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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열혈왕후(외전증보판) 2권

불유체 지음도서출판 가하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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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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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95-187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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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이 혼약을 지속시킬 의지가 나에겐 없다. 때가 되면 분명 이 일을 바로잡을 것이다!”
의종의 비가 된 병조판서 윤돈경의 여식 단영. 합환주를 나누었지만 마음을 나누지 못한 두 사람. 냉정한 의종의 말도 단영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단지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을 뿐.
“저 또한 전하께 아뢰올 말씀이 있습니다. 신첩이 궁을 나서는 그날까지 이 교태전을 찾지 않으시겠다고 약조하여 주십시오.”
이후 잠행에 나선 의종의 눈에 들어온 작은 체구, 예리한 눈빛의 한 남자. 어쩐지 낯익은 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일까?
2. 작가 소개
불유체
필명 불유체 / 박정희
현재 피우리넷에서 활동 중.
▣ 출간작
한여름 밤의 꿈 1, 2
플러스
업타운 걸
그녀를 겨냥하라(ebook)
그대로부터 일주일(ebook)
이다지도 사소한 사랑(ebook) 外
3. 차례
#제1장. 쫓는 자, 쫓기는 자
#제2장. 구중궁궐(九重宮闕)
#제3장. 틈입(闖入)
#제4장. 호랑이 개 어르듯
#제5장. 편련(偏戀)
4. 미리 보기
단영이 의종의 계비로서 교태전의 안주인이 된 지 초닷새가 지날 무렵이었다.
정비였던 원덕왕후(元德王后)의 이른 죽음 이후 의종의 곁을 홀로 지켜온 여인 자빈(慈嬪) 민씨가 중궁전에 들었다. 며칠에 한 번씩 의례적으로 행해지곤 하던 문후 때문이었다. 일개 후궁으로서 중전에게 행할 수 있는 도리가 아니었지만 이는 자빈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선택, 이유인즉슨 빈의 위치에 있는 이가 어찌 된 영문인지 이궁(离宮)인 경희궁(慶熙宮)으로 그 거처가 옮겨진 지 오래이다 보니 한 번 찾아뵙는 것도 일이었던 때문이다. 이쯤 되면 유일무이한 의종의 여인이었다는 말도 실은 무색하기 짝이 없는 허명이었다.
열일곱의 나이에 왕자를 낳으리란 원대한 꿈을 품고 입궁하였던 자빈 민씨는 이제 스물셋의 원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화려한 차림새와 맞물려 마치 만개한 꽃처럼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자빈의 용모는 같은 여인이 보아도 색기를 머금었다 할 만큼 고혹적이었다. 단영은 자빈의 꾸밈을 잠시 살펴보았다. 남색 대란치마 위에 다시 붉은색 대란치마를 입고 그 위에 겹저고리와 자주당의를 맞물려 입었다. 겉옷 위로는 대홍단을 둘러 그 위로 주홍삼작노리개와 진주낭자를 찼으며 어여머리 중앙과 양옆으로는 어염족두리와 선봉잠, 떨잠까지 자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온통 붉기만 한 것이 마치 달을 품어 내당으로 들인 듯 강렬하였다. 단영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전날보다 더욱 화사해 보이는 것이 날로 자홍을 더해가는 듯하니 자네의 작호가 자빈인 것도 새삼 이해가 되려 하네.”
얼핏 들으면 아름다움을 칭찬한 것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랑으로 잉태하여 성장시킨다’는 뜻과 함께 왕실의 후사를 이을 귀한 소임을 나타내주던 작호 자빈(慈嬪)을 한낱 색을 표현한 ‘자줏빛 자(紫)’로 격하시킨 것이기도 하였다. 자빈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단영을 마주보았다. 아직도 처음 대면했을 때의 굴욕을 생각하면 두통이 밀려오는 그녀였다.
의종과 단영의 가례 이후, 자빈은 단영에게 첫 인사를 올리는 의식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비록 차지하지 못한 중궁의 자리였지만 나인들을 풀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새로운 교태전마마의 행색이 평범하다 못해 보잘것없기까지 하다 했으니 처음부터 아예 기를 팍 꺾어 차후를 편케 하겠다는 속셈에서였다. 그런데 그녀가 날아갈 듯 큰절을 올린 이후 슬쩍 올려다본 단영의 첫인상은 지금껏 접했던 무성한 소문과는 많이 달랐었다.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결코 평범한 생김이 아닌데다가 보잘것없지도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매와 얼굴빛이 어찌나 고고하고 위협적이던지 단영이 대뜸 하대를 하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기를 꺾기는커녕 그 자신이 손수 어찌 꺾여야 하는지 그 본을 많은 내명부 상궁 나인들 앞에서 보여준 꼴이니 어찌 분하지 않겠는가.
“마마께오선 절제와 삼가의 미를 손수 이행하시어 그 차림이 궐내 여느 나인들 못지않게 수수하고 단조로우시니 이는 무릇 소혜왕후께서 내리신 내훈의 가르침과도 그 바탕을 같이하는 바, 나라 안 모든 여인네들이 보고 배워야 할 현숙한 도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봤자 궁 생활이 처음인 네가 나를 어찌 당하겠느냐. 한껏 뽐내며 말해보지만 단영은 동요의 기색 없이 담담히 되물었다.
“내 차림이 초라하다, 이 말이 하고 싶은 것인가?”
본래 그 뜻이긴 했으나 약 올라 할 것만 예상했지 대놓고 물을 줄은 몰라 몹시 당황하였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신첩은 다만 마마께서 행하시는 모든 일들이 백성을 먼저 아끼고 헤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고 있는 바, 이는 모두…….”
“이는 모두?”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단영이 재촉하였다.
“이는 모두…… 국모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즉 신첩이 올리고자 하는 말은 마마의 소박하신 꾸밈이야말로 내·외명부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 아닌가, 그리 생각하고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단영이 다시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제부터 자빈 자네의 꾸밈부터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해도 된다는 뜻이겠군. 내 속내로 따진다면야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자아내는 것 또한 과히 나쁘지 않다고 여겨왔네만, 정 뜻이 그러하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자네가 내명부에 어떠한 귀감을 심어줄지 잘 지켜보도록 하겠네.”
혹 떼러 왔다가 하나 더 받아 가는 심정으로 문후를 마친 자빈은 사박사박 경쾌한 소리가 나는 치마를 걷어붙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이 일곱 번째 대면인데 기 싸움에서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 정비였던 연경이 살아 있을 땐 이런 모멸감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는데. 연경은 가시 섞인 자빈의 말도 늘 넉넉한 웃음으로 넘어가주곤 했던 것이다.
자빈이 입술을 앵다물며 교태전을 빠져나올 때였다. 마침 조 씨가 자신의 딸 초영을 이끌고 중궁전 상궁 뒤를 종종 따라오고 있었다. 윤 대감을 졸라 겨우 중전으로서의 단영을 대면할 수 있게 된 때문이었다. 자빈은 또 어디서 온 촌닭들인가 싶어 턱 끝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곧 놀라움에 얼굴을 구겼다.
“마마, 덩이 준비되었습니다.”
경희궁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수발을 드는 정 상궁이 불러보지만 자빈의 시선은 초영에게서 멈춘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보다 못한 교태전 윤 상궁이 나서며 채근을 하였다.
“명헌당(明軒堂) 마마, 덩이 준비되었사오니 속히 오르시오소서.”
그제야 자빈이 정신을 차리고 앞에 놓인 신을 신었다. 그러나 덩에 올라 처소를 향해 가면서도 지금 막 안으로 들고 있는 두 모녀의 모습을 살피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저들이 누구인데 교태전에 드는 것이냐?”
자빈의 물음에 정 상궁이 나직이 대답하였다.
“영평부원군(永平府院君) 윤 대감의 소실자리와 그 소생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저 아이가 윤 대감의 서출이란 말이냐?”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였다. 서출 주제에 교태전 출입이라,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아니, 그보다 저 아이의 생김이……. 자빈은 놀라움을 달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자빈의 그러한 관심을 알 리 없는 조 씨 모녀는 사가에서보다 더욱 위풍당당해진 단영의 앞에 앉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특히 막중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이 자리까지 어렵게 들어온 조 씨는 긴장으로 인하여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를 지경이었다. 단조로운 눈길로 그들을 둘러보던 단영이 다과상을 내오라 이르자 그때까지 곁에서 대기하던 상궁이 밖으로 나갔고 방 안은 곧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채워졌다.
“아버님께 듣자하니 긴한 청이 있어 나를 꼭 만나야 한다고 했다던데?”
이윽고 단영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 방바닥만 내려다보던 조 씨가 붉고 얇은 입술에 미소를 띠며 사근사근 말을 시작하였다.
“그것이 저, 그러니까.”
다과상은 금세 마련이 되었다. 윤 상궁이 나인 둘을 이끌고 상을 내어오자 교태전 앞에서 대기하던 최 상궁이 목청을 가다듬는데, 이때 안에서 단영의 곧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무어라 했는가? 본방나인?”
“그, 그렇습니다. 마마. 마마께서도 이리 급작스럽게 가례를 치르시어 모든 것이 생경하고 적적하실 터인데 이참에 우리 초영이를 곁에 두시면 사가 생각도 덜 나실 터이고, 또 영특한 아이라 심부름도 곧잘 할 것이니 여러모로 쓰임이 있지 않겠습니까.”
단영의 눈이 초영에게로 향하다가 다시 조 씨에게로 돌아갔다. 숨을 죽이던 초영이 슬쩍 고개를 들어 단영의 표정을 살폈다. 말은 없었지만 조소의 기운이 은은히 비치고 있어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려 했다. 이미 조 씨에게 쓸데없는 일을 자초하지 말라 그리 당부했던 초영이었다. 본방나인이 무엇인가. 비빈이 입궁할 때 데리고 들어가는 교전비(轎前婢, 친정집 계집종)를 말하는 것이었다. 늘 눈엣가시 보듯 하던 초영을 받아들일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것이 정녕 자네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던가?”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되묻는 단영의 목소리부터가 불가함을 알리기라도 하듯 서늘하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의 입으로 말하였으니 자연 소인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흠, 그래. 무엇을 생각함인지 잠시 다른 곳을 쳐다보던 단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 그 청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겠지?”
질문이 정확히 이해되지를 않아 조 씨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궁 안으로 들어오는 시점부터 저 아이는 더 이상 아버님이 아닌 나의 소유가 되는 것일세. 내 명 없이는 누구도 만날 수 없고 어디도 갈 수 없게 된다는 뜻이지. 나인은 나인이되 밖에 있는 저들과 그 소속이 다르니 나는 폐서인이 되는 순간조차도 저 아이를 끌어안고 갈 수가 있네. 어떤가, 그냥 이대로 아버님의 보호 아래 두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느닷없는 폐서인 운운 하는 것에 조 씨는 입을 딱 벌리며 단영을 쳐다보았다. 어릴 적부터 되바라진 계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 앞날을 놓고도 이리 겁 없이 나대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초영을 정말 이곳에 맡겨도 되는 것인지 근심이 되었다.
그러나 웬만한 결심으로 자행한 걸음이 아니기에 마음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돈 많은 양반 댁 소실로나 들어가 반짝 총애 좀 받다가 뒷방으로 밀려나는 것보다는 낫다 여기는 것이었다.
“그런 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입궁을 하는 즉시로 이 아이의 모든 것을 마마께 맡길 것이니 그저 처분대로 하여만 주십시오.”
단영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수를 고집하는 조 씨를 향해 냉소를 지었다.
“정 그렇다면 생각은 한번 해보겠네. 자네는 저 아이가 영특하다고 하였지만 나로선 확인한 바가 아니어서 말이지. 마음이 정해지면 사람을 보낼 것이니 돌아가 기다리게.”
조 씨는 틀어진 심기를 감히 내비치지도 못한 채 초영의 손목을 끌며 서둘러 물러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이제 단영은 더 이상 앙칼지기만 한 꼬마 계집이 아니었다. 조 씨는 초영의 고운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며 달래듯 말하였다.
“걱정하지 마라, 아가. 이 어미가 두고두고 말하지 않았니. 내 기필코 너를 최고의 자리까지 밀어 올려줄 것이니 너는 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알았지?”
초영은 앞서 걷는 교태전 상궁이 조심스러워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마음 한자락이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니가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집착할 줄은 몰랐다. 초영은 어쩐지 그런 어미가 안쓰러워 가만히 손을 잡아주었다.
그 모습을 그때 막 동온돌을 나서던 단영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박자박 걷고 있는 모녀를 바라보다가 나직이 최 상궁을 불렀다.
“자네 보기엔 저기 가는 아이가 어떻던가?”
최 상궁이 답하였다.
“곁에 두시기에 썩 좋은 상은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자태가 지나치게 고우니 주상 전하 납시는 침전에 두고 부릴 아이가 못 된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곁에 둔 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지.”
그러고는 곧 몸을 돌이켜는 것이었다.
“좀 걸어야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큼성큼 걸어가는 단영의 뒤를 최 상궁과 나인들이 발 빠르게 따라붙었다. 하루에 한 시진 이상 산보하기. 이는 궁 안에 갇힌 단영의 유일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산보이지,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라야 하는 이들에겐 곤욕의 시간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