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자의 배신에 못 먹는 술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던 대현은 술김에 위험에 처한 고양이를 구하게 된다. 어느 날 그의 곁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여자에게선 위험한 향기가 나는데……. 그녀와 그의 사랑은 어딘지 비현실적이지만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아직 학원 근처지만 우산 속을 알아볼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담뱃갑을 뜯었다. 중독되다시피 한 말보루의 씁쓸한 향이 코끝을 타고나와 곧게 떨어지는 비 사이로 스몰거리며 사라졌다.
“휴우.”
응어리가 잠시나마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드니 푸른 신호등이 금방이라도 바뀔 듯이 깜박거렸다. 다음 신호등을 기다리는 게 귀찮아 차도로 발을 내딛었다.
“담배는 싫어.”
내딛던 발이 얼어붙었다.
“빠앙.”
갑작스런 경적에 물러섰지만 미처 피하기도 전에 차량의 물세례를 온 몸으로 받아야 했다. 점점이 튕겨진 흙탕물로 인해 우산과 몸에 흙탕 무늬가 그려졌다.
“제기랄.”
재빨리 돌아섰다.
그 여자가 서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훑어보던 시선을 그대로 밑으로 내리다가 대현의 심장이 순간 멎었고 산소부족을 일으켰다. 젠장. 이 여자 도대체 뭐야! 얼른 우산을 그녀 위로 씌웠다.
“너 언제 옷 제대로 입을 거야? 이러고 돌아다녔어?”
“당신이 줬잖아. 입으라고.”
“다른 옷을 더 입어야지. 달랑 이거 하나 입은 거야?”
꽤 사납게 퍼붓는 말투에 지나던 우산이 들썩, 호기심어린 시선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아직도 할 말은 시작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자신까지 구경거리가 될 수는 없었다.
젠장.

활자중독은 맞는데, 쓰기보다 읽는 게 아직은 더 즐거운 초보 글쟁이.비즈공예 강사로 초중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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