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30. 유성그룹의 후계자)

마음 한편에 짝사랑하는 여인을 따로 두고 정략결혼을 하여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다 일찌 감치 홀아비가 되고 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틈에서 자란 영훈.
그 후유증으로 영훈은 결혼의 ‘결’자만, 순정에 ‘순’자만 들어도 골이 빠개져 버려, 오죽하 면 바람처럼 살다 이슬처럼 가자는 의미의 ‘풍생로사(風生露死)’가 그의 인생목표가 되었 음.

영훈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시린 목소리로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내 사전에 결혼이란 없어. 그러니까 네 할머니나 엄마처럼 과부 신세 되고 싶지 않으면 감히 헛물켜지 마.”


최가을 (25. 한옥포차의 새끼사장)

으리으리한 양반가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천하의 파락호 남편을 만나서 그 많 은 친정 재산을 모두 다 잃고 억척 삶을 살아야 했던 외할머니를 보고 자란 가을.
그 후유증으로 가을은 바람둥이의 ‘바’자만 들어도 뚜껑이 열려 버려, 오죽하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조강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정신일도조강지처(精神一到糟糠之妻)’가 그녀의 인생목표가 되었음.

누가 욕쟁이 최가을 아니랄까봐, 흥분한 그녀의 입에서 욕과 반말이 마구 튀어나왔다.
“야, 이 나쁜 새끼야! 너 말 다했어? 내가 뭐 어떤데? 왜 나랑 결혼을 안 해, 왜?”

인생은 유쾌 상쾌 통쾌해야 한다고 늘 부르짖는 사람.

그 노력의 일환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사람.

그러다 보니 듣게 된 ‘작가님!’ 소리에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사람.

하지만 아무도 없는 데선 ‘아뵤오~!’라며 기뻐 날뛰는 사람.

(ohwin0417@naver.com)

출 간 작 : 삼대(三代), 사악한 당신, 투명 립그로스, 못 말리는 베이비시터
출간예정 : 내 어여쁜 호박, 크라잉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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