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작가 다른작품
- 비터 스위트 ..유시현 지음
- 르네 (09/26)
- 2,500원
- 커피 고양이와..유시현 지음
- 르네 (04/13)
- 3,000원
- [합본] 비터 ..유시현 지음
- 르네 (09/26)
- 4,500원
- 베이비 재인유시현 지음
- 로코코 (08/21)
- 3,600원
- 누구나 아는 ..유시현 지음
- 로코코 (04/07)
- 4,000원

동일 장르 작품
- 그가, 돌아왔..록산느 세인트 클레어 지음
- 신영미디어 (08/28)
- 2,500원
- 가희(苛姬) -..이새인 지음
- 신영미디어 (05/09)
- 3,500원
- 연인을 위한 ..대프니 클레어 지음
- 신영미디어 (01/15)
- 2,500원
- 진정한 선물에마 다시 지음
- 신영미디어 (07/28)
- 2,500원
- 사랑은 비를 ..워노 지음
- 로망띠끄 (02/17)
- 3,500원

[eBook]스틸.하트(Steal Heart)

유시현 지음로망띠끄2014.09.29

판매정가 | : |
---|---|
판매가격 | : 3,500원 |
적 립 금 | : 70원 |
파일용량 | : 2.55 M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독자평점 | : ![]() ![]() ![]() ![]() ![]() |
듣기기능 | : ![]() |
ISBN | : 979-11-258-2487-9 |
뷰어 설치 및 사용안내
- * 이 상품은 별도의 배송이 필요없는 전자책(E-Book)으로 구매 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 이북도서의 특성상 구매 후 환불이 불가합니다. 구매하시기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Steel Heart 백설.
가진 건 명랑함과 순진함, 그리고 지키고픈 사람뿐이었던 여자.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아버지와 거래했다.
‘스타 작곡가인 이태하로부터 곡을 받아와라.’
마음 독하게 먹고 뛰어든 일이 그녀의 삶을 바꾸리라는 걸 이때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Steal Heart 이태하.
가진 건 넘치는 재능과 야릇한 인상, 그리고 드높은 자긍심뿐이었던 남자.
못마땅한 상황에서 마뜩찮은 여자와 거래하게 됐다.
‘제게 선생님의 곡을 주신다면 뭐든 다 할게요.’
어수룩한 이 여자에게 눈길을 빼앗기리라는 걸 이때의 그는 알지 못했다.
Steel=Steal Heart
두 사람의 마음이 겹치는 순간.
-본문 중에서-
딱딱한 얼굴로 설이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전 선생님이 필요해요.”
“……뭐?”
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기대감이나 즐거움이 아닌 불온하고 둔탁한 울림이었다. 태하가 눈살을 찌푸리자마자 설이 몸을 일으켜 그의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그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나는 아직 단단해. 그러니까 괜찮아.
“부탁드릴게요. 뭐든 할 테니까…….”
그녀의 손이 뻗어 와 태하의 걷어 올린 소매 아래를 더듬어 잡았다. 단순히 손목을 붙잡힌 것뿐인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태하는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곡을 주세요.”
“아직 첫 계약도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벌써 다음 단계를 논하는 건가?”
설이 손에 힘을 주어 그를 옭아맸다. 표정은 여전히 아무것도 깃들지 않은 어둠이다. 각오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그가 아는 백설이 아니다. 태하는 내면 어딘가가 일그러지는 감각에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경고했을 텐데.”
도발하듯 꺼낸 말에 설이 표정 없는 눈을 들어 그와 맞추었다.
“알아요.”
“알아? 정말로?”
태하가 입술을 비틀었다. 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피부에 닿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알긴 뭘 알아. 그가 싸늘한 웃음을 띠었다. 이건 유혹이 아니다. 유혹을 빙자해 피해자인 척할 뿐이다.
온후하고 부드러운 방어벽을 가진 설이 처음으로 그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렇다면 성의껏 상대해 주면 될 일이다.
“그럼 들어와. 협상에 박차를 가해 보지.”
[미리보기]
설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태하는 소파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날따라 어딘지 멍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피곤해서였던가 싶었다. 방해하지 않고 돌아가려고 살금살금 거실을 가로지르다가 그의 손끝에 눈길이 닿았다. 책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설은 소리를 죽이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침묵과 언어의 시간>. 들어 본 적이 없는 제목이다. 고풍스러운 표지의 하드커버 책을 보자 흥미가 동했다. 설은 어쩔 수 없이 독서광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그의 손아귀에서 책을 걷어 냈을 때, 그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더니 눈을 떴다.
“……백설.”
수면에 반쯤 잠겨 몽롱한 눈동자와 그녀의 것이 마주쳤을 때 그의 입꼬리가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언젠가처럼 냉소적이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봄 햇살처럼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 ‘너’나 ‘그쪽,’ ‘씨’를 붙이지 않고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이름이 낯설었다.
내 이름이 그랬던가. 사탕처럼, 그렇게 달콤했던가.
그녀의 심장이 쿵 떨어졌고, 손도 쥔 책도 툭 떨어졌다.
“아. 죄송해요. 저 때문에 깨셨나 봐요.”
허둥거리는 그녀를 내버려 둔 채 그의 눈길이 바닥으로 향했다 느리게 얼굴로 기어올랐다. 미소를 머금은 붉은 입술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사랑에 빠지는 것 같다…….”
“네?”
설이 한 박자 늦게 멍하니 되물었다. 목소리가 형편없이 흔들렸다. 발바닥으로 떨어진 심장이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숨이 짧아졌다.
“사랑?”
태하가 뭔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답했다.
“너도 아는 줄 알았는데.”
초점이 살짝 흐린 그 눈이, 오닉스처럼 깨끗한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심장이 있던 자리에 파고들었다. 온몸이 그로 채워진 듯한 착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사랑을 안다. 그의 그녀에 대한? 아니면 그녀가 그에게? ……맙소사.
심장이 없어진 줄 알았더니 미친 듯이 뛰고 있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다. 온몸에서 열이 확 치솟더니 힘이 쫙 풀려 그녀는 주저앉을 뻔했다. 넋이 나간 걸 감추려고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거.”
태하가 떨어진 책을 집어 들었다. 그가 허리를 숙인 순간, 목덜미에서 반짝이는 것을 봤다. 설은 당혹한 와중에도 의아했다. 땀을 흘리는 건가?
“이 책에서 유명한 구절이잖아. ‘정말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는 건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 첫 문장에서부터 빠져들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한다.’고. 안 읽어 봤어?”
그가 자신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의 구절을 읊었을 따름이라는 걸 안 순간 설은 놀랄 정도로 실망했다. 거의 절망에 가까울 정도였다. 겸연쩍음에 울컥 화를 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에 주의가 쏠렸다. 왠지 그의 말투가 모호하다. 평소처럼 반듯한 자세에 또렷한 눈빛이 아닌 게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선생님. 잠깐만요.”
설이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 아래 그의 이마가 절절 끓고 있었다. 손이 닿고서야 알았지만 이마에도 땀이 났다. 그냥 땀이 아니라 식은땀이다.
“감기 몸살인가 봐요.”
“약 먹었어. 무슨 감기약이 혼수상태를 유발하는 거냐. 이놈의 돌팔이…….”
태하가 우물거리더니 옆으로 픽 쓰러졌다. 설은 우두커니 서서 책을 끌어안고 잠든 남자의 옆얼굴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는 잠들었지만 그녀는 선 채로 정신을 잃었다.
미쳤어, 미쳤어, 백설!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만 지근거리는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중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요 며칠 사이 얄밉다고 생각한 남자한테 마음을 품게 된다는 게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웃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그녀에게. 눈이 마주치면 가슴이 뛴다던가 하는 게 혼날까 봐 두려워한 소심함 탓이 아니었던 거다. 그의 붉은 입술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속삭였을 때, 눈앞이 어지러웠다. 설은 울고 싶은 심정으로 생각했다.
미쳤구나. 백설.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됐어. 예향의 인간이라면 넌더리를 내는 남자를.
다음 날 태하는 심란한 설의 상태를 비웃듯 멀쩡해져 있었다. 커피를 내리던 그는 설이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미간을 좁혔다.
“왜 이렇게 주춤거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딱히 그가 명민한 눈치를 지닌 게 아니라 현관 앞에서 게걸음을 걷는 여자를 보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만했다.
“오늘부터 전 맡은 바 일 외에 선생님과 불필요한 접촉은 삼가기로 했어요.”
태하가 어이없어 하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누가 언제 무슨 경위로 불필요한 접촉을 했다는 거야? 성추행이라도 당한 것처럼 질색을 해서는.”
“아니, 그게 아니라…….”
설은 비장하게 눈을 치뜨고 태하를 쳐다보았지만 곧 시선을 돌렸다.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식겁한 기색으로.
“제가 진짜 마음먹고 솔직하게 드리는 말씀인데요.”
“흠.”
“선생님의 얼굴은 삿되다고 생각합니다.”
이죽거리던 태하의 표정이 껍질이 깨진 달걀처럼 푹 퍼졌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
“뭐라고?”
설은 서서히 험악해지는 태하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재빨리 달아나며 외쳤다.
“사장님이 내일 모레 계약서를 쓰자고 하십니다. 잘 부탁드려요.”
현관문이 닫혔다. 너무 황당한 말에 당해서 반격할 틈도 잡지 못하고 혼자 남겨진 태하는 성대한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사람 생긴 걸로 아니꼽다며 시비를 걸거나 찬미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만나 봤지만 욕을 먹기는 또 처음이었다. 생긴 게 나쁘다니, 이 무슨 폭언인가. 속을 있는 대로 긁어 놓더니 뒤에 계약 얘기를 꺼내는 여자다. 여러모로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로는 제 아버지와 똑같다.
태하는 막 다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 눈썹을 찡그렸다.
“뭐가 이렇게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