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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깡패오빠와 연애하기 2권

해피캣 지음로망띠끄2011.02.28

판매정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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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 3,000원 |
적 립 금 | : 6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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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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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5760-3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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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의 우정은 지방대학을 다니다 중퇴를 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일할 곳을 찾는 것이 만만치가 않고 낙담하고 있던 중 대신건설이라는 곳에 취직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정이 취직한 대신건설은 평범한 사무실이 아니었다. 험상궂은 남자들이 바글거리는 정체불명의 사무실, 우정은 그 사무실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사표를 낼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잠시 밖에서 사무실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가지고 돌아온 어느 날 사무실에 놓여있는 시커먼 쇼파에 매일 보는 험상궂은 남자들이 아닌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앉아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보시던 외화 속 수단을 입은 금발의 랄프신부와 분위기가 꼭 닮은 하얀 얼굴의 남자를 본 순간 첫 눈에 반해버린 우정은 속으로 외쳤다.
“저 남자는 내거야!”
23살의 귀여운 강아지 같은 기우정과 27살의 멋진 깡패오빠 김준수의 엽기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본문 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곳입니다. 앉으세요.”
안으로 들어선 준수는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의자를 끌어당겨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상현을 응시했다. 상현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주는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보기에는 그저 마른 몸에 하얗고 말쑥하게 생긴 게 다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마주 대하니 그것이 아니었다.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지만 최대한 기에 눌린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생맥주를 따라 준수의 앞으로 내밀었다. 준수는 맥주잔과 상현을 번갈아 보다가 낮게 말했다.
“용건은.”
“며칠 동안 우정이 집 앞에서 차를 대놓고 계신 걸 봤습니다.”
“그래서?”
“우정이와 헤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우정이가 힘들어합니다. 가끔 전화통화로 훌쩍이기도 하고…….”
상현의 말에 되도록 동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헤어졌다고 말한다고? 저놈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마음에 걸리는 말 하나하나에 불쑥 솟아나는 질투심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물방울이 맺힌 맥주잔을 들며 길게 들이켰다. 상현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힘들어하지 말고 저와 만나자고 그러니까 사귀자고 말했습니다. 우정이 당장 허락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반허락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상현이 우정에게 사귀자고 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우정은 잠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상현이 하는 거짓말에 동요하는 것은 다시 맥주를 들이켜고 있는 준수뿐이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렇게 우정의 집 앞에서 기다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거죠.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더 힘들어 할게 분명합니다.”
“헤어졌다고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우정이 그렇게 말하던가?”
“네.”
낮은 목소리는 상현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고 겨우 대답했을 때의 눈빛은 무섭도록 소름이 끼쳤다. 우정이 알면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나 우선은 거짓말로라도 준수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포기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준수가 풍기는 위압감 때문인지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않기를 바랐다. 준수가 비어있는 맥주를 모두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고 묻는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오상현입니다.”
“오상현! 우정이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그렇군.”
준수가 꼬고 있는 다리를 바꾸며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쪽으로 약간은 삐딱하게 젖혀진 얼굴이 상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상현 거기까지다. 기우정이 마음을 정리하던 무얼 하던 상관없이 넌 딱 거기까지만 해라.”
“무슨 뜻입니까?”
“전화를 해도 안 되고 우정이를 만나는 것도 안 돼.”
준수의 느릿한 말투가 귀에 제대로 들려온다. ‘네, 알겠습니다.’ 라고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올 듯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아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 있는 힘을 다해 말했다.
“지금 제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군요. 우정이가 잊고 싶어 하는 건 그쪽입니다.”
준수가 일어나 앉아있는 상현의 팔을 꽉 잡는다. 팔에서 느껴지는 악력이 상상 이상의 힘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팔을 빼내려고 하지만 꽉 붙들린 팔은 제 맘대로 되질 않았고 무섭게 노려보는 눈빛 때문에 그나마 저항하던 움직임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몸도 마음도 내 것인 여자야. 거기서 더 발전하면 너, 죽어.”
*미리보기
성현과 한창 장난처럼 실랑이를 벌일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광섭과 일만이 들어오고 그 뒤를 준수가 들어왔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의 두 사람과는 다르게 단정하고 하얀 얼굴을 보자 또 병든 사람처럼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좋다고, 좋다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더 감정이 커져버리는 것을 우정은 잘 안다. 착각이라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감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이 두근거리는 심장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정의 멍하고 진한 시선을 느꼈는지 준수가 눈을 마주치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쿵’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심장에서 나는 소리인지 모를 듯한 소리가 들리고 온몸의 회로가 정지한 듯 멈춰 버린 것 같다. 우정은 어색한 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은 채 화장실로 얼른 몸을 감추고 말았다. 화장실 거울 속에는 알 수없는 열기로 멍해진 얼굴이 보였다. 우정은 얼굴을 이유 없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수도를 틀어 손을 씻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죽이기 위해 우정은 오래도록 흘러내리는 물에 손을 나둔 채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우정의 머리 위로 느껴지던 부드럽고 다정한 준수의 손길이 계속 생각이 났다.
사무실 밖으로 나온 우정의 머릿속이 또 정상적인 사고의 속도보다 빨라지기 시작했다. 회식이다 하고 우르르 같이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저마다 각자 주차해놓은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우정에게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면 당연히 광섭의 차를 탈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했고, 사실 몇 번 식사를 할 때도 항상 그래왔었다. 하지만 우정은 기회다 싶은 순간을 놓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듯 곧 준수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언반구 없이 자신의 차에 타는 우정을 보면서도 준수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그저 차에 탄 것을 확인하고 시동을 걸고는 내비게이션을 켜고는 차를 천천히 출발시켰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입을 떼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광섭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우정. 너 누구 차 타고 가는데?
“아 진짜 목소리가 넘 커요. 왜요? 저 좋은 차, 외제차 타고 가요.”
-배신자
“그럼 이것보다 더 좋은 차로 바꾸시던가.”
우정이 좋은 차라고 힘주어 말하며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차창 문에 한쪽 머리를 기대고 운전하는 준수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배어 있는 것이 아까 광섭과 통화할 때 잠깐 들었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착각은 아니었던 듯싶었다. 차의 일정한 떨림이 차창에 기댄 우정의 머리부터 느껴지더니 텅 빈 듯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단정한 옆모습이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운전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는 각도로 돌려지고 우정과 눈이 마주쳤다.
“날 쳐다보는 건가?”
“네.”
“솔직하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무지 잘생긴 것 같아서 쳐다봐요.”
“하하하.”
“고맙죠? 잘생겼다 말해주니까.”
우정의 솔직한 칭찬에 그의 눈가에 잔웃음이 배는 게 보였다. 긍정의 뜻인가 싶었는데 다른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돌렸다.
“차창에 머리를 그렇게 기대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머리가 울려요. 조금 멍해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왜 기대고 있어. 앞에 보고 편안하게 앉지.”
“잘생긴 남자 쳐다봐요. 근데 저번에도 느낀 건데요, 무지 다정한 성격이죠.”
“누구? 나? 글쎄…….”
“왜요? 무지 다정하세요. 맞죠?”
“자주 들어본 말은 아닌데. 오히려 생소하다고 해야 하나?”
“다정해요. 저는 알아요.”
“그렇게 단정 지어 사람을 보면 안 돼.”
“잘 모르겠어요. 왜 안 돼요?”
“사람은 누구나 다른 모습이 있지. 보여주는 게 다는 아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진실하다고 느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저번에 길에서 울고 있던 땔 다 잊은 건가?”
하필이면. 갑자기 나온 말에 우정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준수도 우정의 침묵에 그저 응해주듯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그저 다정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것이 거슬리는 말인가 싶을 정도다. 대화가 끊기자 다시 어색한 침묵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다시 차창에 기대어 일정하게 떨리는 차를 느끼며 아까보다는 좀 더 노골적인 시선으로 준수를 살폈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에 띄게 굳어진 얼굴이었다. 앞만 바라보고 있는 쌍꺼풀 없는 큰 눈과 버릇인 듯 간간이 혀로 입술을 축이는 모습과 섹시하게 굳어진 미간이 보기 좋았다. 손을 뻗어 저 날렵한 턱 선을 한 번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 목소리로 연인에게는 어떠한 말들을 해줄까?’
‘마냥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손길이 연인의 손길로 변한다면 어떤 다른 느낌을 줄까?’
‘미치도록 연애하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이 남자와 연애하고 싶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던 여러 가지의 준수에 대한 망상들이 이제는 조금 더 현실의 욕심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저랑 연애하면 안 돼요?”
“뭐?”
눈이 마주치자마자 의식 없이 흘러나온 말에 놀란 것은 준수뿐만이 아니었다. 우정은 한순간 멍해져 있던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생각으로만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입으로 소리를 내어 나올 줄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도망갈 수도 없이 그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준수의 눈치를 살피며 눈동자만 움직이고 있어야만 했다. 무언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준수는 잠깐 당황의 빛을 내비췄을 뿐 약속장소로 내비게이션의 목소리를 따라 운전만 할 뿐이었다. 준수가 주차를 하기 위해 우정을 먼저 횟집 앞에 내려주자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횟집 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택시를 얼른 잡아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고백하고 도망치고 우정을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벌써 두 번째 도망이다. 정말 내일은 어떤 얼굴로 사무실에 나가야 하는 건가?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빼어 버리고는 우정은 그저 후회와 후회만을 거듭하며 집으로 들어서야 했다.
그러던 중 잠시 밖에서 사무실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가지고 돌아온 어느 날 사무실에 놓여있는 시커먼 쇼파에 매일 보는 험상궂은 남자들이 아닌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앉아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보시던 외화 속 수단을 입은 금발의 랄프신부와 분위기가 꼭 닮은 하얀 얼굴의 남자를 본 순간 첫 눈에 반해버린 우정은 속으로 외쳤다.
“저 남자는 내거야!”
23살의 귀여운 강아지 같은 기우정과 27살의 멋진 깡패오빠 김준수의 엽기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본문 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곳입니다. 앉으세요.”
안으로 들어선 준수는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의자를 끌어당겨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상현을 응시했다. 상현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주는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보기에는 그저 마른 몸에 하얗고 말쑥하게 생긴 게 다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마주 대하니 그것이 아니었다.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지만 최대한 기에 눌린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생맥주를 따라 준수의 앞으로 내밀었다. 준수는 맥주잔과 상현을 번갈아 보다가 낮게 말했다.
“용건은.”
“며칠 동안 우정이 집 앞에서 차를 대놓고 계신 걸 봤습니다.”
“그래서?”
“우정이와 헤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우정이가 힘들어합니다. 가끔 전화통화로 훌쩍이기도 하고…….”
상현의 말에 되도록 동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헤어졌다고 말한다고? 저놈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마음에 걸리는 말 하나하나에 불쑥 솟아나는 질투심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물방울이 맺힌 맥주잔을 들며 길게 들이켰다. 상현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힘들어하지 말고 저와 만나자고 그러니까 사귀자고 말했습니다. 우정이 당장 허락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반허락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상현이 우정에게 사귀자고 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우정은 잠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상현이 하는 거짓말에 동요하는 것은 다시 맥주를 들이켜고 있는 준수뿐이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렇게 우정의 집 앞에서 기다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거죠.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더 힘들어 할게 분명합니다.”
“헤어졌다고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우정이 그렇게 말하던가?”
“네.”
낮은 목소리는 상현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고 겨우 대답했을 때의 눈빛은 무섭도록 소름이 끼쳤다. 우정이 알면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나 우선은 거짓말로라도 준수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포기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준수가 풍기는 위압감 때문인지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않기를 바랐다. 준수가 비어있는 맥주를 모두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고 묻는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오상현입니다.”
“오상현! 우정이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그렇군.”
준수가 꼬고 있는 다리를 바꾸며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쪽으로 약간은 삐딱하게 젖혀진 얼굴이 상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상현 거기까지다. 기우정이 마음을 정리하던 무얼 하던 상관없이 넌 딱 거기까지만 해라.”
“무슨 뜻입니까?”
“전화를 해도 안 되고 우정이를 만나는 것도 안 돼.”
준수의 느릿한 말투가 귀에 제대로 들려온다. ‘네, 알겠습니다.’ 라고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올 듯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아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 있는 힘을 다해 말했다.
“지금 제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군요. 우정이가 잊고 싶어 하는 건 그쪽입니다.”
준수가 일어나 앉아있는 상현의 팔을 꽉 잡는다. 팔에서 느껴지는 악력이 상상 이상의 힘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팔을 빼내려고 하지만 꽉 붙들린 팔은 제 맘대로 되질 않았고 무섭게 노려보는 눈빛 때문에 그나마 저항하던 움직임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몸도 마음도 내 것인 여자야. 거기서 더 발전하면 너, 죽어.”
*미리보기
성현과 한창 장난처럼 실랑이를 벌일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광섭과 일만이 들어오고 그 뒤를 준수가 들어왔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의 두 사람과는 다르게 단정하고 하얀 얼굴을 보자 또 병든 사람처럼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좋다고, 좋다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더 감정이 커져버리는 것을 우정은 잘 안다. 착각이라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감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이 두근거리는 심장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정의 멍하고 진한 시선을 느꼈는지 준수가 눈을 마주치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쿵’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심장에서 나는 소리인지 모를 듯한 소리가 들리고 온몸의 회로가 정지한 듯 멈춰 버린 것 같다. 우정은 어색한 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은 채 화장실로 얼른 몸을 감추고 말았다. 화장실 거울 속에는 알 수없는 열기로 멍해진 얼굴이 보였다. 우정은 얼굴을 이유 없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수도를 틀어 손을 씻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죽이기 위해 우정은 오래도록 흘러내리는 물에 손을 나둔 채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우정의 머리 위로 느껴지던 부드럽고 다정한 준수의 손길이 계속 생각이 났다.
사무실 밖으로 나온 우정의 머릿속이 또 정상적인 사고의 속도보다 빨라지기 시작했다. 회식이다 하고 우르르 같이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저마다 각자 주차해놓은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우정에게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면 당연히 광섭의 차를 탈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했고, 사실 몇 번 식사를 할 때도 항상 그래왔었다. 하지만 우정은 기회다 싶은 순간을 놓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듯 곧 준수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언반구 없이 자신의 차에 타는 우정을 보면서도 준수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그저 차에 탄 것을 확인하고 시동을 걸고는 내비게이션을 켜고는 차를 천천히 출발시켰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입을 떼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광섭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우정. 너 누구 차 타고 가는데?
“아 진짜 목소리가 넘 커요. 왜요? 저 좋은 차, 외제차 타고 가요.”
-배신자
“그럼 이것보다 더 좋은 차로 바꾸시던가.”
우정이 좋은 차라고 힘주어 말하며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차창 문에 한쪽 머리를 기대고 운전하는 준수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배어 있는 것이 아까 광섭과 통화할 때 잠깐 들었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착각은 아니었던 듯싶었다. 차의 일정한 떨림이 차창에 기댄 우정의 머리부터 느껴지더니 텅 빈 듯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단정한 옆모습이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운전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는 각도로 돌려지고 우정과 눈이 마주쳤다.
“날 쳐다보는 건가?”
“네.”
“솔직하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무지 잘생긴 것 같아서 쳐다봐요.”
“하하하.”
“고맙죠? 잘생겼다 말해주니까.”
우정의 솔직한 칭찬에 그의 눈가에 잔웃음이 배는 게 보였다. 긍정의 뜻인가 싶었는데 다른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돌렸다.
“차창에 머리를 그렇게 기대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머리가 울려요. 조금 멍해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왜 기대고 있어. 앞에 보고 편안하게 앉지.”
“잘생긴 남자 쳐다봐요. 근데 저번에도 느낀 건데요, 무지 다정한 성격이죠.”
“누구? 나? 글쎄…….”
“왜요? 무지 다정하세요. 맞죠?”
“자주 들어본 말은 아닌데. 오히려 생소하다고 해야 하나?”
“다정해요. 저는 알아요.”
“그렇게 단정 지어 사람을 보면 안 돼.”
“잘 모르겠어요. 왜 안 돼요?”
“사람은 누구나 다른 모습이 있지. 보여주는 게 다는 아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진실하다고 느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저번에 길에서 울고 있던 땔 다 잊은 건가?”
하필이면. 갑자기 나온 말에 우정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준수도 우정의 침묵에 그저 응해주듯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그저 다정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것이 거슬리는 말인가 싶을 정도다. 대화가 끊기자 다시 어색한 침묵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다시 차창에 기대어 일정하게 떨리는 차를 느끼며 아까보다는 좀 더 노골적인 시선으로 준수를 살폈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에 띄게 굳어진 얼굴이었다. 앞만 바라보고 있는 쌍꺼풀 없는 큰 눈과 버릇인 듯 간간이 혀로 입술을 축이는 모습과 섹시하게 굳어진 미간이 보기 좋았다. 손을 뻗어 저 날렵한 턱 선을 한 번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 목소리로 연인에게는 어떠한 말들을 해줄까?’
‘마냥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손길이 연인의 손길로 변한다면 어떤 다른 느낌을 줄까?’
‘미치도록 연애하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이 남자와 연애하고 싶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던 여러 가지의 준수에 대한 망상들이 이제는 조금 더 현실의 욕심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저랑 연애하면 안 돼요?”
“뭐?”
눈이 마주치자마자 의식 없이 흘러나온 말에 놀란 것은 준수뿐만이 아니었다. 우정은 한순간 멍해져 있던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생각으로만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입으로 소리를 내어 나올 줄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도망갈 수도 없이 그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준수의 눈치를 살피며 눈동자만 움직이고 있어야만 했다. 무언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준수는 잠깐 당황의 빛을 내비췄을 뿐 약속장소로 내비게이션의 목소리를 따라 운전만 할 뿐이었다. 준수가 주차를 하기 위해 우정을 먼저 횟집 앞에 내려주자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횟집 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택시를 얼른 잡아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고백하고 도망치고 우정을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벌써 두 번째 도망이다. 정말 내일은 어떤 얼굴로 사무실에 나가야 하는 건가?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빼어 버리고는 우정은 그저 후회와 후회만을 거듭하며 집으로 들어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