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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휘린(輝潾) 2

은서우 지음가하에픽201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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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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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95-01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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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청은 공주가 항아 서은하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서현 황자 전하의 실수입니다. 만회하기 힘든 큰 실수, 말이옵니다.”
천랑성이 뜬 밤, 같은 날에 태어난 서나라의 두 왕녀 세류와 세희. 왕후의 딸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어 성장하는 세자 세류와 어미의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탄생이 외려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버린, 가련한 아이 바보 공주 세희.
한과의 대전(大戰)에서 패배한 서는 신하국가로 강등당하여 한을 상국으로 받들어야 했고, 한은 서에게 한의 황자 서현과의 국혼을 강요하였다.
결국 세희는 왕실과 나라를 위하여 세자인 세류 대신 한나라로 향하지만 비적을 만나 일행이 모두 몰살당하고, 그녀 목숨 역시 위태로워지는데!
은서우 작가가 선사하는 역사 판타지 로맨스 ‘휘린’!
“자네 말대로 예사 인연이 아닌 건 확실해. 서현이 청은 공주를 정비로 원치 않았고 청은 공주가 서현을 피하려고 애썼어도, 결국에는 다시 만날 인연이 아닌가. 비록 소영의 장난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2월의 바람이지만 이전처럼 얼음마냥 아주 차지는 않다.
연은 다시 민규를 돌아보았다.
“자네가 보기에는 내 모자란 아들이 공주가 사실은 생존하여 저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얼마 만에 알아차리겠는가? 아니야. 공주의 생존에 관하여 눈치를 채긴 할까?”
“그 시일이 얼마나 될지는 일단 서현 황자에게 달렸지요. 허나…….”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은서우
자칭 현실주의자라면서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세상에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느려터진 손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 출간작
휘린(輝潾)
휘린(輝潾) 외전
3. 차례
@2-5.
#제3부. 항아
@3-1.
@3-2.
@3-3.
@3-4.
@3-5.
@3-6.
#제4부. 구설
@4-1.
@4-2.
@4-3.
4. 미리 보기
아비는 딸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딸아이는 머나먼 타국으로 시집간다고 떠난 지 거의 석 달 만에 비통한 부고를 남겨 아비의 심장을 도려내었다. 아비는 만조백관의 앞에서 한의 봉명사신을 맞았던 근정전(勤政殿)에서는 삼켜야만 했었던 울부짖음을 자정에 가까운 깊은 밤에 강녕전(康寧殿)에서 홀로 토해냈다.
“세희야…… 세희야…….”
딸아이가 세상에 남긴 옷가지를 품에 끌어안았다. 싸늘하게 빛나는 은반지가 딸아이의 멈춰버린 심장 같았다.
“세희야……. 흐흑, 세희야. 미안하구나. 미안해……. 이 아비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구나. 아비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너를 한으로 보내지 말걸……!”
주먹으로 방바닥을 내리치며 호곡하는 지아비를 농갈색 기둥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윤화문은 심장을 옭아매는 착잡함을 견디다 못해 살그머니 발걸음을 돌렸다. 왕후가 강녕전에서 나오자 도승지 정헌영(鄭憲怜)이 다가와 예를 취했다. 헌영은 왕후께 감히 여쭙고픈 것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선뜻 말문을 떼지 못했다. 용안에는 진우로 가득했다.
“도승지.”
“예, 왕후 전하.”
“예서 한식경 정도 더 지켜보고 있다가 주상의 체읍이 잦아지시거든 들어가 성심을 위로해주시오. 저리도 계속 통곡하시다가 행여 혼절하실까 심려되오. 만약을 대비하여 어의를 불러 대기케도 하시오. 내 재차 당부하건대 오늘 밤은 주상이 홀로 계시게 해서는 아니 되오.”
“분부 받잡겠나이다. 하오면 왕후 전하께서는 어찌하실는지요? 본래는 전하께서 주상 전하의 곁을 지키시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사옵니까?”
“딸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던 몹쓸 어미로서는 주상의 곁에 있기가 너무 괴롭구려.”
“망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어찌하여 그 참극을 왕후 전하의 과오라 보시옵니까?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인명재천이라 하였사옵니다. 청은 공주마마의 작고는 애통하기 그지없사옵니다만, 지금 와서 무슨 손을 쓸 수 있답니까?”
어지러운 성심을 위로하지만 정현영의 안색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진명 세자의 왕위계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그는 과거 청은 공주가 정치세력을 가지게 될 것을 유난히도 염려했었다. 그러다가 막상 오늘날 공주의 사망을 접하자 그도 역시 마음이 무거웠다. 한때 청은 공주를 견제하는 중신들 중 하나였으나, 공주가 국외에서 비명횡사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정현영의 음울한 심정을 화문은 충분히 헤아리기에 그에게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과거 청은 공주와 어떤 관계였든지 많은 이들이 오늘 밤에는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위로해주어 고맙소. 허면 정승지, 주상을 잘 부탁하오. 부디 별다른 일이 없도록 그분의 곁을 잘 지켜주시오.”
“예, 전하.”
화문은 느릿느릿 걸음을 떼었다. 제조상궁 성여린을 비롯한 몇몇 상궁들과 나인들은 묵묵히 뒤따랐다.
취향교(醉香橋) 아래 잔잔한 물결. 밤하늘에도, 연못물에도 총총히 박혀 있는 별빛들은 가눌 길 없는 침울한 심사를 더했다. 멀수록 더욱 맑다는 향기만큼이나 말갛던 눈빛도, 살며시 지어주던 청징한 미소도, 손에 닿아올 듯이 생생했다. 한의 사신이 청은 공주의 죽음을 알린 지 벌써 한나절하고도 두 시각이나 지났건만, 화문은 아직도 꿈만 같았다.
그 아이가 태어난 지 채 한 달도 못 되었을 때였다. 김나례가 자진하도록 유도한 장본인이면서 순간적으로 욱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강보에 싸여 곤히 잠든 아이의 목을 조르려고 했었다. 때마침 수련이 달려와 그녀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결코 무를 수 없을 죄를 지을 뻔했다. 그날의 기억은 묵직한 돌덩어리가 되어 여태껏 심장언저리를 눌러오더니, 오늘에 이르러서 너무도 가혹한 대가를 요구했다.
화문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허나 하늘이시여, 그날의 죄를 징계하실 의도셨다면, 나의 심장만 찌르셨어야지요. 어이하여 내 지아비에게까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고통을 안겨주십니까? 세희의 죽음이 모두 본인의 탓이라고 자책하며 아파하는 그 모습을, 내 어찌 지켜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우리…… 세희. 어이하여 그 아이를 내게서 앗아가십니까? 스무 해도 채워보지 못한 우리 아이를 왜, 데려가신 겁니까. 나는 이미 그 아이에게 정을 줘버렸는데, 이제 날더러 그 아이를 잊으라고 하십니까? 잔인하십니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닦아내지 않았다. 화문은 눈물보다도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임금도, 공주도 아닌, 작고 평범한 가족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한없이 착하고 다정한 이들. 화문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애틋한 존재들이었다.
“화영전으로 가신 줄 알았더니 예 계셨사옵니까?”
비월은 뺨을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서늘한 밤바람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화문은 바로 돌아보지 않았다. 원망이 섞인 시선은 어둠으로 검게 물든 연못물만을 내려다보았다. 비월도 녹두색 편면에 둥그런 구름 문양이 새겨진 난간 앞에서 서글픈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왕후를 잠자코 지켜보았다.
퐁, 그만 잠에서 깨버린 잉어가 수면 위로 잠깐 고개를 내밀었다가 들어갔다. 밤공기는 더 차가워졌다. 화문은 비로소 나직이 말머리를 꺼냈다.
“18년 전 오늘처럼 달빛이 서글펐던 6월의 밤에, 그대들이 내게 무슨 말을 했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예. 오로지 왕후께만 올렸던 말씀으로, 여태 세상에는 결코 알리지 않았던 일족의 비밀이었지요. 앞으로도 저와 월하(月河) 육성월(六聖月)은 그날을 결코 잊지 아니할 것입니다.”
“전 수월로서 하는 답변입니까?”
수월(水月), 월하 육성월의 보필을 받으며 하늘을 본향으로 둔 월하인을 이끄는 당주를 일컫는 칭호. 아주 오래전에 비월이 유일한 존재를 위해서 포기했던 자리였다. 화문은 돌아서서 똑바로 비월을 응시했다.
“그대들은 세희를 천랑이라 말했습니다.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온 일족의 숙원을 이루어줄 단 하나의 별. 오랫동안 천랑을 기다려왔던 월하 육성월과 일족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자비만큼은 베풀어달라고 간청했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천랑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기에, 나는 그대들의 부탁을 받아들였습니다.”
백월(白月) 월수련이 왕후께 말씀드리겠다는 의견을 밝히자, 황월(黃月) 월미령(月美怜)은 크게 반대했었다. 월하인과 천랑의 관계는 세상 그 누구도 알려준 바 없으며, 앞으로도 결코 알려줘서도 안 된다. 이는 하늘의 비밀이니 지상의 권속이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 하고 말이다.
허나 계율을 깨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 천랑의 생명이었다. 500년을 꼬박 기다려 겨우 만난 그를 이번에도 허탈하게 떠나볼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사실, 그때의 내 마음은 무척이나 불안정했습니다. 그래요, 죽은 김 소의가 낳은 갓난아이를 처음 보았을 적에 내가 느꼈던 감정은 지독한 미움이었습니다. 내 지아비를 유혹한 것도 모자라 끝내는 그 사람을 완전히 속이려던 김 소의의 소생이 예뻐 보일 리가 만무했지요. 해서 난 잠시 이런 생각도 품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 아이를 죽여버릴까.”
“…….”
“끝까지 그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음을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의 지독한 번민을 간파한 수련은 만일을 우려하여 내게 약속을 맺어주길 청하였고, 나는 그대들이 내미는 손을 잡았습니다. 세상이 세희를 없애려들고 심지어 나마저 그 아이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날이 와도……, 그대들만큼은 그 불쌍한 아이를 책임지고 지켜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나 또한 그대들에게 세희의 생명과 안전을 부탁한 것이었지요. 하여 서의 병립하는 군주로서 동등한 권세와 책무를 갖는 왕과 왕후 사이에는 어떠한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법도와 관례에 반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대들의 당부대로 그 사실을 소휘에게도 숨겼습니다.”
인간세상이 알아서는 안 될 하늘의 일이자, 인간세상은 미처 알지 못하도록 조심히 보호해야 할 하늘의 별. 그러나 그들은 지켜내지 못하였다.
“헌데 세희가 한의 비적들에게 살해당했답니다. 행여 세희에게 변고가 생기면 일족 전체에 큰 난리가 발생할 것처럼 말하던 그대들이, 그 아이가 허망하게 죽기까지 어떠한 손도 쓰지 않았습니다. 천랑이라는 존재가 그대들에게는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습니까?”
왕후의 아름다운 얼굴은 푸른 달빛을 받아 싸느라니 빛났다. 그녀는 어미로서 화를 내고 있었다. 소중한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자들을 향해.
하지만 한때 수월이었던 비월도 천랑의 죽음은 미처 짐작치 못했다. 이는 다른 성월들도 마찬가지다. 천랑에 대한 하늘의 뜻은 진세에 남은 유일한 천경(天鏡)이자 성관(星官)이었던 백월만이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사항들이었으니.
“……전하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송구합니다.”
화문은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옥루만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화문이라고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비월은 이젠 월하인의 당주가 아니며, 육성월을 통솔하지도 않는다. 선적(仙籍)에서 그 이름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마는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남기로 결정했다. 그것을 알면서도 애먼 사람에게 괜히 성내는 것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다. 세희를 지켜주지 못했음에 대한 지독한 죄책감.
“세희가 정녕 죽었습니까? 내 이대로 그 아이를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겁니까?”
그러나 비월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간절히도 기다려왔던 천랑을 허망하게 놓쳐서가 아니다. 적잖은 시간 속에서 함께 나누었던 기억들이, 받았던 감정들이, 여전히도 선명하고 새뜻하여 세희의 죽음이 마치 거짓처럼 느껴졌다.
“하늘에 본적을 둔 그대의 앞에선 삼가야 할 말이겠지만…… 대제학, 나는 이번만큼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비탄은 차가운 바람결에서 찬찬히 흩어졌다. 초승달이 애달픈 빛을 쓸쓸히도 흩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