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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겨울잠 1

여왕 지음가하에픽20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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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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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95-1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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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다른 방주 프로젝트 같은 건 없나요? 인간, 나와 같이 여기에 살아 있는 사람 없나요? 제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냉동 상태에서 깨어난 반지오. 하지만 열일곱 소녀가 겪어야 할 변화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방주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그녀는 조심스레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데……. 여왕 작가가 선사하는 SF 판타지 로맨스, ‘겨울잠’!
“아름다워.”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남자가 한 말이었다. 남자는 그 큰 손이 무색하도록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더듬고 있었다. 내가 그의 얼굴에 손을 대기 한참 전에 말이다.
“너는 정말 사람인가? 이 감촉은…….”
감촉?
그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그를 밀어내었다. 갑자기 내가 어떤 꼴로, 어떤 포즈를 그와 취하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여왕
▣ 출간작
겨울잠
3. 차례
#프롤로그.
#01.
#02.
4. 미리 보기
지금까지 내가 깨어난 장소나 거쳐왔던 복도와는 완전히 다른, 정말로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방이었다. 연두색의 푹신해 보이는 이불과 침대, 노란색의 아기자기한 가구들과 그림이 걸려 있는 데다 모던한 느낌의 장식벽지들은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처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났다.
여전히 걷기 힘들었지만 파들파들 떨리는 팔다리를 움직여 방에 달린 문을 확인해보던 나는 따듯한 물이 받아진 욕조가 딸린 큼직한 욕실을 발견했다. 몸에 말라붙은 점액이 불쾌하던 차에 그 욕조는 정말로 반가운 것이었다.
[가이드에 따라 영양수를 씻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 절차는 삼십 분 후 계속됩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씻었다. 점액질은 물에 닿자마자 살살 풀리더니 싹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알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방에 옷이 있던가?
씻고 나온 후 서랍을 뒤졌지만 옷으로 보이는 것은 없었다. 혹시나 누가 올까 해서 얼른 침대로 들어가자 침대 안이 따끈하다. 따듯한 온기에 긴장한 몸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부모님은 언제 오는 거지?
[좋은 목욕 되셨습니까? 가이드를 진행합니다. 진행에 앞서, 해동자의 성명을 확인합니다. 이 확인은 최소한의 시스템 오류를 막고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해동자에게 어떤 위해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준비되시면 눈을 크게 뜨고 홍채 스캔과 뇌파 측정을 준비해주십시오.]
시키는 대로 눈을 크게 뜨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빛줄기가 눈에 쬐어졌다. 부모님을 만나는 건 조금 늦어지는 모양이다. 상황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빨리 기댈 만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지만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마치 암 환자를 만나기 위해 무균 처리를 받는 것처럼 절차를 진행하는 것뿐이야.
[홍채 스캔 완료.]
나름대로 내가 상황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동안 그 목소리는 몇 가지 확인을 더 했다.
[해동자 신분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반지오 님 해동 완료를 축하드립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기 원하시면 진행이라고 명령해주십시오.]
튜토리얼? 그건 초보자를 위한 설명이 아닌가? 대체 뭐에 관련된 튜토리얼이지?
“진행.”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명령어를 말했다. 그러자 허공에 화면이 떠올랐다. 마치 영화에서 본 것처럼 허공에 모니터가 떡하니 생긴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이불을 움켜쥐고 벽에 등을 기대었다.
[반갑습니다. 반지오 님. 저는 호텔 카타콤의 지배인 세바스찬입니다.]
화면에 떠오른 것은 반백의 머리를 한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남자는 내게 꾸벅 고개 숙였다.
[반지오 님의 냉동 시기를 고려해 평면 디스플레이 형태로 튜토리얼을 진행합니다. 혹시 입체영상을 원하시면 입체라고 명령해주시면 됩니다.]
“냉동 시기라니?”
말을 내뱉고 나는 피식 실소했다. 이건 튜토리얼 비디오인데 비디오가 대답을 할 리가 없잖아. 정말로 멍청한 짓을……. 어?
[냉동 시기란 반지오 님께서 냉동인간으로 하이버네이션에 돌입하신 시기를 말합니다.]
영상, 아니 세바스찬은 내 말에 대답했다. 나는 그가 대답했다는 사실과 그 내용에 두 번 놀랐다. 뭐? 뭐라는 거야?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하지만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깨어나서 부모님을 만나는 이 마당에 그런 버라이어티 쇼 같은 걸 할 리가 없지. 그리고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데 그런 걸 하겠어. 부모님은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제법 큰 발언권을 갖고 계신 큰 선박회사의 주인이다. 그것도 나를 엄청나게 아끼는.
[반지오 님은 17세, 2010년 루게릭병으로 냉동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하셨습니다. 그리고 2055년, 루게릭병의 치료제가 발명되어 반지오 님의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병의 치료가 냉동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유는 반지오 님의 보호자께서 반지오 님의 해동을 원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왜요?”
[2055년, 세계 3차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뭐? 준비 없이 듣기에는 엄청난 내용에 나는 얼어붙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송곳이 꿰뚫은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전쟁이라뇨?”
[미국의 재정적자가 원인으로, 대공황을 수습하기 위해 군수물자의 판매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테러 단체에 무기가 공급되었고…….]
“잠깐, 알아듣게 말해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세바스찬이라는 영상 속의 남자는 다시 알아듣지 못할 말을 반복했다. 그가 몇 번이나 같은 내용을 단어의 선택만 바꾸어서 이야기했고 나는 간신히 이해했다.
나는 딱딱 떨리는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았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이거 장난이지? 꿈 아냐? 그렇게 부정하면서도 나는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이곳으로 오면서 앉았던 의자, 돔에서 들었던 냉동이라는 말, 얼마나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팔다리.
“지금은, 지금은 몇 년이에요? 우리 부모님은……. 돌아가셨나요?”
[오늘 날짜는 1억 2010년 2월 23일입니다. 반지오 님의 양친께서는 2057년, 폭격으로 사망하셨습니다. 두 분께서 반지오 님에게 남기신 메시지가 있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
1억 2010년? 저 사람 미친 거 아냐? 지금 1억 년이나 지났다고? 100년, 200년도 아니고 1억 년? 우리 부모님이 1억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아니, 그럼 이 집은 대체? 머릿속이 텅 비면서 순식간에 현실감이 멀어졌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았다.
“들려주세요.”
[녹화 시각 2055년 2월 21일. 재생합니다.]
화면에서 세바스찬이 사라졌다.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기억하던 것보다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남녀가 등장했다. 엄마와 아빠였다. 할머니가 되었어도 여전히 기품 있는 엄마와 로맨스그레이로 늙은 아빠. 두 분은 원목의자에 차분하게 앉아 계셨다. 그리고 시작한 이야기는 급박한 처지에 녹음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짧았다. 정말로 짧았다.
[이제 녹화되는 건가요? 아. 시작할게요.]
확인하듯 손을 흔들어보던 엄마가 멋쩍게 웃더니 헛기침을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 딸 지오에게. 이 영상을 네가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눈을 뜨고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것 같아서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시간이 얼마 없어 짧게 설명해야 하니 이해해주렴. 엄마도 너무나 슬프단다.
지오가 어떤 환경에서 눈을 뜰지 엄마 아빠는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엄마 아빠는 똑똑하고 씩씩한 지오가 잘 살아갈 거라고 믿는다.
지오야, 우리는 너를 해동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구나.
간신히 네 병의 완벽한 치료약이 개발되었는데 너를 그 차가운 캡슐에서 꺼내어 안아줄 수 없다니. 굉장히 안타깝지만 우리 지오가 지금 깨어나는 것보다 그저 잠들어 있는 길을 선택했단다. 지오야, 곧 3차 대전이 발발할 것 같구나. 힘들게 낫자마자 전쟁이 터지면 너를 지키기가 힘이 들지도 모른다. 지오가 섭섭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오야 너에게 동생이 생겼어. 우리 지오를 돌봐줄 동생이. 네가 잠들 때보다는 나이가 많고, 잠들어 있는 너보다는 나이가 적으니 오빠라고 해야 할지, 동생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첫아이는 영원히 지오 너란다. 입양하긴 했지만 아주 사랑하는 아들이야. 이름은 나오야. 반나오. 지금은 바빠서 함께 찍지는 못했지만, 나오도 우리 지오를 아주 좋아해. 엄마 아빠가 없어도 나오가 지오를 돌봐줄 거야. (중략) 지오야. 부디 안전할 때 눈 떠서 행복하게 살렴. 사랑한다, 지오야. 엄마는(아빠는) 우리 지오를 정말 사랑해.]
울음은 흐느낌 없이 터져 나왔다. 눈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을 굳이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나는 그저 앉아 있었다. 재생이 끝나자 나오라는 남자가 나오는 영상이 이어서 재생되었다. 그는 나를 지키겠노라고 말하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내게 다정하게 맹세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그의 아들이, 그리고 그다음에는 그 자식이, 나의 손녀였을지도 모를 아가씨가, 자그마치 수십 명이 이야기했다.
전쟁이 끝나면 바로 고조할머니인 나를 해동하려고 했지만, 3차 대전이 끝나고 지구는 너무나 황폐해져서 내가 살아나더라도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류의 숫자는 점점 줄어가고 있었고 절망만 가득하다고. 그리고 나를 최후의 생존자, 방주 프로젝트에 인간으로서 참여시켰노라고. 방주 프로젝트는 지구가 충분히 회복되어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좋아지면 해동하는 과정이라고. 그리고 나를 위해 이 방주, 호텔 카타콤에 많은 시설과 안배를 준비했다고.
천 년이 넘도록 나를 위해서. 우리 부모님의 유언을 위해서,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한 나오의 유언을 위해 대를 타고 그렇게 나를 지켰다. 고독과 슬픔, 안타까움이 마음에 가득 찼다. 내가 슬픈 것인지 감동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두려운 것인지 기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세바스찬. 여기 다른 사람이 있나요?”
한참을 운 나는 간신히 진정하고 물었다. 세바스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존자는 반지오 님뿐입니다. 반유리 님께서 안배하신 특수 영양액이 해동 과정에서 크게 작용하여 성공적인 해동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투숙객은 전부 폐기되었습니다.]
갑자기 아득한 절망이 머리를 강타했다.
그 순간 세바스찬이 말한 1억 년이라는 시간이 멍멍하도록 크게 다가왔다. 1억 년이 지난 지구에 나 홀로.
“다른 방주 프로젝트 같은 건 없나요? 인간, 나와 같이 여기에 살아 있는 사람 없나요? 제발!”
[반지오 님을 제외한 모든 방주 투숙객은 사망했습니다. 현재 확인된 생존자는 반지오 님뿐입니다.]
다급하게 물은 질문에 돌아온 것은 냉정한 현실이었다. 미쳐도 이상하지 않다. 이게 정말이라면 진짜 정신이 살짝 이상해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이렇게 눈물을 줄줄 쏟으면서도 미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전부 나를 위해 천 년간이나 안배한 내 가족들 때문이었다. 나를 잊지 않은 나의 가족들.
밖엔 뭐가 살까? 공룡? 아니면, 바퀴벌레가 진화한 생물? 외계인?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한참 전에 죽어버린 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살하지 않으려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어떻게 죽는단 말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나를 어떻게 살렸는데.
[그러나 인간은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릎에 파묻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라고?
“인간이, 다수 존재한다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지구에는 인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광학미채 위성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하, 하하! 1억 년간 인간이 살아 있었어!
“멸종하지 않았군요!”
[아닙니다. 인간은 멸종했습니다. 3600년, 거대 운석 충돌로 인해 지구의 대부분의 생명은 멸종했습니다. 그리고 곤충의 시대가 도래하고, 곤충 먹이의 풍부함으로 공룡 시기가 왔습니다. 이것은 제게 저장된 보안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만. 그런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태어났습니다.]
“크로마뇽인 같은 거요?”
[유사인류가 있었습니다만. 당신의 인류와는 유전자 구조가 많이 다르지만 현재의 인류는 적어도 기원후 300년 정도의 진화도를 갖고 있습니다.]
나는 눈물을 닦았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불치병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나잖아. 사람이 산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적어도 공룡에게 말을 가르치며 외로움을 달래려고 하지 않아도 되니까.
“세바스찬. 이 함선에 대해서 모든 걸 알려줘요. 그리고 지금의 지구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