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만들어지고 신은 자신을 가장 닮은 신인을 만들어 땅에 세상을 지키도록 했다. 신과 비교해도 부족할 것 없는 신인의 삶, 특수한 능력과 영생을 부여받은 존재. 하지만 그들은 신의 자리를 탐했고, 신과 맞섰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땅의 세상과 신의 세상의 중간계로 추방되며, 더불어 여자신인들을 잃었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다시 신 앞에 무릎을 꿇었고, 신은 “청월의 여인”을 보냄으로서 종족의 명맥만을 이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수 천 년이 흘러 신탁의 선택을 받은 네 명의 신인이 청월의 여인을 지키는데……. 


본문 中에서…….

여원이 금세 울상이 되어 태준을 바라보고 있다.
“너도 참! 재수 없겠다.”
태준의 눈에 비친 여원은 그러했다. 기억이란 것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부모란 존재는 없었다. 평생을 고아원에서 외롭게 자라다 열여덟 살이 되면 생면부지의 신인들과 함께 또 다른 미지의 세계일 신인의 세상으로 가야한단다. 태준이 잠시 여원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다.
“이해해. 다들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건 그들은 1년이라는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거겠지.”
태준의 말에 여원이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태준을 바라본다.
“넌 이상한 케이스야. 처음 봐. 발육상태도 그렇고 우리의 결계도 아무렇지도 않게 깨고 들어오고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니까.”
태준의 말에 흠칫 놀란 듯 여원이 팔을 들어 제 가슴을 감싸면 태준이 피식 웃어 버린다.
“걱정 마. 너 같은 똥자루에겐 관심 없으니까!”
“똥자루라고 부르지 마요.”
여원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자신을 똥자루라고 부르는 태준에게 항의해보지만, 태준은 그런 여원의 말에는 관심도 없는 듯 벤치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는다.
“우리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야. 우린 신의 저주에 걸린 거야. 그 뿐이야. 미안! 우리 종족의 저주가 너여서.” 
태준이 여원을 바라보며 사과를 건넨다. 그것도 무성의 하게 하지만, 그 모습이 왜 그리 쓸쓸해 보이는 것인지 여원이 태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여원이 앉아 있고 그 위로 가로등이 켜진다. 태준이 무심한 눈으로 여원을 살폈고 그 위로 마치 여원을 위로하듯 비춰주고 있는 가로등이 든든한 버팀목이라도 되는 듯하다.
“아. 배고프다.”
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심한 듯 큰 목소리로 여원에게 들릴 만큼 말을 걸면 여원이 먼발치에 서 있는 태준을 지친 눈으로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여원의 상처 입은 모습이 안쓰러운 태준이 애써 초췌한 모습의 여원의 모습을 피해 눈을 돌려버린다.
“김밥에 라면 어때? 먹을 거면 따라오던가. 참고로 지금 이 시간 공원을 잘 모르나본데 아무리 볼품없는 똥자루라도 치마만 둘렀다며 정말 나쁜 인간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지 좀 하지. 지금 몇 시간째 완전 무방비 상태였는줄 알아.”
태준이 단단히 쳐 둔 결계 덕분에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간파한 여원이 벤치에서 일어난다. 태준은 마치 여원과는 무관한 사람인 듯 먼저 앞서 걸어가 버린다. 하지만 제 뒤를 쫓아 걷고 있는 여원의 걸음에 맞춰 제 걸음의 속도를 늦춰가며 걷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청월이 뜨는 날

모두의 적

한 지붕 아래 (1)

한 지붕 아래 (2)

한 지붕 아래 (3)

청월의 여인과 저주 (1)

청월의 여인과 저주 (2)

청월의 여인과 저주 (3)

새로운 세상에서

사랑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멀어져서 바라보기

새로 알게 된 것들과 몰라도 될 것들

결국 사랑인 거야

진실은 때론…….

죽음의 계곡

감춰졌던 진실 (1)

감춰졌던 진실 (2)

Replay

행복한 시간

무명은 못 말려 (1)

무명은 못 말려 (2)

무명은 못 말려 (3)

새로운 신인들의 세상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