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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수놓는 남자

정하윤 지음로망띠끄20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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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을 타고 4차원의 세계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날,
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갔던 앨리스가 도착한 이상한 나라.
꿈꾸는 동안의 행복, 꿈터는 희재와 운지에게 그런 곳이었다.
“남자가 수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이상하잖아요, 모양새가.”
“남자가 수놓으면 이상하다는 건, 여자가 치마 대신 바지를 입으면
이상하다는 것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어쩜 그렇게 수를 잘 놔요? 그리고 어쩜 이렇게 결이 곱고,
작품 속도도 굉장히 빨라요? 비결이 뭐예요?”
“수놓을 때 날마다 주문을 걸어요. 나는 꼭 이만큼 수를 놓아야 한다고 말이죠.”
“주문을 걸면서 뭘 생각하는데요?”
“한가지에만 집중하면 되요. 수놓는 이유에 대해서.”
“수놓는 이유가 뭔데요?”
“운지 씨보다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한땀 한땀 수놓을 때마다
운지 씨 얼굴이 천 위에 그려져요. 그래서 바늘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 본문 중에서
“이거 주고 싶어서요.”
희재가 전부터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탁상용 수틀에, 실이 가지런히 보빈에 감겨 정리된 바느질 상자, 그리고 해바라기가 잔뜩 그려진 도안,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세 통이 테이블을 하나 가득 메웠다.
“이거 깍두기 내가 그린 거예요. 이렇게 전체를 다 메우는 작품은 여기서부터 이렇게 놓으면 되고요.”
희재는 조립된 수틀에 칸이 표시가 된 원단을 끼웠다. 그리고 능숙하게 바늘에 실을 꿰어 왼쪽 아래 가장자리부터 수를 놓기 시작했다. 캄캄한 새벽, 바늘을 붙잡고 수를 놓는 희재의 손길이 유난히 바쁘고, 서투르게 보였다.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랄까. 허둥대는 희재의 모습을 보며 운지는 남은 차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걸 왜요?”
“해바라기 그림은 집에 복을 가져온다더군요. 세 번째 숙제입니다.”
“그러니까요, 내가 이걸 왜 또 해야 하느냐고요.”
“그건 말입니다.”
입이 바짝 타들어 가는지 희재는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한입에 벌컥벌컥 털어 마셨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애써 운지를 향해 침착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늘 그녀가 보던 온몸에서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던 그런 미소가 아니라 어딘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그런 미소였다.
“꼭 좋은 기사 써서 헝그림에 정식 기자가 되길 바란다는 내 바람이라고 생각해줄래요?”
“네?”
“그러니까 이번에 프랑스에 가서 꼭 좋은 취재해서요, 대박 기사 쓰고요. 계속 헝그림 기자로 있으면서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항상 거칠 것 없고 두 번의 고민도 없이 직선적으로 행동하고 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희재의 그와 같은 반응은 운지도 목이 탈 정도의 답답함이었다. 식은 찻잔엔 더 이상 남은 차도 없었고, 그렇다고 희재처럼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들고 벌컥거릴 수도 없으니, 그녀 또한 답답할 노릇이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눈썹을 치켜뜨며 ‘뒷말이 뭔데?’라고 재촉을 하는 방법밖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꿈터에도 계속 자주 올 거죠?”
그 말이 왜 이리 힘들었을까. 운지는 혹시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희재의 뒷말을 기다렸지만 희재는 그녀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말하려고 이 새벽에 이 난리인 거예요?”
“나한테는 중요한 말이거든요. 꿈터에 계속 자주 들릴 거죠?”
“내가 만약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 못해서 헝그림에 남지 못하게 되면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와야 해요. 그래야, 이걸 완성……하니까요.”
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갔던 앨리스가 도착한 이상한 나라.
꿈꾸는 동안의 행복, 꿈터는 희재와 운지에게 그런 곳이었다.
“남자가 수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이상하잖아요, 모양새가.”
“남자가 수놓으면 이상하다는 건, 여자가 치마 대신 바지를 입으면
이상하다는 것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어쩜 그렇게 수를 잘 놔요? 그리고 어쩜 이렇게 결이 곱고,
작품 속도도 굉장히 빨라요? 비결이 뭐예요?”
“수놓을 때 날마다 주문을 걸어요. 나는 꼭 이만큼 수를 놓아야 한다고 말이죠.”
“주문을 걸면서 뭘 생각하는데요?”
“한가지에만 집중하면 되요. 수놓는 이유에 대해서.”
“수놓는 이유가 뭔데요?”
“운지 씨보다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한땀 한땀 수놓을 때마다
운지 씨 얼굴이 천 위에 그려져요. 그래서 바늘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 본문 중에서
“이거 주고 싶어서요.”
희재가 전부터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탁상용 수틀에, 실이 가지런히 보빈에 감겨 정리된 바느질 상자, 그리고 해바라기가 잔뜩 그려진 도안,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세 통이 테이블을 하나 가득 메웠다.
“이거 깍두기 내가 그린 거예요. 이렇게 전체를 다 메우는 작품은 여기서부터 이렇게 놓으면 되고요.”
희재는 조립된 수틀에 칸이 표시가 된 원단을 끼웠다. 그리고 능숙하게 바늘에 실을 꿰어 왼쪽 아래 가장자리부터 수를 놓기 시작했다. 캄캄한 새벽, 바늘을 붙잡고 수를 놓는 희재의 손길이 유난히 바쁘고, 서투르게 보였다.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랄까. 허둥대는 희재의 모습을 보며 운지는 남은 차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걸 왜요?”
“해바라기 그림은 집에 복을 가져온다더군요. 세 번째 숙제입니다.”
“그러니까요, 내가 이걸 왜 또 해야 하느냐고요.”
“그건 말입니다.”
입이 바짝 타들어 가는지 희재는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한입에 벌컥벌컥 털어 마셨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애써 운지를 향해 침착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늘 그녀가 보던 온몸에서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던 그런 미소가 아니라 어딘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그런 미소였다.
“꼭 좋은 기사 써서 헝그림에 정식 기자가 되길 바란다는 내 바람이라고 생각해줄래요?”
“네?”
“그러니까 이번에 프랑스에 가서 꼭 좋은 취재해서요, 대박 기사 쓰고요. 계속 헝그림 기자로 있으면서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항상 거칠 것 없고 두 번의 고민도 없이 직선적으로 행동하고 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희재의 그와 같은 반응은 운지도 목이 탈 정도의 답답함이었다. 식은 찻잔엔 더 이상 남은 차도 없었고, 그렇다고 희재처럼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들고 벌컥거릴 수도 없으니, 그녀 또한 답답할 노릇이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눈썹을 치켜뜨며 ‘뒷말이 뭔데?’라고 재촉을 하는 방법밖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꿈터에도 계속 자주 올 거죠?”
그 말이 왜 이리 힘들었을까. 운지는 혹시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희재의 뒷말을 기다렸지만 희재는 그녀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말하려고 이 새벽에 이 난리인 거예요?”
“나한테는 중요한 말이거든요. 꿈터에 계속 자주 들릴 거죠?”
“내가 만약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 못해서 헝그림에 남지 못하게 되면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와야 해요. 그래야, 이걸 완성……하니까요.”