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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해맑 단편집

한하연 지음도서출판 가하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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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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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 ![]() |
ISBN | : 979-11-295-01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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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처음 제 가게로 오신 날부터, 지금까지 보아왔습니다. 저랑 사귀어주지 않겠습니까? ‘예.’라고 대답해주기 전까지, 이 손, 안 놓을 겁니다!”
향기로운 커피 향이 가득한 작은 커피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언제나 악몽을 꾸는 그녀에게 숨겨진 비밀은? 한하연 작가의 특급 단편 ‘해맑 단편집’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확인하세요!
그와 나는 사랑하고 있다.
열정적인 사랑이 부드럽고 익숙하며 말랑한 사랑으로 변해간다 해도, 그렇게 다른 식으로 표현될지언정 계속 사랑이듯이, 아마도 그도 나도 이렇게 처음 서약대로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언제까지나.
2. 작가 소개
한하연
쓰는 일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지금도 쓰고 있는 평범한 글쓴이.
동화와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도 있는 그런 사람.
▣ 출간작
그녀는 수학을 배운다
엘핀느의 꽃
붉은 벨벳 위 하얀 진주 한 알
달콤한 말 세 방울
푸른 단검과 흰 장미
집(House)(단편집)
비밀의 숲(공저)
맑은 하늘 푸른 잎새
목련화
루비아스 마티아스
3. 차례
#1. 4인 4향
#2. 가상과 현실
4. 미리 보기
“주문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 저는 허브차 주세요. 롤 케이크도 하나 주시고요.”
급하게 오느라 식사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희는 요기 거리가 될 만한 음식을 골랐다. 짜랑, 손목의 섬세한 금팔찌가 메뉴판을 고르는 미희의 손목에서 잘랑거렸다.
아, 늦지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급하게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저기 앉아 있는 남색 슈트의 남자.
늘 주중 수요일 저녁이 되면, 저렇게 앉아서 혼자 더치 커피(Dutch coffee)를 마시곤 한다. 잘 뻗은 다리로 의자에 걸터앉아, 가끔 주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특별히 여자랑 같이 온 적은 없다. 그저 여기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인 듯했다. 가끔 책을 읽기도 했는데, 가벼운 책이 아닌 나름의 깊이 있는 책을 펴놓고 읽곤 하였다. 읽는 책 취향이 굉장히 비슷해서, 그 점이 상당한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그녀가 찜한 남자. 아직 주문한 커피가 나오지 않은 모양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수요일에 오시네요. 뭔가 이유가 있으신가요?”
선량한 인상의 젊은 주인인 남자가,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묻는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호감이 가는 얼굴이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 있다. 저렇게 물어보면 술술 말해버리고 말 것 같은, 그런 묘한 힘이 있다.
이따 부탁은 할 테지만, 지금 대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이상하게 수요일에는 여기가 생각나네요. 일 끝나고 한 번쯤은 여유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사실, 모태 솔로로 지내온 지 25년. 이제 슬슬 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되었다. 하지만 인위적이거나 가벼운 만남은 싫어서, 그 흔한 소개팅도 한번 해보지 못했다. 대학 다닐 때도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는 말은 누군가를 통해서 들은 적은 가끔 있었지만, 직접 다가오거나 고백한 사람은 드물었다. 묘하게 남자랑 얽히지 않는다. 지금껏, 크게 불편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제 슬슬 사귈 생각해봐야 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만남이 얼마나 있을 것 같아? 도대체가, 대학 때 너 좋다는 남자들도 제법 있었는데 말이야.」
「그랬어?」
「이 둔팅아. 고백의 타이밍은 여러 번 있었지. 그런데 가만 보니까 네가 다 초 쳤더라? 너 마음에 들어서 노상 밥 사주던 선배한테 네 친구를 소개해줘서 커플로 만들어주질 않나, 기껏 둘이 만나고 싶어서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 다른 애들하고 같이 가자고 우르르 불러서 고백이고 뭐고 할 기회를 안 주질 않나.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네가 마음에 드는 남자한테 먼저 고백을 해!」
「내가 먼저 고백?」
「그래, 너 저번부터 계속 커피숍에 괜찮아 보이는 남자 있다고 했잖아. 왜, 수요일의 책 읽는 남자랬니? 차라리 그 남자한테 대시라도 해보라고!」
머릿속에 윙윙거리는 친구의 한탄 비슷한 소리는 뒤로 젖히고, 미희는 방긋 웃었다. 젊은 주인은 순순히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네?”
“주문, 바꿀게요. 허브차 말고 더치 커피로.”
흘끔, 카운터 쪽을 바라본다. 저 남자가 늘 마시는 더치 커피. 커피의 눈물이라나 커피의 와인이라나. 자신은 실제로 커피는 거의 입에 대지도 않는 주제에 주기적으로 커피숍을 찾는 아이러니한 여자지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번 마셔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주인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시선을 잠시 따라간다.
“……알겠습니다.”
어째 조금 실망한 듯도 한 목소리. 늘 친절하던 목소리와는 달리 대답이 약간 기운 없어, 그녀는 젊은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주인은 여느 때와 같은 미소로 끄덕하고 인사하며 갈 뿐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녀는 오늘에서야 드디어 생각한 일을 실행할 생각을 했다. 가방에서 펜과 메모를 꺼내어 공들여 한 자 한 자 적는다.
[두 달 전부터 보면서 호감이 생겼습니다. 만약 마음에 있으시다면, 제 쪽에 와서 합석하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다 적고 나서, 쪽지를 이제 여기 젊은 주인에게 부탁하려고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툭!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던 화사한 미인이, 막 지나가려다 부딪힌 모양이었다. 펄럭, 종이가 떨어지면서, 여자가 자연스럽게 그 종이를 밟았다.
“아, 죄송합니다.”
높은 톤의 목소리가 붉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입고 있는 옷은 상당히 고가의 메이커. 들고 있는 가방도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명품 쪽이다.
눈가에 살짝 애교 섞인 눈웃음을 지으며, 여자가 몸을 굽혀 쪽지를 주운 후 건네주었다.
“더러워져서 어쩌죠?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요. 다시 쓰면 되니까.”
내용을 보진 않았겠지? 여자의 태도가 몹시 자연스러워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미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자는 또박또박 걸어가더니, 어쩐지 아까보다 조금 더 시무룩해 보이는 주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뭐라고 몇 마디를 건네고 화장실 키를 건네받는 모양이, 아마도 화장실에 갈 요량으로 대화했나 보다.
다시 쓰자.
미희는 다 쓴 쪽지를 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인에게 다가갔다. 부탁은 좀 어렵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친절한 사람이니 들어줄 것이다. 이따 저 남자가 항상 먹는 더치 커피를 내갈 때, 조심스럽게 쪽지도 건네 달라고 하면 되겠지. 만약 거절당한다 해도 직접 말로 한 게 아니니까 덜 부끄러울 듯싶었다. 당분간 이 커피숍에는 오기 힘들어지겠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깊이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라. 연애. 알아갈 수 있는 상대가, 평생을 함께할 요량으로 알아갈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일까. 그리고 자신은 이제 그런 상대를 찾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저…….”
덥석! 부탁의 말을 꺼내려고 하기도 전, 갑자기 손목이 잡혔다. 그리고 당근처럼 새빨개진 남자가, 긴장한 나머지 평소보다 조금 커진 목소리로 자기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미희의 귀에는 주변의 이야기 소리나 음악 소리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렸다.
“처음 제 가게로 오신 날부터, 지금까지 보아왔습니다. 저랑 사귀어주지 않겠습니까? ‘예.’라고 대답해주기 전까지, 이 손, 안 놓을 겁니다!”
얼굴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뭔가 계획이 엉망진창이 된 듯도 싶었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미희는 그제야, 자신이 먼저 다가가보려 했던 남자보다 이 남자에게 더 호감이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끄, 덕.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빛이, 남자와 똑같이 당근 색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