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콩콩, 이젠 이 노크소리가 누가 내는 소린지 알 것 같았다. 턱을 괴고 있던 라이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옆집인가요?”

“맞아.”

모래가 뚝뚝 묻어날 것 같이 건조하고 삭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라? 그런데 이 남자 왜 이렇게 자주 이 방에 오는 것일까? 라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문을 열었다.

“네?”

“언제 잘 거야?”

“보통 12시 넘어 자거나 새벽에 자는 편인데요? 왜요?”

“내가 불면증이야. 누가 좀 시끄럽게 해줘야 잠이 오는데, 내 방엔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이 되는 건 태블릿PC뿐인데 데이터한정이라 마냥 틀어놓기도 그래서…….”

어쩌라는? 라이가 눈을 사슴눈망울처럼 동그랗게 뜨고 소처럼 눈을 끔뻑거렸다.

“여기서 자겠다고.”

익스큐즈미? 라이가 급체한 사람처럼 새하얀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었다. 미쳤음?

“비켜.”

독불장군은 그녀의 의견 따위엔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인지, 가차없이 그녀의 몸을 밀치고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쪽 자리에 떡하니 앉았다. 손엔 두툼한 의학 서적이 들려 있었다. 보기만 해도 졸음이 곧바로 쏟아질 듯한 어마어마한 두께였다.

“선생님, 제가 라디오 빌려 드릴 수도 있는데요.”

“사양하지. 그냥 있게 둬. 넌 알아서 네 볼일 보도록 해.”

안하무인이었다. 이미 이 방안에 자리 잡고 눕기로 마음을 다져 먹은 사람의 태도였다. 타협 따윈 없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 있는 사람의 명확한 행동이었다.

“이거 오빠나 우리집안 식구가 알면 난리 칠 일인데…….”

“함구해.”

“전 정말 괜찮은데요?”

그가 의학서적을 펼쳐들더니 딱 잘라 냉혹한 한 마디를 날렸다.

“너 같은 여자한테 별로 관심 없어. 나한테 여자이기엔 너무 어리고.”

대놓고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날려대더니 그는 휴대폰에 이어폰을 꽂고 귀에 동그란 좌측 우측 단자를 집어넣더니 이내 음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아니, 무슨 이런! 욕이 해일로 솟구쳐 올라오는 걸 가까스로 억누르고 치미는 홧병을 삭히며 그녀는 가슴팍을 툭툭 쳤다.

“나도 됐거든요! 나도 성격 괴팍한 의사 쌤은 정말 거져 줘도 안 사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꾸 푸식푸식 헛웃음과 코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다시 의자에 앉아 끄적거리며 아까 하던 걸 하다 말고 연습장에 쓰기 시작했다.

‘차문혁! 차문혁! 갚아줄 거야. 내가 확 홀려 버릴 거야. 너 같은 여자가 뭔데? 이렇게 달콤상큼하게 예쁘게 생긴 그런 여자? 어린 여자는 여자가 아니면 세상에 왜 원조교제가 존재하는데? 비교할 말은 아니지만, 여잔 가슴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여잔거라고! 어리다고 왜 여자가 아닌 건데? 저 논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멍충한 남자!’

 

[2권]

문혁이 말없이 손을 잡아 끌었다. 라이는 문혁의 손을 잡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은근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상의와 하의를 벗기고, 자신의 옷을 벗었다. 라이는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 문혁은 월풀욕조에 걸터앉아 그녀의 뺨을 사뿐히 감아쥐고 봄볕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무섭니?”

라이는 고개를 저었다.

“주사잖아요. 이건…….”

“그럴까?”

“사고라고 받아들일 거예요.”

“내가 싫다며.”

“싫진 않아요. 미워요.”

“난 내가 싫어. 날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내가 싫어. 그래도 그런 나라도 오늘만 한 번만…….”

라이가 손을 뻗어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지그시 댔다.

“용서 안 해요. 미워요. 그래서 전 지금 당신을 벌하는 거예요. 내가 원해서, 하기 싫어 죽겠는 당신을 억지로 취하는 거예요.”

문혁이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이지 놓아주고 싶지 않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따스한 온기를 지닌 민들레 꽃 같은 여자. 그가 그녀의 턱을 잡아 당겨 그녀의 발간 입술에 그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색깔 없던 그의 입술에 그녀의 새빨간 색이 서서히 젖어 들어왔다. 물든 그의 붉은 혀가 그녀의 다홍빛 혀를 억세게 휘감았다. 세게 잡아 당기듯 휘감겼던 그의 혀가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그녀의 혀를 훑었다.

그의 혀가 반듯하고 가지런한 그녀의 치열을 어루만지고 그녀의 입술 속에 깊이 혀를 내렸다. 뿌리 깊게 그의 혀가 지그시 파고 들어가 누르자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모든 걸 서로의 혀를 물고 있는 이 순간 전부 빼앗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그녀의 입술에서 느릿하게 혀를 빼내며 그녀의 입술에 쪽하고 입을 맞췄다. 그는 아직도 그녀의 뺨에 남은 젖살을 지그시 눌러 입을 맞추고 서서히 그녀의 귓불을 입술로 가만히 물었다. 입술로 귓불을 질근거리자, 그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귓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녀의 호흡소리가 서서히 거칠어져 갔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브래지어 훅을 떼어내 벗기고, 그녀의 허리를 바싹 잡아 당겨 품안에 틈 하나 없이 완벽하게 끌어안았다. 작은 체구의 그녀가 몸안에 완전히 밀착되자, 뿌듯한 그의 감각근이 그녀의 몸에 닿으며 용솟음을 쳤다.

그는 그녀의 척추뼈를 하나 하나 헤아리기라도 하듯 정성껏 그녀의 등을 훑어 내렸다. 척추뼈가 끝나는 부위에 닿자 봉긋한 그녀의 엉덩이가 만져졌다. 엉덩이 하나를 손안에 가득 감싸쥐었다. 감촉이 선명하게 그의 손바닥을 파고 들어와 심장에 각인을 새겼다. 그는 그녀의 브리프를 벗겨 내리고 실오라기 하나 없는 그녀의 몸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1권목차]

#프롤로그-revive, 눈을 뜨다

#here, 조선팔도명가 떡집입니다!

#ice cold, 빙산을 씹어 드셨나요?

#curiosity, 알다가도 모를 남자

#cheerful, 욕하며 돋는 정

#gloomy,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maybe, 아니겠지, 설마…….

#falling, 거기서 멈춰!

#distance, 내가 이런 놈일 줄 몰랐어

#pain, 폭풍전야

#worry, 봄볕의 금빛 유혹

#sweet, 뜨거운 몸살

#tear, 깊은 봉인이 뜯기고

#quake, 서로의 독

 

[2권목차]

#smash 진실 너머의 끝

#silence 나 요즘……

#clutch 나는 뿌리 내렸어

#climax 답을 듣다

#jealousy 낯선 것들에 대처하는 자세

#conceal 마른 가슴에 내린 비

#spite 이미테이션 하트

#halt 눈부시게 빛나는 너

#craving 가슴 속 불씨

#blank 나의 파란 그대여

#eternity 아주 특별한 은빛유혹

#shout 그대 없인 하루도

#hesitation 널 사랑해서 널 닮아가서

#에필로그-‘떡향’오픈

#작가후기

-〈참고자료〉-

서향 (捿響; 울림이 깃든다는 의미. 영광, 불멸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 이름. 또 다른 닉네임, 청휘淸輝)


캔디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관통 중인 명랑 아줌마.
두 아들&만화가남편과 풀하우스에 살고 있음.
‘깨으른여자들’에 자주 출몰.

♣출간작
「바람을 가두다」
「왕릉후」
「서른, 빛나는 열애」
「피어라」
「붉은 비」
「쿨레이싱」
「러스트」
「슈처」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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