? 사진?”
포장에 싸여 볼 순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위해 가져온 그림이 분명했다. 항상 여유롭고 나른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른 이안의 분위기에 수아는 자신에게 좋지 못한 소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쓰게 웃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결국엔 그리 되었어야 했던 일인 거예요.”
수아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이안은 손에 들린 액자에서 포장을 벗겨내어 침대와 마주보는 벽에 걸었다.
붉은색 계통의 그림이 언뜻 보였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그가 가리고 있어 그림을 보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기다렸다. 이내 그림이 안정적으로 걸렸다는 것을 확인한 이안이 수아가 그림을 볼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서자 침대에 앉아 있던 그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
차디 찬 겨울이 분명한데 그림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은 마치 가을의 조용함과 고요함을 담고 있었다.
“인디안 서머.”
수아는 지금 들리지 않아 모르겠지만 이안은 이 그림의 제목을 그녀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그림의 앞까지 다가온 수아가 이안과 나란히 서서 살아 있다는 붉은 생기를 가득 뿜어내는 그림의 존재를 감상했다.
“시베리아의 여름은 아주 짧아. 여름이 가면 가을도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지. 그리고 또다시 겨울이 오는 거야.”
찰나가 고스란히 담긴 그림은 사진보다 더한 충격을 주었다. 그림이기에 이런 색감을 나타낼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수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치 사람의 눈을 통해서 바라 본,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림 앞에서 차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여기서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가면 저 주홍빛 낙엽이 떨어지는 그 곳에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붉게 물든 가슴에서 치밀어 오른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눈물에 반사된 그림을 거울처럼 바라보던 이안이 그녀의 눈물에 입술을 묻었다.
“나도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낮은 탄식. 그가 하는 말이 들리진 않았지만 그의 가슴을 통해 전해져 오는 안타까움이 수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내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나요?”
그의 탄식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자신에게 그 무엇도 말해주려 하지 않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지, 그는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을 위함이라는 건 머리로 수아도 알고 있었다.
“숨긴다고 숨겨지던가요.”
그녀의 볼에 키스하던 이안의 입술이 다급히 수아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몇 번의 키스와는 다르게 다소 성급한 키스에 그가 느끼는 불안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세상 두려울 게 없는 남자가 두려워하고 있다.
어느새 깡마른 몸에 헐거운 잠옷이 벗겨지고 이안의 성마른 손이 그녀의 허리를 안아 올려 침대에 뉘였다. 열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몸에 다른 은밀한 열기가 점차 다리 끝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왔다.
한 팔을 수아의 머리에 두고 아래의 그녀를 내려다보는 이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처음엔 허락을 구하는 눈빛으로, 그리고 이내 그런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려는 눈빛, 그리고 그녀를 강제로라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여러 가지 복잡한 눈빛이 차례대로 지나가자 수아가 먼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
“지금 안기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어설픈 입술이 그의 쇄골을 찾았다.
“당신은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난 듣지 못하잖아. 불공평해.”
온몸으로 불안하다 말하는 이 남자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가 바라는 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체 웃는 일 뿐이었다. 쇄골에 머물러 따뜻한 숨을 내쉬던 입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 그의 가슴을 지분거리자 이안이 수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단숨에 그녀를 위로 끌어 올렸다.
수아가 미처 그 행동을 막기도 전에 이안이 미끄러지듯 그녀의 발끝까지 내려가더니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발끝에서 이어지는 짜릿한 쾌감. 얼마 전 그녀의 발을 씻겨주며 하지 못한 나머지 일을 지금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수아의 발을 애무했다.
그 때 그녀가 느꼈던 흥분이 그저 감질 맛만 나게 했다면, 지금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그의 뜨거운 혀는 수아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하아…….”
자신이 내뱉는 신음조차 듣지 못한 채, 그를 올려다 볼 자신조차 없어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그가 해주는 애무를 받던 수아가 몸을 뒤틀었다.
“Я хочу тебя. (난 널 원해.)”
어느새 올라온 이안이 수아의 귓가에 대고 열망에 들뜬 신음과 함께 진심을 담아 전했다. 귓가에 느껴지는 그의 입술에 수아의 입이 열렸다.
“당신을 원해요.”
햇빛 한 점 보지 못한 것처럼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그녀의 목덜미를 이안이 이를 세워 물었다.
“아파…….”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파서 자신도 모르게 버둥거리며 앞으로 나가려는 수아의 허리를 꽉 껴안은 채 이안이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누구의 열기인지도 모를 뜨거운 서로의 몸이 맞닿자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퍼져 나갔다.
“이안-.”
버석하고 물기 없는 메마른 입술을 삼키며 이안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 위를 맴돌았다. 수아의 작은 유실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자 순식간에 만개하는 꽃봉오리처럼 꼿꼿이 일어나 이안을 반겼다.
“나의 야나.”
납작한 배에 엎드려 입을 맞추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수아는 두 눈을 감고 그가 주는 입술의 쾌감을 음미했다. 처음의 거친 키스와는 다르게 그녀를 만지는 손길 하나하나에 그의 마음이 담겨져 나왔다. 이 남자라면 괜찮았다. 이 남자의 품에서라면 평생 들리지 않은 채 살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온 손이 은밀한 비밀의 숲의 문을 두드렸다. 허락을 구하는 의식이라 여겨 수아는 대답 대신 그를 위해 바짝 긴장해 있는 하체의 힘을 풀었다. 손가락이 촉촉이 젖어 있는 은밀한 샘을 지나 그녀의 안으로 침입하려하자 본능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그녀가 긴장을 풀 때까지 그 주위를 맴돌며 기다리던 이안은 수아가 다시 나른하게 몸을 풀자마자 습기 어린 그 곳에 입술을 묻었다.
“이안!”
당연히 손가락일거라 예상했건만, 하체에 느껴지는 말캉한 그것은 수아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들었다. 나른함은 썰물 빠지듯 사라지고, 반쯤 몸을 일으킨 수아는 자신의 숲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를 발견하자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자유로운 두 손으로 반항하는 발목을 잡아 올리고 보란듯이 다시 입술을 가져다 대는 그를 보고 창피한 마음에 수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발갛게 달아오르자 수아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그만 해요-.”
부드럽게 은밀한 숲을 탐닉하며 동굴의 문을 열어 달라 두드리는 그 느낌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소름과 전율이 밀려왔다. 새파란 핏줄이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시트를 말아 쥔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발견한 이안은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둔 포식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이안은 하얀 시트 위에 눈을 꼭 감은 채 나체로 누워 있는 그녀의 얼굴에 정신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수아의 모습에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다. 사랑스러워서, 미치도록 소중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온몸에 자신의 것이란 각인을 새기는 방법뿐이었다.
얼굴 위에 쏟아지는 깃털 같은 키스를 받으며 간지러움에 큭큭대고 웃던 수아의 하체에 그의 단단한 분신이 닿았다. 자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은 절대 들어오지 않겠다며 묵묵히 입구 위에서 지분대는 그것의 존재가 불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를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여 그 누구도 그 사이에 들어 올 수 없는 완벽한 하나가 되고 싶었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이안의 허리를 감았다.
이안은 성급하지 않게, 혹시라도 그녀가 느낄 고통에 대비하여 아주 느릿하게 속살을 밀고 들어왔다. 오히려 입 안이 바싹하게 마르도록 애가 탄 것은 수아 쪽이었다. 상처를 입어도 좋았다. 지금 당장은 눈앞에서 자신을 위하는 남자를 가져야 애타는 속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이 남자를 갖고 싶다!
수아는 그의 허리에 감은 발에 힘을 주어 재빠르게 자신의 안으로 이끌었다. 이런 감질 맛 나는 고문은 절대 사양이었다. 미끄러지듯 그의 분신이 조금은 뻑뻑한 그녀의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열기와 동반되는 고통에 수아의 이마가 찡그려지자 거짓말처럼 그의 움직임이 멎었다.
“갖고 싶어.”
수아는 새된 자신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는 이안이 지금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을 갖고 싶어, 이안.”
“당신은 지금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모르고 있군.”
정말 아쉬웠다.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비통하기까지 했다. 수아가 그의 어깨를 안은 손과 발에 힘을 주어 당겼다. 그녀 자신에게서 뻗어져 나오는 미칠 듯한 열기를 해소시켜 줄 사람은 오직 이 남자뿐이었다. 그를 자신의 안에 담고 찾아오는 공포로부터 위로 받고 싶었다.
더 이상 그녀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고 한 번에 밀고 들어간 이안은 그녀의 안에 뿌리를 박고 자리를 잡았다. 이곳이 그가 지금까지 찾아온 휴식처처럼 딱 들어맞았다. 그녀는 그가 평생을 찾아 헤맨 휴식처, 그만의 공간, 그만의 세계였다.
자신에게 운명 따위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평생을 고독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야 될 거라고 자위했던 적이 있었다. 이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안은 평생 고독과 살아갈 준비를 철저하게 마쳤었다. 하지만 처음 겁에 질린 수아의 눈동자가 자신을 사로잡은 순간부터 자신이 없어졌다. 그 외로운 세계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품에 안겨 그의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는 이안에게 전부였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소망이었다.
하늘이 자신에게 준 유일한 소망.
“쏘냐-.”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입모양은 자신을 부르는 이름뿐이었다. 하체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둔통과 함께 느껴지는 뜨거운 쾌락은 수아의 정신을 이미 반쯤 날려버린 뒤였다. 그의 아래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그녀에게 맞추어 이안은 자신의 분신이 마음대로 날뛰고 놀 수 있도록 자제력을 놓았다.
처음부터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해 왔던 사람들처럼 그녀가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그가 그녀에게 요구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충족되는 곳을 알고 있었다.
“아아……, 이안……. 하아…….”
지금은 그녀가 마녀라는 사실도 그가 청호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탐하는 보통의 평범한 연인이었다.
수아는 그가 자신의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쾌감 어린 눈물이 눈 꼬리를 타고 흐르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는 그녀의 눈물 한 방울 조차 놓치기 싫어 집요하게 이안의 입술이 눈 꼬리를 따라 흐르는 눈물을 기어이 삼켜냈다.
“사랑해요-.”
이안이 막 절정에 다다르려 할 때 비명처럼 수아가 외쳤다. 보랏빛 눈동자가 이안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결코 변하지 않을 그 보랏빛 눈동자에 이안이 이를 악물었다.
그와 함께 절정에 달아올라 이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했을 때 그가 돌연 몸을 빼내었다.
“이안……?”
그녀의 몸 밖에서 배출한 자신의 분비물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이미 서로를 바랐던 열기는 씻은 듯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의 사태가 잘 파악이 되지 않은 수아가 아직도 열기에 들뜬 눈동자로 이안을 불렀으나 그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어떤 얼굴일지, 얼마나 끔찍한 표정을 하고 있을지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두려워졌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것을 받아들이며 사랑한다고 외치는 그녀에게 어떻게 그 목숨을 담보로 나를 받아들이라 말한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드는 소름끼치는 혐오감에 결국 그녀를 침대에 놓아 둔 채 이안이 먼저 일어났다.
“이안.”
지금 그가 자신을 놓아 둔 채로 방을 나가려는 것을 알고 수아가 일어나 그를 부르려 했다. 하지만 쾌락으로 인해 풀린 다리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자 나가는 그를 잡을 수조차 없었다.
매캐한 시가의 향이 방 안에 맴돌고 있었다. 들고 있던 전화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 씩씩거리고 있던 블라고이는 유유히 소파에 앉아 시가를 음미하고 있는 나디아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르, 그 놈이 눈치 채면 일이 복잡해져!”
조금씩 타들어가는 시가를 한껏 빨아들이며 얇은 슬립만을 입고 있던 나디아가 대수롭지 않게 테이블에 있는 보드카를 집어 들었다.
“곤란한건 당신이지, 내가 아니잖아?”
“무슨 수라도 생각해봐!”
블라고이는 5년 전 아무르의 가족 중 하나를 없애 버린 계획이 나디아의 머리에서 나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 표적이 아무르가 되기를 바랐다.
“애초에 그 계획을 밀어붙인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아, 저기 서 있는 당신의 정부가 부채질을 한 건가?”
막 쇼핑을 마치고 돌아 온 샤샤는 보란듯이 가슴을 드러내놓은 채 소파에 앉아 오만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디아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눈앞에 두고 다른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블라고이를 본 적이 없었기에 자존심에 상처받은 그녀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이 여자는 누구에요?”
가뜩이나 아무르에게 모욕을 받고 좋지 않았던 심기가 블라고이의 옆 자리가 자신의 자리인 양 앉아 있는 여자로 인해 더욱 불편해졌다.
“네가 그렇게 부추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갔어! 닥치고 방으로 돌아가!”
항상 귀여운 아기새라고 부르던 블라고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짜증이 있는 대로 치밀어 오른 그의 모습에서 순간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서 있는 샤샤에게 윤기 나는 검은 피부를 가진 여자는 유유히 다가와 그녀의 얼굴에 시가 연기를 내뿜었다.
“더 이상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방으로 돌아가, 아가씨.”
이대로 블라고이라는 연줄마저 잃을 순 없었다. 자신에게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초조한 얼굴로 연신 보드카만 들이 마시는 모습에서 샤샤는 불안감을 느꼈다.
“실패했다뇨?”
샤샤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나디아를 무시한 채 들고 온 쇼핑백들을 팽개치고 블라고이의 곁에 다가가 그의 옆자리에 앉아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네가 그 잘난 한서형에게 힘을 실어주라고 부추긴 마당에 지금 목이 간당간당하게 생겼다고!”
다시 한 번 독한 보드카를 병 채로 들이 마시며 일이 잘못된 것을 제 탓으로 돌리는 그에게 어이가 없어 샤샤가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아무르를 제거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누굴 탓한단 말인가. 비겁한 놈인 줄은 진작 알았지만, 막상 자신이 당하고 나니 치가 떨렸다.
“지금 이이가 화가 나서 막말을 하는 거니 아가씨가 이해해.”
뒤에서 블라고이의 목을 껴안으며 보란 듯이 말하는 나디아를 보고 더 이상 이곳에 있어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란 계산을 마치고 샤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흩어진 쇼핑백들을 챙겨 나갔다.
“방법을 생각해봐.”
“글쎄-.”
이르쿠츠크로 떠난 샬롯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소한 그녀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보지 않아도 청호들의 틈바구니에 있을 것은 뻔할 뻔자였다.
“무엇이 그녀를 그 곳에 묶어둔 걸까.”
유리를 잃게 만든 아무르에 대한 샬롯의 적개심은 나디아,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오히려 아무르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그녀일 거라 생각했다. 혹시 죽임을 당했나 싶었지만, 그는 샬롯에게 손가락 하나 댈 남자가 아니었다. 아무르, 이안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시베리아의 푸른 호랑이는 제 동족이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를 해치지 못한다. 그럼 그녀가 거기에 남아 있는 이유는 정말 애초 순수한 목적대로 이르쿠츠크, 푸른 호랑이의 땅에 있다는 방계의 마녀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대단한 오지랖이라니까.”
어차피 마녀의 ‘마’ 자도 모르는 계집애를 그 소굴에서 구해내겠다고 끙끙거리고 있을 샬롯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지?”
자신을 비웃는다 여긴 블라고이가 화가 난 음성으로 물었다.
“글쎄-.”
또다시 말꼬리를 흐리며 그를 농락하는 나디아의 가슴 속으로 늙고 주름진 불라고이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 풍만한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거칠게 농락하는 그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 나디아가 손에 들린 시가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내가 아무리 거친 섹스를 좋아한다지만, 네 화풀이로 삼아도 좋다는 뜻은 아니야.”
“그거야 침대 위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블라고이는 나디아의 슬립을 단숨에 찢어내고 속옷조차 입지 않은 두 다리를 있는 힘껏 힘으로 벌렸다. 그리고 바지 지퍼만 내린 채 단숨에 서 있는 자신의 분신을 젖지 않은 그녀의 안으로 힘껏 밀어붙이자 나디아의 입에서 고통 어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네 놈……!”
“어디 한 번 그 똑똑한 머리로 생각해봐. 헉헉! 아무르, 그 자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가슴만큼 육감적인 엉덩이를 소리 나게 찰싹 때리자 블라고이의 물건을 꽉 죄고 있는 나디아의 안이 움찔하며 그의 것을 더욱 조였다. 이내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서 마음껏 피스톤 질을 하던 블라고이가 이내 몸짓을 멈추자 그녀의 다리 사이로 뜨뜻한 것이 주욱 하고 흘러 내렸다.
“발정 난 늙은 돼지 같으니라고.”
호흡이 맞는다면 그는 최고의 섹스파트너였지만, 지금처럼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닐 때는 최악의 파트너였다. 기본적인 매너조차 지키지 않은 채 자신의 안에 쏟아 부은 정액을 찢어진 슬립으로 거칠게 닦아 낸 나디아가 더러운 것을 손에 든 것 마냥 테이블 저 편으로 집어 던졌다.
깊은 러시아의 밤. 그 밤을 통치하는 아무르, 이안.
그는 밤에 어울리는 사내가 아니었다. 저주가 청호와 마녀들을 휩쓴 뒤로 스스로 밤을 택한 사내였다. 나디아 또한 이안처럼 스스로 어둠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잔데족의 어둠의 마녀 나디아.
그녀의 청호를 향한 복수는 샬롯보다 더 오래된 것. 세상의 전부를 앗아간 청호들을 용서 할 수 없었다.
청호의 손에 죽어갔던 가련한 마녀, 이사벨.
어느 누구도 이제는 기억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녀를 위해 나디아는 평생을 바쳤다. 버림받았던 자신을 품어주었던 유일한 존재를 청호의 손에 잃게 되었을 때, 그 때부터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내던졌다. 구역질나는 시체에 손을 파묻기도 했고, 그보다 더 역겨운 짓도 청호족을 없앨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이 든 블라고이를 내려다 보는 눈빛이 찼다.
이용할 수 있는 것 중에 자신의 몸이 있다면 그것마저 이용했다.
“너희들은 너희를 불쌍하게 생각했던 그녀를 죽였어. 그에 대한 피의 복수는 내가 해야 마땅하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러시아의 땅을 밟을 때마다 그녀는 항상 이사벨의 피 위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눈과 피의 나라, 이곳에는 이사벨의 피도 흩뿌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