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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휘린(輝潾) 4

은서우 지음가하에픽2014.11.22979-11-295-0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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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립 금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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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독자평점 :   [참여수 0명]
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295-0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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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47,500원)

1. 작품 소개

이를 어쩌나. 마음이 자꾸만 설렌다. 


천랑성이 뜬 밤, 같은 날에 태어난 서나라의 두 왕녀 세류와 세희. 왕후의 딸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어 성장하는 세자 세류와 어미의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탄생이 외려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버린, 가련한 아이 바보 공주 세희. 
한과의 대전(大戰)에서 패배한 서는 신하국가로 강등당하여 한을 상국으로 받들어야 했고, 한은 서에게 한의 황자 서현과의 국혼을 강요하였다.
결국 세희는 왕실과 나라를 위하여 세자인 세류 대신 한나라로 향하지만 비적을 만나 일행이 모두 몰살당하고, 그녀 목숨 역시 위태로워지는데!
은서우 작가가 선사하는 역사 판타지 로맨스 ‘휘린’!


“황후마마를 알현하기 전에 전하께서는 무엇을 하시렵니까?”
“너를 청성궁까지 데려다 주는 것.”
“예?”
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유는 그녀가 얼결에 드러내는 ‘놀람의 반응’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마냥 사랑스러운 크기가 자그마한 동물을 손가락으로 한번 툭 건드려보고 싶은 기분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른다. 영유는 세희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자, 그럼, 이제 가자.”
손목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 이질적인 온기가 세희는 당혹스러웠다. 
“허나, 전하!”
행여나 누가 볼세라 그 손을 냉큼 빼내었다.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은서우

자칭 현실주의자라면서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세상에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느려터진 손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 출간작

휘린(輝潾)
휘린(輝潾) 외전


3. 차례

@7-2.
@7-3.
@7-4.
@7-5.
@7-6.

#제8부. 신서
@8-1. 
@8-2. 
@8-3. 


#제9부. 아가씨
@9-1.
@9-2.
@9-3.
@9-4.
@9-5.


#제10부. 다시 만나다
@10-1.
@10-2.


4. 미리 보기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4월 10일 오후, 채 윤은 국법에 따라 위법행위로 축적한 재산을 모두 몰수당하고 공부상서직에서 파직되었다. 향후 복직은 영원히 불가이며, 변경 지역에서 1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다. 어사들과 간관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대의사를 표했으나, 황제의 뜻에 맞서기에는 확실히 무리였다. 더구나 황제가 채 윤이 약속된 시간까지 의사를 밝히지 않아서 당신의 뜻대로 처리했다고 설명하는 바람에 그들로서는 할 말이 더욱 없어졌다.

「내일 정오까지 편전으로 답을 올려라. 만약 제시간까지 답을 올리지 않는다면, 짐이 임의로 처리하겠다.」

그날 태화전에 있었던 관원들이 모두 들었던 말. 황제가 채 윤에게 내린 형벌의 예시들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그쪽에만 신경 쓰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 관원들 사이에서는 애당초 황제에게는 전 공부상서를 엄히 정죄할 의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말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여하튼 이번 사건은, 부친의 죄가 두 아들에게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윤언을 끝으로 완전히 정리되었다. 
세희는 두루마리책자들을 한가득 안고서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다가, 그만 하나를 바닥으로 툭 떨어트렸다. 그것을 봉황전의 항아 라사예가 집어주었다. 세희는 무심결에 고맙다고 말하다가 사예를 보고서는 반색했다.
“어라, 사예 언니? 지금 이 시간에 청성궁에는 어인 일이에요?”
사예도 빙긋이 웃고는 고개를 숙임으로써 예의를 표시했다.
“서 좌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를 보고 반가워해주시는 것은 감사하나, 서 좌사님은 더 이상 청성궁의 항아가 아니니 제게 ‘언니’라 부르시면 안 됩니다.” 
“아, 실수예요. 미안해요. 언니라는 호칭이 입에 익어서 그런지, 저도 가끔씩 깜빡한답니다.”
“품계에 있어서도 크게 차이가 나니, 제게 공대하셔도 안 됩니다.”
사예는 미소를 머금으면서도 제법 엄격하게 말했다. 세희는 라사예가 법도와 예의에 철저함을 그제야 떠올리고는 그저 배시시 웃어버렸다. 찬경이 세희가 안고 있는 문서들을 반 이상 가져가주면서 대신 답해주었다.
“라 항아, 서 좌사가 존댓말을 쓰는 것은 용인해주게. 이 사람,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품계의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다 공대하네. 관원은 나이보다도 품계로 먼저 상‧하위가 구분되니까 구태여 공대할 필요가 없대도, 습관으로 굳어졌는지 못 고쳐.”
“그래도 자신보다 품계가 낮은 이에게 꼬박꼬박 공대하는 것도 규범에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게체나 반말을 하는 것도 불편한걸요. 저보다 어른이신 분들에게 그리 말하면 제가, 아, 내 마음이 좋지 못해요. 상대를 대하는 것도 너무 어색해지고요. 허니 그것만큼은 봐주세요. 라 항아.”
“알겠습니다. 서 좌사님. 제게 하시는 공대는, 서 좌사님의 정이 담긴 표현이라 여기겠습니다.”
사예는 아미를 아주 살짝 찡그러트리더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요. 라 항아.”
세희는 방긋했다.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웃음에 사예의 눈매도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세희는 관문서들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헌데 정말 어인 일이세요? 혹여 전하께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허나 지금, 전하는 청성당에 아니 계십니다. 상서성에서 일을 보신 후에 금위영으로 가신다고 말씀하셨으니, 전하를 뵈려면 얼마간 기다리셔야 해요.”
“아뇨. 전 전하를 뵈러오지 않았습니다. 전, 서 좌사님께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황후마마께서 서 좌사님을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나를요?”
세희는 놀라며 되물었다. 사예는 천천히 고갯짓했다. 세희는 입을 다물었다. 채 윤이 그렇게 조정에서 내쫓긴 지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봉황전의 미인 말고 항아를 보낸 것을 보아,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하다. 좋은 의도로 만남을 청했다면,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세희가 선뜻 나서지 못하자, 사예는 다음 말을 붙였다.
“채 대인의 일과는 상관없이 부르시는 것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나 서 좌사님의 입장에서는 조용히 가시는 편이 더 좋겠지요.” 
“예.”
씁쓸하면서도 싸한 기운이 세희의 마음을 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황후를 경계하게 된 것도, 자신이 서인의 일원이기 때문인가. 
“황후마마께서 기다리시겠습니다. 얼른 가요. 허면, 백 우사님, 저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찾거든 개인적 용무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만 해주세요. 만일 전하께서 찾으시는 것이라면 백 우사님이 적당히 말씀드려주세요.”
“알았어. 누가 너 찾거든 적당히 둘러댈 테니까 안심하고 다녀와.”
“감사해요.”
세희는 찬경에게 인사하고는 먼저 발을 떼었다. 사예도 찬경을 향해 가볍게 묵례하고는 그녀를 뒤따랐다. 찬경은 서서히 닫히는 문을 보면서 어깨를 한 번 들먹였다.
“뭐, 접때와는 다르니까, 별 문제는 안 생기겠지?”

차는 제조부인 김운화가 내어왔다. 눈처럼 새하얀 찻잔에 담겨져 나오는 연록의 차. 찻물의 색이 얼마나 고운지, 세희는 은은한 향보다 오련한 빛깔에 먼저 시선을 빼앗겼다. 생기 어린 표정에 하란은 살며시 미소하였다.
“빛깔이 참 곱지 않은가? 허나 연주(燕州)의 차는 색과 향보다도 맛으로 더 유명하다네. 한번 들어보시게.”
“예, 감사합니다. 황후마마.”
세희는 두 손으로 조심스레 찻잔을 들었다. 혀끝에 처음 닿을 때는 조금 쌉싸래한 듯했으나, 깔끔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곧 입 안에 가득 감돌았다. 깊은 맛의 녹차에는 내심 긴장했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힘이 있었다.
“이리 좋은 차를 맛볼 기회를 주시다니, 감사하옵니다. 마마.”
“나야말로 서 좌사가 고맙네. 라 항아를 보냈지마는, 서 좌사가 내 청을 사양할까 내심 걱정했었네. 이제는 서현 황자의 좌사인데다가 전 공부상서의 일까지 있어서, 나를 만나는 것이 더욱 껄끄럽지 않았겠나.”
“실은…… 그러하였사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황후마마의 측근을 몰아낸 것이나 진배없지 않사옵니까? 하여 감히 여쭙고 싶었사옵니다. 마뜩잖게 여겨질 소신을 부르신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찻잔이나 만지작거리면서 말하기를 머뭇거리던 태도가 도랑도랑하고 야젓하게 바뀌었다. 하란은 여리게만 느껴졌던 눈동자가 곧은 빛을 내뿜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
“라 항아가 이미 일러주었겠지만, 내가 오늘 자네를 부른 것은 채 상서의 일과는 정말 무관하니 안심해도 좋네. 날짜가 너무 많이 지난 감이 있지만, 여인의 몸으로 대과에 준하는 자격시험에 당당히 급제하여 좌사에 임명된 자네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네. 다만 그간은 여러모로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이날이 돼서야 가능해졌지. 물론 날짜가 더 지나면 정말로 자네를 부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에 조금 서두르기도 했네. 나는 동인이고 자네는 서인이니 앞으로 뜻하지 않은 갈등거리를 겪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리되면 그때는 정말로 정적으로 대해야 할지도 모르지.”
하란은 은은히 웃음을 띠었다. 하지만 세희는 말문을 다물었다. 반쯤 남은 녹차를 보았다. 속을 훤히 드러내는 투명한 찻물에는 작은 일렁거림도 없었다. 차는 평화와 화합을 말하지, 투쟁과 갈등을 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었다. 청은 공주로 살든 서은하로 살든, 자신이 택하는 군주는 오로지 이서현이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또 하나의 진실이다.
“허니, 채 상서를 어사대에 고발한 것을 두고 내게 미안해할 것도, 그 사람을 안쓰럽게 생각할 것도 없네. 자네는 관인이지 않은가?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고 자신의 말에는 분명하게 책임지는, 당차고 올곧은 관인으로 살아야지.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는 모습이, 나는 보기가 좋다네.”
“그리…… 말씀해주시니 소인의 착잡하던 마음이 한결 나아지옵니다. 황송하옵니다.”
“싱거운 소리를 하는군. 여하튼 내 재차 말하지만, 자네의 능력으로 예까지 올라온 거 진심으로 축하하네. 항아 때보다 몇 배 이상으로 힘들어지겠지만, 자네라면 꿋꿋하게 잘 버텨내리라 믿네.”
“황후마마께서 소신을 위해 내려주신 말씀을 잊지 않겠사옵니다.”
“항상 힘내시게. 그나저나 차가 식겠네. 어서 마저 들게.”
“예.”
차를 마시면서도 대화도 간간히 나누었다. 다만 주로 사하란이 물었고 은세희가 답변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관원으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여인네라고 은근히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관원은 없는지, 항아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은지 등등. 어미가 이제 막 출사하는 어린 자식을 대하는 것 같은, 다정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서로 대립하는 입장이기에 한 공간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세희는 결례를 무릅쓰고 말머리를 꺼냈다.
“황후마마, 송구하게도 소신은 이쯤에서 물러나야겠사옵니다. 미루어든 공무의 양이 적지 않아서 속히 근무지로 돌아가야 하옵니다.”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안녕히 가시게.”
“황후마마께서도 강녕하시길 바라옵니다.”
“그래, 고맙네.”
유감스럽게도 황후가 부드러이 짓는 미소에는 가장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세희는 날카로운 손톱에 가슴이 할퀴는 아픔을 느꼈다. 한 번 더 인사를 올리고는 힘들게 발을 떼었다. 황후가 보여준 다정한 미소를 어디까지 진실로 믿을 수 있을까. 참으로 느껴지는 그것마저도 위선의 가면이 부리는 술수라면, 자신은 황후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설령 서로의 입장이 너무도 다른 탓에 한쪽에게는 불우한 일을 발생한대도 오늘 함께 나누었던 아름다운 다향만큼은 잊지 못하리라. 탁, 닫히는 문소리가 유난히도 묵직하게 느껴질지언정.
긴 낭하를 지나서 마침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맑디맑은 하늘과 달리 마음이 착잡하다. 세희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그런데 한 걸음을 제대로 떼기도 전에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좌사가 지금 이 시간에 봉황전에 있는 까닭보다도, 어찌하여 꽃다운 나이의 아가씨가 그리도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는지가 더 궁금하군.” 
영유는 강수처럼 새파란 웃음을 가득 머금고서 세희에게로 다가왔다. 세희는 우선 입례함으로써 황자를 향한 예의를 표시했다.
“한동안 뵙지 못한 사이에 더욱 늠름해지셨사옵니다. 그나저나 여기에는 어인 일이시옵니까? 황후마마를 뵈러 오셨사옵니까?”
그러자 영유는 살짝 눈살을 모았다. 그녀더러 보란 듯이 일부러 말이다.
“내가 일전에 그대에게 분명히 극존칭은 삼가달라고 말했지 않았는가?”
“허나 지금의 장소와 소신의 입장이 그것을 용납지 않사옵니다.”
“보기보다 갑갑한 면이 있군그래?”
“지금은 그편이 더 낫사옵니다.”
세희는 빙긋했다. 그에 따라서 영유의 눈살도 없어졌다.
“황후마마께서는 지금 청담실에 계시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아니. 어마마마를 뵈러오긴 했는데, 아직은 아니야.”
“하오시면 그 전에 하셔야 할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응, 금방 생겼지!”
답변하는 목소리가 왠지 장난스럽게 느껴져, 세희는 의아스럽다는 듯이 영유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지는 않느냐?”
“하오면 제가 그것을 꼭 궁금히 여겨야 하옵니까?” 
“이런, 갑갑할 뿐만 아니라 재미란 것도 모르잖아? 놀래려 해도 반응이 영 신통찮아서, 흥이 다 꺼져버리네.”
분명 투덜대는 말투건만, 세희를 담은 눈동자에는 이채가 감돌고 있었다. 반작반작 빛나는 것이 꼭 샛별 같다. 새파란 빛깔의 활기가 저도 산뜻하게 물들였을까. 결국 세희도 영유를 따라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황자께서 정말로 원하시니, 이제라도 여쭤봐 드릴까요?”
“그럼!” 
“황후마마를 알현하기 전에 전하께서는 무엇을 하시렵니까?”
“너를 청성궁까지 데려다 주는 것.”
“예?”
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유는 그녀가 얼결에 드러내는 ‘놀람의 반응’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마냥 사랑스러운 크기가 자그마한 동물을 손가락으로 한번 툭 건드려보고 싶은 기분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른다. 영유는 세희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자, 그럼, 이제 가자.”
손목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 이질적인 온기가 세희는 당혹스러웠다. 
“허나, 전하!”
행여나 누가 볼세라 그 손을 냉큼 빼내었다. 부드럽던 촉감이 슬쩍 빠져버리자, 영유는 돌아봤다. 세희는 오므린 오른손을 가슴 위쪽으로 딱 붙였다. 너무도 역력한 경계심. 영유의 눈에는 발그레 상기된 뺨보다도 손에 잡히는 것을 결코 허락지 않겠다는 양 꽉 쥔 주먹이 먼저 들어왔다. 영유는 한순간에 비워진 오른손을 한 번 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씩 웃으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세희는 영유가 제 손바닥을 들여다보면서 슬며시 떠올렸던, 그 아쉬움 가득한 기색을 확인했음에도 알은체를 할 수 없었다. 절굿공이로 거칠게 절구를 찍듯이 자신의 안에서 쿵쿵 울려 퍼지는 심장소리만도 감당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일전에 서현이 했던 그 말까지 번뜻 떠올라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너무나도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찌해 보려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입까지 다물어버렸다.
“아, 미안. 내가 조금 성급했나?”
결국 영유가 먼저 말을 꺼내었고, 세희는 머리만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러자 영유는 어색한 웃음기를 띠고는 뒷말을 이었다.
“아니라는 반응은, 전자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후자에 대한 것인가.”
세희는 그가 서 있는 돌바닥을 보면서 짧게 날숨을 내뱉었다. 놀랐던 마음이 그제야 진정되었다. 세희는 다시 얼굴을 들어 최대한 침착하게 영유를 보았다. 그와는 다른 의미의 ‘언제 그랬냐는 듯이’로.
“물론, 전자이옵니다. 그리고 후자에 대해서는 사과드리지 않겠습니다. 황후마마께서 계시는 봉황전이옵니다. 부디 저를 당혹스럽게 하지 마옵소서. 그리고 청성궁에는 저 혼자서 가겠사옵니다. 하오니…….”
“아니,”
영유는 뒷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도중에 말허리를 잘라내 버렸다. 세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영유는 웃음을 지었다. 왠지 얄밉게 느껴질 정도로 싱글벙글.
“그렇다고 청성궁까지 단둘이서 갈 수는 없사옵니다. 전, 길을 몰라서 내정을 헤매는 신출내기도 아닙니다.”
“널더러 길치라고 말한 적 없다.” 
“내관 하나 거느리지 않은 몸으로 저와 계시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나눴지 않았어? 그때, 내가 뭐라고 답했더라?”
영유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이죽거렸다. 세희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살을 찡그리다가, 결국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하려면, 영유는 의도적으로 외면해버렸다.
“여기서 설왕설래할 바에는 한시라도 빨리 함께 뜨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영유는 어딘가를 곁눈질하였다. 세희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움찔하였다. 가직이서 두 미인이 묘한 눈으로 영유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들부터서 일단은 얼굴을 돌리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쪽을 힐끔거리는 모양새가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이상야릇한 웃음기를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세희가 달갑잖게 쳐다보자, 영유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보기 전에 얼른 갈까?” 
세희는 무어라 받아치지 못하고 이젠 포기한다는 투로 순순히 답했다.
“예, 어서 가요.”
그래도 무조건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라고 느껴졌는지, 영유의 눈매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세희는, 
“제가, 정말 영유 전하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진짜로요!”
하고 먼저 콩콩 걸어가는 바람에 그의 입가에 번지는 다정스러움을 미처 보지 못했다.
“잔뜩 토라진 어린 계집처럼 먼저 가 버리더니, 겨우 두세 걸음밖에 못 갔나?”
“뭐예요? 확, 달려가 버릴 걸 그랬습니다.”
“오라, 관복을 입은 몸으로 경망스럽게 달려가시겠다? 원한다면 그리하시게. 그럼, 나는 네 이름을 크게 불러주면서 뒤쫓아 갈 테니.”
“…….”
세희는 눈을 흘겼다. ‘그 입, 좀 다물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는 의미가 또렷함에도 영유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했다. 어쩔 수 없이 세희도 그만 피식했다. 어느새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내가 어젯밤에 영화관에 가서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었단 말이지.”
“그게 무엇이옵니까?” 
“서 좌사님이 듣기를 원하신다니 내 한번 이야기해보지, 뭐.”
영유는 세희의 걸음나비에 맞춰서 걸으면서 홍루 기녀들에게서 들었던 우스운 이야기들을 넌덕스럽게 늘어놓았다. 말과 표정이 익살맞아 세희는 황자와 관원이라는 관계도 잊고 마치 친구를 대하듯이 편해졌다. 세희가 소리 죽여 쿡쿡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영유는 더욱더 재미나게 이야기했다. 한량 노릇을 하면서 직접 겪거나 들었던, 세상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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