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게. 네가 원하는 건 모두 다. 다 줄 거야.”

아찔한 몸맵시를 지녀 숱한 남정네들의 끈덕진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정작 본인은 남자와 악수만 해도 두드러기가 돋는 ‘남자 알레르기’가 있어 10년간 순결을 고이 간직해 온 헤라에게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돈 많고, 집안 좋고, 외모까지 완벽하지만 성격만은 더러운 재원에게 잘못 걸리는 바람에 그녀의 순결을 담보로 내기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점입가경이라고, 처음엔 분명 이길 수 있는 간단한 내기였던 것이 자꾸만 이상한 상황과 엮이면서 헤라는 결국 진흙탕 속으로 빠져 버리는데….

▶잠깐 맛보기

“어, 어젠 미안해요. 처음부터 계획된 건 아니었어요. 약속 지키려고 했는데…… 게임이었잖아요. 게임이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 버리면 재미없으니까. 그래서 그랬어요.”

“쉽게?”

재원이 기막히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요, 쉽게. 그쪽이야 낯모르는 여자랑 자는 일 따위야 늘 하는 일이니까 싱거워질까 봐 그랬다고요.”

“누가 늘 하는데? 날 두고 하는 말이야?”

“그럼 여기에 다른 누가 또 있나요? 그쪽하고 나뿐이잖아요.”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 어떻게 할 거야? 치사하게 이제 와서 딴소리하려는 건 아니지?”

“누가요! 누가 딴소리를 한다고. 난 그렇게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에요.”

“그러면 약속 지켜!”

“알았어요. 지켜요, 지켜. 그렇지만 오, 오늘은 안 돼요. 다른 스태프들 하고 뒤풀이 가야 하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그런 이유 때문에 포기해야 해?”

“…….”

헤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재원의 빙글거리는 눈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 순간 이 남자, 기회를 포착했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내가 양보를 하지!”

다갈색 두 눈이 벽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헤라의 길고 도톰한 입술에 머무는가 싶더니 눈치를 채고 얼굴을 피할 틈도 없이 입맞춤을 해 버렸다.

▶목차

12. ∼ 22.

* 이 전자책은 2005년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러브 서치〉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