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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휘린(輝潾) 7
은서우 지음가하에픽2014.11.22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2,5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498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295-0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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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는 네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 내 입을 막고 싶으면 정오까지 태현관 충신각의 두 번째 장서실로 혼자 오라. 반드시 혼자여야 한다. 만약 내 말을 무시한다면, 나는 오늘 네 비밀을 폭로하겠다.
천랑성이 뜬 밤, 같은 날에 태어난 서나라의 두 왕녀 세류와 세희. 왕후의 딸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어 성장하는 세자 세류와 어미의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탄생이 외려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버린, 가련한 아이 바보 공주 세희.
한과의 대전(大戰)에서 패배한 서는 신하국가로 강등당하여 한을 상국으로 받들어야 했고, 한은 서에게 한의 황자 서현과의 국혼을 강요하였다.
결국 세희는 왕실과 나라를 위하여 세자인 세류 대신 한나라로 향하지만 비적을 만나 일행이 모두 몰살당하고, 그녀 목숨 역시 위태로워지는데!
은서우 작가가 선사하는 역사 판타지 로맨스 ‘휘린’!
“백 우사, 자네는 즉시 김현강 중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그녀가 위험에 빠지기 전에 속히 구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금위영으로 가겠습니다.”
“하오면 소인은 무엇을 해야 하옵니까? 소인,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불안해서 견딜 수 없사옵니다. 허니 제발 소인에게도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문경은 간곡하게 말했다. 초조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뭐든지 하려고 했다. 그래서 서현은 그녀에게도 무언가 지시를 내려주기로 했다.
“그럼 김 부인은…….”
항아 유리가 다급히 서현을 찾아왔다.
“전하, 큰일이 났습니다! 환주 장공주마마의 아드님인 김효관 비서랑이 태현관의 충신각에서 살해당했답니다. 헌데 현장에서 궁위사의 군졸들에게 잡혔다는 범인이…….”
유리는 서러운 눈물 때문에 뒷말까지 다 이르지 못했다.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은서우
자칭 현실주의자라면서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세상에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느려터진 손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 출간작
휘린(輝潾)
휘린(輝潾) 외전
3. 차례
#제17부. 수연
@17-1.
@17-2.
@17-3.
#제18부. 사람 그림자
@18-1.
@18-2.
@18-3.
4. 미리 보기
충신각에는 개인의 능력으로는 구하기가 매우 힘든 고서들을 포함하여 김효원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각종 문적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하여 이전부터서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지만, 꽤 많은 서적들과 문적들을 일일이 대출하고 반납하기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또 어떤 문헌들은 아예 장서각 밖으로의 유출이 금해져 있었다. 그래서 효원은 차선책으로 종종 충신각의 숙직을 자원했다.
상관이 하관의 소임을 대신 도맡아주려는 행위가 바람직하지 못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효원은 이미 약관(弱冠)의 나이에 유능한 학사로 유명했고, 선황제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환주(環朱) 장공주(長公主, 군주의 누이나 누이동생)의 막내아들로 황실과도 친분이 두터운 인사였다. 황제까지도 조카인 김효원이 마음껏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조했다. 그래서 비서감(秘書監)은 그가 밤이 새도록 태현관의 장서각에 눌러있는 것을 용인해주었다.
덕분에 김효원은 밤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그날에도 홀로 충신각의 열람실에 남아 독서에 열중할 수 있었다.
자시가 가까워졌을 무렵, 책상 한쪽에 놓인 등잔의 불이 살짝 흔들렸다. 효원은 이상한 느낌에 무심결에 출입문 쪽으로 눈길을 던졌다가,
「……!」
순간 한눈에 들어오는 웬 낯선 존재에 하마터면 사내 체면도 잊고 비명을 내지를 뻔하였다. 백색의 유군(襦裙)을 깨끗하게 차려입고서 검은 머리채를 치렁치렁 내려뜨린 젊은 여자. 피부가 뽀얘서 다홍빛 입술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그녀는 마치 옛날에 구중궁궐에서 한을 품고 자결하였다는 처녀귀신처럼 보였다.
「비까지 오는 한밤중에 불쑥 찾아든 소녀 때문에 많이 놀라셨지요? 죄송합니다. 초면에 결례를 범한 잘못을 머리 숙여 사과하오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십시오. 소녀는 소부 황국관(黃菊館)의 미인으로, 이름은 송가(宋哥) 미지(迷智)라 하옵니다.」
그러나 귀신치고는 너무도 공손했다. 게다가 자그마한 옥수에는 웬 두루마리족자가 들려져 있었다. 가름대의 길이나 비단에 종이를 덧댄 흔적으로 보아, 느낌상 그림 같았다. 효원은 그녀가 원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 아니라 생생한 사람임을 확신하고는 속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그녀가 생자라도 문제였다. 그가 있는 곳은 태현관의 장서각으로, 외조의 공간이었다. 서은하 좌사와 항아를 제외한 여인들은 외조의 출입을 허락받지 못했다.
「미인? 내정의 궁녀가 이 밤중에 이곳에는 어인 일이오?」
「문사로 이름이 높으신 귀공께 감히 간청드릴 것이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예까지 찾아왔사옵니다.」
송미지는 두 손으로 족자를 내밀었다. 효원은 호기심에 족자를 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매듭을 풀고 열어본 화폭에는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매화도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그대가 직접 그렸냐고 묻는 얼굴에 송미지는 부끄럽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었다.
「제게는 귀한 분께 선물로 드릴 그림이라서 부족한 솜씨나마 욕심을 부려봤사옵니다. 헌데 매화도만으로는 뭔가가 허전하더군요. 그림에 어울릴 시도 한 수 곁들이고 싶은데, 아쉽게도 저에게는 시를 잘 짓는 재주가 없습니다. 하여 감히 귀공께 매화를 소재로 한 시를 한 수 지어달라고 청하옵니다.」
「시? 한 수 정도 써주는 것이야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의아스럽소. 시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나 하나뿐만이 아니건만, 어이하여 그대는 궁녀의 신분으로 이 야밤중에 금녀지역인 외조에까지 들어와 내게 부탁하는 것이오?」
「그건 귀공께서는 제가 오랫동안 흠모해온 시인이시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귀공께서 스물넷의 연치에 지으셨던 영매가(詠梅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시이옵니다.」
연이어 영매가의 첫 번째 수를 차분히 읊었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또랑또랑하게 낭송하는 그녀를 보노라니, 효원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여느 여인을 대하여도 요지부동이던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날 밤, 아예 죽은 줄 알았던 매화나무의 가지 끝에는 꽃망울이 맺혔다. 꽃봉오리가 활짝 벌어져 그윽한 향기를 내뿜기까지는 금방이었다. 그러다가 춘정(春情)을 이기지 못해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나누게 되면서부터는 그들은 문우를 넘어 연인이 되었다.
열애에 이성이 마비된 김효원은 송미지가 궁녀의 신분임을 개의치 않았다. 훗날 언제라도 그들의 관계가 세상에 발각된대도 진심으로 두렵지 않았다. 그녀가 별안간 자신을 떠날 상황을 더 염려하였다. 어쩌다가 바람결에 방안으로 흘러든 하얀 매화꽃잎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를 찾아왔듯이 그렇게 거짓말처럼 가버릴까 봐.
감감했던 여닫이문이 드디어 열렸다. 줄곧 기다린 그녀가 왔다. 효원의 낯빛이 환해졌다.
“미지!”
“늦어서 미안해요. 귀공께서 절 기다리시게 하는 것이 죄송스러워서라도 빨리 오려고 하였는데…….”
“아니오, 나는 그대가 와 준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소.”
효원은 활짝 웃었으나, 미지는 웃지 않았다. 사랑스런 입술을 꼭 다물어졌고, 말간 눈동자는 그의 눈길을 한사코 피했다. 오늘따라 미지의 분위기가 참으로 이상했다. 효원은 다정히 그녀를 불렀다.
“미지.”
“…….”
그러나 미지는 응답하지 않았다. 효원이 가직이 다가가 포옹하려고 하자, 미지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자기 몸에 닿지 말라는 분명한 의사표시였다. 효원의 낯빛이 흐려졌다. 하지만 불안은 괜한 감정이라고 치부하며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따라 매우 피곤해 보이시오. 오늘 하루는 무척 고되었나 보구려.”
그제야 미지는 고개를 들어 효원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궁녀의 나날이야 늘 그렇죠. 새삼스레 피곤해할 것이 무에 있나요?”
어쩐지 조금 딱딱하게 들리는 응수. 효원은 허면 날 보는 눈이 왜 그러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응시하는 미안에 냉량한 기운이 깃들어 있어서, 차마 말문을 뗄 수 없었다. 심장이 쿵쿵 뛰어댄다.
“실은 오늘 낮에 경사 부인께서 절 부르셨습니다.”
“경사방에서 그대를? 왜?”
말을 입 밖으로 내기가 무섭게, 효원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결국……, 경사방에서 알아버린 것이오?”
“예.”
미지의 분명한 대답에 효원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경사 부인께서 제게 엄히 경고하셨습니다. 항아가 아닌 미인인 제가 다른 사내와 정을 통하는 것은 사통(私通)이나 다름없으니, 귀공과의 관계가 공개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제 쪽에서 먼저 정리하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행창(內行廠)에 알려서 궁녀의 법도와 규율을 어긴 죄로 저를 엄히 다스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해서……, 지금…… 나와 이별하겠다는 뜻이요?”
“네. 지난 몇 달간 귀공 덕분에 소녀, 무척 행복했사옵니다. 허나 더 이상은 꿈속에 잠들어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나리, 저는 곧 닥쳐올 불행이 무섭습니다.”
지난 시간 속에서 행복에 겨울 때마다 여지없이 끼어들던 불안한 생각이 기어이 현실로 이뤄지고 말았구나. 효원은 눈에 비치는 미지의 단호한 표정이, 귀에 들리는 미지의 냉정한 말소리가 모두 다 거짓 같았다. 꿈속이라면 어서 깨고 싶다. 효원은 미지의 양쪽 어깻죽지를 꽉 붙잡았다.
“미지, 그게 무슨 말이오? 정녕 나와의 인연을 끊겠단 말이오? 난 그럴 수 없소! 날더러 그대 없이 어찌 살라고 그런 말을 하시오?”
“죄송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경사 부인께서 그러시더군요. 우리의 관계가 세상에 드러나도 귀공께서는 황제 폐하께서 아끼시는 인재이시며 외가가 황실이라서 엄벌을 피하시겠지만, 전 아니라고요. 보잘것없는 평민 신분의 제게는 영락없이 죽음이 내려질 것이랍니다. 귀공,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어이하여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요? 나를 못 믿는 것이요? 미지, 염려하지 마시오! 내가 그대를 지킬 것이오. 허니 날 떠나겠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제발…….”
애원하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잔뜩 배었다. 하지만 미지는 효원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외면했다. 양팔을 힘껏 움직여 기어이 그의 두 손을 떨쳐냈다.
“귀공을 믿지 못하느냐고요? 솔직히 저도 믿고 싶사옵니다. 허나, 세상은 순정만으로는 살 수 없는 곳입니다. 전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할 만큼 낭만적이지 못해요. 저는 살고 싶습니다, 나리. 허니 이제는 절 놓아주세요. 정녕 절 사랑하신다면 말입니다.”
“미지…….”
“절 그리 애절하게 부르지 마세요. 나리, 저는 제 결심을 깨트릴 생각이 없습니다. 허니, 제 마음을 흔들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조금 벌어진 입술은 그대로 굳어져버린 듯, 한마디의 말도 내지 못한다. 효원으로 하여금 말을 잃게 만든 궁극적인 요인은 미지의 냉정한 말투가 아니다.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쌀쌀하게 내뱉는 태도는 어쩔 수 없어서라고 변명하는 양, 어느새 그녀의 눈가에 맺히는 가여운 이슬 때문이었다.
효원은 깨달았다. 송미지와의 이별은 본인의 힘으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정말 이대로 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머리는 이별의 이유를 이해했는지 몰라도 뜨거운 심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지…….”
이도저도 못하는 복잡하고 심란한 심경에서 효원이 간신히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곤 오로지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뿐. 그러나 미지는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쓸쓸한 미소만 지을 따름이었다.
“하오면 소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나리,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부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미지…… 제발…….”
“안녕히 계세요.”
끝내 미지는 효원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돌아섰다. 끝까지 예의바른 그녀의 뒷모습을, 효원은 멍하게 바라보았다. 어서 쫓아가서 붙잡아야 한다고 마음이 소리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맥이 풀려버렸는지 몸뚱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사이에 무정하게 닫히는 문. 미지는 잔인하다. 부디 행복하라고? 어떻게 홀로 행복해질 수 있단 말인가.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밀어 넣은 사람이 바로 본인이면서 날더러 다른 행복을 찾으라고?
지옥에서는 행복을 꿈꾸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거늘.
“미지!”
심장이 도려내는 아픔에 사내는 단말마 같은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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