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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월 지음로망띠끄2016.01.28979-11-258-1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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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258-1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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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3,500원)

   


살랑, 살랑, 하얀 창문 넘어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커다란 창문에 어울리는 레이스 장식을 두른 연 핑크 커튼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그 아래 아기처럼 잠을 청하는 여자의 얼굴 위로 시원한 바람이 스쳤다.
‘삐뽀, 삐뽀, 일어나라! 일어나라 아침이다.’
침대머리 옆 작은 협탁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어 대고 반짝이는 불빛에 ‘알람’이라는 두 글자가 깜박이고 있었다.
여자는 귀찮은 듯이 주섬주섬 이불속에서 손을 꺼내어 구렁이처럼 흐느적거리며 핸드폰을 찾아 손을 뻗었다. 하지만 호락호락 하지 않는 핸드폰 녀석은 그녀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잘 피해 다녔다. 네모난 협탁 위에 눈을 감고 찾으려 하니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끝까지 눈을 감은 채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리릭 저었다.
‘탁.’
드디어 핸드폰이 여자의 손에 잡혔다. 불쌍한 핸드폰이 여자의 손에 잡혀 더욱 시끄럽게 울어 대더니 여자의 능수능란하게 작은 터치 하나로 핸드폰 녀석을 잠재워버렸다.
철퍼덕, 푸.
여자는 조용해진 소리에 다시 푹신한 침대 속으로 잠을 청하려 먼지를 일으키며 누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향을 맡으며 다시 깊은 참을 청하려 할 때다.
‘빰빰빰빰빰빠밤.’
아침부터 듣기 싫은 1인자의 벨 소리가 아현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제발 꿈이야. 이건 꿈이야 속으로 수천 번을 외치고 있었다.
“야! 강아지! 강아현! 전화 안 받아!”
헉, 그렇구나, 이건 꿈이 아니었다. 듣고 싶지 않는 그 넘의 목소리, 익숙하고 섬뜩한 녀석의 목소리……. 듣고 싶지 않는 눈을 살포시 떠 커튼이 쳐진 곳에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전화기를 잡고 자신의 방을 주시하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차라리 암막커튼을 사용했어야 했다 그럼 저 무시무시한 불을 내뿜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모른 척할 수 있을 테니까. 괜히 엄마의 취향대로 고른 자신의 잘못을 한탄하며 커튼 뒤에 숨어 죽은 척했다.
“야! 너 일어난 거 보인다. 움직여.”
느그적 움직이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는 것이 보이건만 반응 없는 아현의 행동에 건욱 괜히 뿔이 솟아올랐다. 어제 저녁만 해도 그렇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여자를 업고 오기가 쉬운가? 사람이 의식이 있을 때와 없을 때랑 그 무게는 2배가량 차이가 난다. 하물며 술 먹은 남자가 술 먹은 여자를 업고 오기란 대단한 끈기가 필요했다. 몽롱한 정신을 다잡으며 겨우 데리고 왔거늘 저리 사람이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침부터 괘씸죄가 성립되고 있었다.
“강! 아! 현!”
건욱의 음성이 커졌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녀석의 음성이라기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아줌마파워음성이 창문을 뚫고 넘어오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음성인데…….’
일어나기 싫어도 이건 일어나야 한다는 소리였다. 젠장, 속도 아프건만 조용히 잠도 잘 수 없으니 부모님이 없다고 좋아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할 수 없이 산발된 머리를 하고 죽은 시체가 막 일어난 것처럼 침대 위에 앉았다. 그랬더니 역시나 울리던 벨 소리가 잠잠해졌다. 독한 놈…….
“야! 너 인간적으로 너무하지 않냐! 아침부터 사람 잠도 못 자게 뭣 하는 짓이야! 진짜 너 매너 없어! 아냐!”
“매너? 웃기고 있다. 지금 몇 시인지 네 눈으로 확인해 봐.”
보고 싶지 않았지만 젠장 하게도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정각 10시를 가리키는 바늘이 아침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아현은 끝까지 모른 척 발뺌을 시도했다. 물론 그리 말한들 웃고 넘어갈 녀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잠을 위해서 다시 평온한 침대에 누울 수만 있다면 이까지 거짓말 쯤 할 수 있었다.
“몰라. 우리 집 시계 죽은 지 오래됐어.”
“몰라? 죽었다고? 이게 어디서 네 방 시계가 지금 10시 하고 5분을 가리키는 게 보이는데? 몰라 정말 몰라? 넌 인간이 어떻게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잠만 자냐! 너 혹시 동면하는 동물이, 아. 아니겠구나 그냥 넌 곰이네. 인간의 탈을 쓰고 아현인 척 연기하고 있는 곰팅이!”
뭣시? 곰팅이? 아하. 그리고 보니 젠장! 잊고 있었다. 저 넘의 눈 시력이 일정하게 고등학교 때부터 쭉 1.2라는 사실을……. 하물며 내 방 시계는 지금 너무나도 큰 원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거짓말 좀 했기로서니 사람보고 곰이라니 동면하는 동물이라니……. 너무하는 거 아닌가.
“곰……인간 보고 곰이라니……. 이런 미친…….”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그래봐야 들리지도 않을 말이지만.
“왜 말이 없을까?”
다행히 녀석이 말을 듣지 못했나 보다. 계속 저리 쫑알대는 녀석의 방과 너무나도 가까운 창문을 닫아 버리고 싶다. 이놈에 집구조 개인사생활을 항상 침범당하며 살고 있었다. 이게 집이야? 뭐야…….



목차


이웃집 강아지와 조련사의 사이

마지막 그들의 이야기.

그와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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