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귀같은 나의 아토! 는 순수한 우리 말인 새벽에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이라는 뜻의 햇귀와 선물이라는 뜻의 아토를 섞은 말입니다.

정희진: 고등학교 1학년 여름, 갑자기 닥쳐 온 불행. 하루아침 양부모를 잃고 친구인 예솔의 가족과 살아가는 밝은 성격의 남자 중학교 국사 선생님. 민솔을 좋아하면서도 키워 준 예솔의 부모를 위해 감정을 잊으려 노력한다.4

김민솔: 어느 날 부모를 잃고 온 희진을 동생의 친구가 아닌 사랑으로 보는 예솔의 큰 오빠. 서림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희진에게 다가갈수록 점점 멀어지려는 그녀 때문에 골치 아파한다. 



-본문 중에서-


밖으로 나온 민솔은 희진이 천천히 자신을 따라오는 걸 확인한 후 우주선 모양의 한옥 회랑 앞에 멈춰 섰다.
“여기서 뒤돌아보면 월드컵 축구장 안에 들어선 느낌을 받기도 해.”
갑자기 그가 말을 꺼내자 희진은 뒤를 보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민솔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동경의 의미를 담은 눈으로 한옥 회랑의 모습을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네. 난 처음에 여기 들어서자마자 혹시 내가 백제의 어느 왕궁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착각했었어.”
희진도 민솔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뒤를 돌아보며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그에게 얘기했다.
“훗, 그래 넌 아마 백제 공주였을 수도 있겠다.”
의외의 말에 희진이 다시 그를 쳐다보자 민솔도 시선을 그녀에게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희진은 그와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데 자신에게 환한 웃음까지 보이는 그를 보자니 가슴이 터질 거 같았다.
“밤이 많이 늦었네.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자야겠네. 피곤해. 그리고 오빠. 내일 우리하고 같이 안 다녀도 돼. 아까 이 선생님이 한 얘기 신경 쓰지 마. 그럼 잘 자요.”
그녀의 얘기를 묵묵히 듣던 민솔이 방향을 틀어 막 들어가려던 희진의 팔을 잡았다.
“너는 오늘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알지?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그걸 알아.”
희진이 대답했지만 민솔은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정말 피곤해. 이제 들어갈게.”
그녀가 민솔이 잡고 있는 팔을 빼내려 하자 그도 힘을 빼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희진아, 인간의 감정은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해.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버린다고 버려지는 그런 감정이 아니야. 어떨 땐 아무 생각 않고 그냥 맘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필요도 있어. 그런데 나한텐 그게 바로 지금인 거 같다.”
“......”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생각해 봐. 그리고 저기 있는 뺀질인 영 네 스타일은 아닌 거 같다. 그러니까 너무 가까이하지 말고. 그럼 잘 자라.”
희진이 민솔이 남긴 말 때문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사이 그는 진우를 디스하더니 혼자 유유히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